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의 여름 학교 프로그램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 오전에는 외국에서 온 학생들로만 이루어진 이른바 ELL (English Language Learner)들 만의 수업이 있어서, 영어로 읽기 말하기 쓰기 등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섬머 퀘스트 (Summer Quest)라는 프로그램에 참석해서 수영과 같은 체육활동과 그리기나 만들기도 하고 있다.
유빈이가 지난 월요일에 "가정통신문" 하나를 가져왔다. 오늘 (수요일) 학교에서 연극을 하니 올 수 있는 학부모들은 학교에 와도 좋다는 내용이다. 유빈이도 그때부터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갈때까지 나에게 올 것이냐고 묻는 것 보니, 은근히 제 부모가 와 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어차피 오늘 오후에 다른 처리할 일도 있어, 교수님께 오늘 하루는 학교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교수님으로부터 그래도 좋다는 답장까지 받은 터였다.
10시와 10시 30분 두번에 걸친 "공연"이라고 하는데, 10시에 하는 것에 참석하려고 부랴부랴 카메라 챙겨서 여름학교가 열리는 클레이튼 고등학교 (Clayton High School)에 가 보았다. 다른 학부모들도 예닐곱명 와서 교실에 자리잡고 앉아 있고, 다른 반의 또래 학생들도 구경 와 있다.
"Tacky the Penguin"이라는 책의 내용을 갖고 나래이션 담당, 펭귄 역할, 사냥꾼 역할 등을 나눠서 하던데, 애들이 웅얼웅얼하면서 읽거나 말하는 내용이 뭔지는 모르겠고, 그래도 제 딴들에는 한다고 준비한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학교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좀 오버인 듯 하기도 하지만) 가슴 뭉클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지금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여러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세상을 사는데 좀 더 크게 바라보고 좀 더 넓게 생각하는 능력을 조금씩 조금씩 배울 수 있을 듯 하여 뿌듯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