유빈이 사는 법

난 그래서 유전이 무섭다

남궁Namgung 2009. 11. 20. 10:31

오늘은 유빈이네 학교 컨퍼런스가 있었다. 한참 전에 오늘 컨퍼런스에 대한 통신문이 왔었고, 며칠 전에 다시 학부모가 출석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레터가 왔었다. 오늘 저녁 다섯시 반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서 (나의) 학교에 다녀 온 후 유빈이 학교에 가 봤다. 전 학년이 한꺼번에 컨퍼런스를 하는 듯, 주차장도 꽉 차 있고, 학교 내부도 학부모들이 많이 돌아다니며 활기를 띈다. 다섯시 반에 시간을 맞췄는데 내 앞의 학부모가 상담 중이어서 몇분을 기다렸다.

 

직접 상담을 해 보니 학부모당 15분 정도만 할애되어 있어서 자세하게 많은 내용을 물어 볼 수는 없었다. 이전 학교에서는 좀 더 긴 시간동안 상담을 했었고, 주로 주간 동안에 하는데, 여기 학군은 시간이 짧고 학교가 모두 끝난 후에 하는 차이점이 있다. 대신 이전 학교가 1년 학기 동안 한번만 상담을 한 대신, 이곳에서는 한 차례 더 만남이 있다고 한다.

 

인터내셔널 학생들을 위한 ESOL 클래스를 듣지 않고 있고, 집에서도 말하는 것 들어보면 왠만큼 영어를 알아 듣고, 말하고, 쓰고, 읽는 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언어 문제가 가장 궁금한 것이었다. 유빈이 한테 물어 보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잘 이해하고 시키는 것을 잘 소화해 내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선생님한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또, 집에서 수학을 좀 시켜 보니 뺄셈이 많이 약한데 학교에서는 어떤지도 물어 보려던 참이었다.

 

이전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수행능력에 대한 여러가지 지표가 적힌 종이에 O, S, E, N으로 나눴다. O는 아주 뛰어나다, S는 만족스럽다, E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N은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정도라고 그 평가지 한 구석에 나눠놨다. 미세스 파이트 말씀으로는 (학부모들 좋은 말만 골라서 하겠지만) 아주 똑똑하고, 여러 방면에서 다 잘하고 있다고 한다. 영어도 잘하고, 특히 읽기 능력 같은 경우는 벌써 2학년 수준인 J레벨에 올라섰다고 한다. 걱정과는 달리 수학도 잘하고 있다고 하고, 자기가 하는 말도 잘 이해하고 열심히 한다고 한다.

 

하지만, 행동에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평가지에 E라고 다른 면보다 좀 낮게 나온 것이 대부분 자기 절제나 남과의 협동심, 주위 깊게 남의 말을 듣는 것 등이다. 집에서도 그렇기에 학교서도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은 했는데, 미세스 파이트도 학업적인 면 (academically)에서는 아주 잘하는데, 행동적이 면 (behaviorally)에서는 좀 더 산만하지 않도록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어쩜 그런 것은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닮는 것인지... 난 그래서 유전이 무섭다고 생각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저 놈 저렇게 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좀 산만하게 애들과 장난하고 떠들고 말썽피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우리때는 통지표만 집으로 가져가서 (몰래) 도장 받아 오면 되고, 큰 사고나 쳐야 부모님들이 선생님 만나고 했었기에, 나의 부모님이 이런 컨퍼런스 처럼 "공식적으로" 나에 대한 평가를 받으시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통로로 나의 산만함과 다소 주위 깊지 않음을 아셨으리라...

 

하지만, 대단히 뿌듯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곳에 온지 16개월 정도 되었는데, 영어 특별 수업 없이도 다른 친구들과 수업을 따라갈 수 있고, 더구나 책읽는 것은 이 원어민 친구들 보다 훨씬 더 잘한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뭐, 나나 아내가 꼭 이렇게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을터인데, You did a good job. 이라며 부모가 잘 시켰다고 칭찬하니, 의례적인 말인지 알면서도 기분 좋은 것은 어쩔 수 없고.

 

남의 말 잘듣고 주의 깊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계속 교육시키겠다고 미세스 파이트한테 다짐하고,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나왔다.

 

근데, 유전인데, 나를 생각해 보니 아직도 주의 깊지 않은데, 이제 여섯살 짜리 유빈이를 어떻게 산만하지 않고 신중하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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