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쉬운 영어 (plain English)

남궁Namgung 2009. 6. 30. 02:46

 

as·sidu·ous (ə sijo̵̅o̅ əs)

adjective

  1. done with constant and careful attention
  2. diligent; persevering   (출처: dictionary.com)

as·sid·u·ous

 a.
1
끊임없는, 계속하는;<사람이> 근기 있는, 근면한(diligent)
2
배려심한 (출처: 네이버 영어사전)

 

 

날이 많이 선선해졌다. 섭씨 31도, 화씨 87도면 그리 선선한 날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지난 수일간 계속되었던 폭염을 겪은지라, 이 정도만 되어도 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간 계속되었던 폭염은 이제 누그러져서 당분간은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아주 "시원한" 날씨가 이어진다는 예보다. 

 

여전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프로젝트를 돕고 있고, 점심부터 3시경까지는 도서관이나 다른 조용한 곳에서 인터넷도 좀 돌아 다녀보고, 책도 좀 보고, 자료도 좀 찾아 보고 있다. 아, 정말 한가한 방학이다. 아직도 한달 반 정도나 남았으니, 모처럼 주어진 이 기나긴 여유를 실컷 즐겨보겠노라 몇번씩 다짐해 본다. 

 

지난 주말에, 한국에서 아주 가깝게 같이 근무하던 Y씨께서 "작품" 하나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다. 내가 그 사무실서 근무할때도 했던 일을 올해도 또 하는 것 같던데, 예전에 그것 만드려고 여기 저기 사진 찍으러 다니던 생각도 나고, 처음 만들었을때는 내 손길이 많이 갔던 것이 책으로 나온 것을 보고 무척 뿌듯해 했던 기억도 났다. 

 

그 "작품" 속 내용의 영어 버전을 부탁한 것이었는데,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지난 주와 오늘 잠깐 짬을 내어 영어로 옮겨 보았다. 그리고, 내 영어의 불완전성을 알기 때문에 지금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마이크 라는 친구에게 배경을 설명하고 내가 번역한 글을 한번 보고 혹시 틀린 부분이나, 어색한 부분이 있는지 읽어 봐 달라고 부탁했다.

 

친절하게도 쭉 일어 보더니, 내가 옮기 글이 괜찮다며 이력서 (CV)에 이런 일 한것도 넣으라고, 진담이라며 권해 준다. (이 정도 갖고...라고 생각하다가, 그럴까...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하긴, 일부 애들이 CV에 적어 넣은 것을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이는 것들도 자랑스럽게 써 놓은 경우가 많다!)

 

내가 옮긴 그 원문 중에, "부지런한 경찰"이라는 부분이 있다. 당연 머리 속에 처음으로 떠 오르는 것은 "Diligent Police"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단어를 골라서 썼었다. 그러다 다시 한번 글을 살펴 볼때, '아냐, 딜리전트는 너무 단순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더 "고차원적인" 단어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래서 워드에서, 그 단어에 마우스 커서를 놓고, 오른쪽 클릭, 유사어 (synonym)를 보니... 아! 어씨쥬어스 (assiduous)라는 그럴싸한 단어가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그 글 중에 있던 몇개의 딜리전트를 어씨쥬어스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이 마이크라는 친구가 그 단어를 보더니, 머리를 갸우뚱하며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딜리전트를 쓰려다 어씨쥬어스를 쓴 것이다고 했더니, 저는 GRE 시험도 보지 않고 해서 이런 고급 단어를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데나라는 다른 여자 박사과정생을 불러, 그 단어를 아냐고 묻는데, 이런! 그 애도 모른다.

 

'뭐야, assiduous는 그리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예전에도 가끔 느꼈던 것이지만, 원어민이라고 해서 소위 말하는 "고급단어"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목격했다.

 

영어로 옮긴 이 글을 누가 볼 것이냐고 묻기에 그냥 한국에 있는 영어권 외국인 정도일 것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그 애들도 이 "고급단어"를 알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큰" 단어를 쓸 필요가 없겠기에 원래대로 "diligent"로 바꿨다.

 

 

지금이야 영어 교육이 많이 바뀌었겠지만, 예전에 영어 공부하려면 반드시 갖고 있던 책 중의 하나는 2만 2천 단어, 혹은 3만 3천 단어 등 단어만 쭉... 열거해 놓은 책이었다. 중요한 단어 한 두개를 몰라 영어 시험에서 이것을 찍을까 저것을 찍을까 고민하는 경우가 매번 있었던 경험을 떠올린다면, 분명 많은 단어를 아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나도 그런 책으로 공부 안하려고 했었는데, 그래도 어휘 능력이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 듯 하여 대학 졸업 직후에 거로 3만 3천 단어책을 한번 쭉 본 적이 있다. (읽고 나면 모두 새것인 듯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한권을 다 "뗐었다." 암기한 것 없으면서도 생기는 그 뿌듯함이란...)

 

하지만, 많은 단어를 안다는 것과 영어를 잘하는 것이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닌 것이다. 일례로, 나는 "assiduous"라는 단어를 알고 마이크는 그 단어를 모르지만, 그 친구는 나 보다 얼마나 영어를 더 잘하는가! (미국 애와 나를 비교하다니...)

 

또, 반드시 "고급단어"를 사용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는 영미권에서도 쉬운 영어 (plain English)로 학술적인 글을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저자가 쓴 책은 정말 쉽게 읽히는 것이 있고, 또 어떤 교수가 쓴 책은 본 문장을 또 다시 보고, 다시 한번 봐야 조금 이해가 오기 시작하는 책들도 있다. 하지만, 어렵게 쓴 책이 더 좋은 책이고, 더 영향력이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비슷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얼마 전 가수 라이오닐 리치의 인터뷰를 보니 어려운 노래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단순한 노래를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던데, 글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쉽다. 어려운 단어를 조합해서 어려운 구조로 만든 글보다, 쉬운 단어로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아마도 훨씬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쓸 수 있도록 diligent하게 (assiduous하게 말고) 노력해 보자.

 

 

 

(글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글 중에서 잠깐 언급한 것이라서 라이오닐 리치의 인터뷰 뉴스 링크를 옮겨 본다.)

http://abcnews.go.com/video/playerIndex?id=7914163

 

 

 

'남궁현 사는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Flip  (0) 2009.07.30
목사 친구가 찾아 낸 친구 목사  (0) 2009.07.01
나왔다! 김청기 감독의...  (0) 2009.06.06
욕은 말로 하고, 글로 하지 말라  (0) 2009.05.31
여름방학에 들어가며...  (0) 2009.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