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s

"blink" by Malcom Gladwell

남궁Namgung 2009. 9. 20. 11:41

 

얼마 전만 해도 내 얼굴에는 큰 "점"이 두개 있었다. 멀리서 찍은 사진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갈 정도로 "큰" 점이었다. 하나는 오른쪽 눈썹이 끝난 부분, 즉 눈 옆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왼쪽 입술이 끝나는 부분 윗쪽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계속 그 자리에 계속 자리하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그리고 내가 크면서 관찰한 경험으로도, 머리가 조금씩 크면서, 얼굴이 조금씩 커지면서 그 점의 크기도 커졌다. 어머니는 그 점이 보기 싫으셨는지, 만날 때마다 그 점을 빼라 하셨고, 어떨때는 빙초산을 떨어뜨리면 쉽게 빠지 수 있으시다며 직접 "시술"하시겠다고 "가학적인" 방법을 제시하시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점들을 빼야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었다. 잘난 얼굴도 아니었기에 그 점이 사라진다고 해서 외모가 급격히 향상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 점들을 30년 넘게 달고 다녀도 눈에 띄는 놀림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년전 사진. 잘 보면 눈 옆과 입술 위에 점이 보인다>

 

 

그래서 그 점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도 없었는데, 이곳으로 공부하러 나오기를 준비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직장 생활하면서도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있었기는 했지만, 이곳으로 상당 기간을 지낸다고 생각하니, 여기서 만날 (외국인이건 한국이이건) 새로운 사람들이 내 그런 "점"을 어떻게 생각할지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었다. 

 

물론, 내 아내처럼 계속 쳐다 보니 그 점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쳐다 본다는 말처럼,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얼굴에서 다소 크게 보여지는 그 점이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두번 보고 말 사람, 혹은 짧게 보고 마는 사람들에게는 그 점으로 인해 첫인상이 (대부분 긍정적이지 않게) 결정지어지고 나서는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말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같은 생각을 왜 우리나라에서 학교 다니면서, 직장 다니면서는 심각하게 하지 않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곳으로 공부하러 나오면서 그 점을 빼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출국 직전에 피부과에 가서 눈 옆과 입술 위에 있는 점 두개를 제거했다. 입술 밑에 그 보다 더 크지만 좀 진하지 않은, 어쩌면 더 눈길을 끌 수 있는 점은 아직도 있는데, 당시 시간과 계절상의 문제로 그것을 빼지 못했다.

 

어찌되었든 그리해서 그렇게 점을 뺐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꽤 성공적으로 시술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눈썹 옆의 점은 아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고, 입술 위에 점은 약간 자국이 남아 있지만 이전에 비하면 꽤 관심을 가져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얼마 전까지 말콤 글래드웰 (Malcolm Gladwell)의 "블링크 (Blink)"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점을 빼게 된 그 동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블링크"는 꽤 오래전에 발간된 책인데, 이전에도 끝까지 읽지 못해서 지난 여름 방학때 다시 한번 "도전"하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고, 결국 여름방학 중에도 끝내지 못해 학기가 시작된 후에야 책장을 덮었다.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이 저자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흥미로운 사례와 리서치 등을 제시하면서 자기 주장과 연관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눈깜짝 (blink) 하는 짧은 순간에 내리는 판단이 아주 심사숙고해서 내리는 결정보다 더 나은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를 보여주면서, 어떤때 직관을 이용한 결정을 내리고, 또 어떤 때 다양한 선택을 분석해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내가 점을 빼겠다고 결정했던 이유와 비슷한 것이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을 뽑으 때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오디션에 커튼을 치고 심사를 시작했는데, 커튼이 오디션에 도입된 이후로 여성 단원이 채용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심사를 하는 심사원들, 클래식 음악의 대가라고 불리는 똑같은 그들이 이전에도 심사를 했었지만, 그때는 단원 중에서 여성을 찾기 어려웠는데, 커튼이 도입되고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소리 (하이힐 소리나 목을 가다듬는 소리 등)를 금지하고 오디션을 하자, 여성들이 하나둘씩 오디션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커튼 없이 심사를 할 때, 심사하는 사람들은 모두다 편견없이, 객관적을 심사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악기를 갖고 연주하러 나오는 걸음거리와 자세 등으로 이미 심사대상자, 특히 여성들에 대한 평가를 끝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머리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나는 그런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무의식 한켠에서는 그와 반대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Experts in the classical music world tackled the problem by addressing the way in which the instictive judgments in auditions were made. They didn't fixate on th peson making the snap decision. They examined the context - the unconscious circumstances - in which the snap decision was being made. They put up screens. And that solved the problem then and there.)

 

이 이외에도 백인 경찰관들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인해 공무집행 중 무고한 흑인에게 수십발의 권총을 발사해 사망시킨 사건도 길게 인용하면서 찰라와 같이 짧은 순간 속에서의 판단이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저자가 이 총기사고에 대한 설명을 위해 제시한 리서치가 바로 우리학교 학과에서 경찰학을 가르치는 David Klinger라는 교수인데, 미국에서 꽤 오랫동안 베스트 셀러로 머물었던 이 책에 그 교수님 이름이 나와 사실 깜짝 놀랐다.)

 

저자는 순간적인 판단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기나긴 학습과 훈련에 의해서만이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능력을 얻어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순간적인 판단이 자주 일어나는 곳 (경찰이 대표적일 수 있겠다)에서는 잘못된 판단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상황 (context)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급박한 순간이나, 짧은 순간에 명쾌한 판단을 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거나 반전시키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그런 능력도 주어지지 않고 학습된다는 주장에서는 일면 안도하게도 된다. "그런 능력은 타고 나야돼."라는 주장보다 훨씬 나을테니. 다양한 경험과 훈련, 공부와 연구를 통해 무의식 한 구석에 능력이 쌓이고 있다가 기회가 되었을 때 발휘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다면, 나도 공부하고, 심각하게 사고도 하고, 연구도 한다면 blink 순간에 발휘할 능력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책 중에서 맘에 드는 구절 몇 곳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But we do, and if w can control the environment in which rapid cognition takes place, then we can control rapid cognition. We can prevent the people fighting wars or staffing emergency rooms or policing the streets from making mistakes. (p. 253)

 

But one of the things that Van Riper taught me was that being able to act intelligently and instinctively in the momet is possible only after a long and rigorous course of education and experience. (p.259)

 

I think that the task of figuring out how to combine the best of conscious deliberation and instinctive judement is one of the great challenge of our time. (p. 269)

 

It was just about hair. Something botth first impression created by my hair derailed every other consideration in the hunt for the rapist, and the impression formed in those firs two seconds exerted a powerful hold over the officers' thinking during the next twenty minutes. That episode on the street got me thinking about the weird power of first impression.(reading group guide 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