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the historian catches will depend partly on chance, but mainly on what part of the ocean he chooses to fish in and what tackle he chooses to use - these two factors being, of course, determined by the kind of fish he wishes to catch. By and large, the historian will get the kind of facts he wants. History means interpretation."
말은 그렇다 치고, 모든 평가가 글쓰기로 이뤄지기 때문에 항상 신경쓰지 않을수가 없다. 그래서 방학을 이용해서 이런 저런 글쓰기 책도 뒤적이고 있는데, 사회과학 입문자 (대개 학부생)를 위한 책이 있었다. 유명한 책은 아닌듯 하지만, 읽기가 어렵지 않았고 글쓰기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예로 든 사례들도 흥미로웠다.
"Writing & Thinking in the Social Science" 라는 책으로 Sharon Friedman & Stephen Steinberg가 지은 책이다.
다른 글쓰기 책과 마찬가지로 사회과학도의 글쓰기는 어떠해야 하며, 특히 서론, 본론, 결론 등의 구성은 어떻게 배치하고, 각각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실제 학생이나 학자들의 글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 또, 리서치 분야별로, 각각의 글쓰기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입문자의 수준에 맞게 쉬운 접근방법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나는 다른 모든 문구 중에서 저 위 인용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아직도 전문을 읽지 않아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아주 유명한 책 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What is history?)에서 나오는 글이라고 한다. 역사에 대한 글이기 때문에 Carr는 역사학자(historian)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사회과학의 접근방법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Carr는 역사학자들의 선택하는 연구소재는 망망대해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어부들이 바다에서 어떤 물고기를 잡는가하는 것은 일부 운에 따른 것이며, 대개는 어부가 어떤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할것인지, 그리고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장소와 도구 선택은 잡고자 하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Carr가 덧붙이는 것은, 역사학자는 그들이 원하는 종류의 팩트를 구하게 되고, 역사란 결국 해석(interpretation)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원리에 따라 공식처럼 움직이는 현상을 연구하지 않는 한, 많은 사회 현상들은 결국 그 현상을 바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식으로 접근되고 해석되고 있다. 국회에서 해머가 등장하고, 전기톱이 등장해서 국제적으로 아주 수치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정치 논리가 가장 첨예하게 다퉈지는 국회에서도 결국은 하나의 논점이나 법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런 폭력사태까지 이르는 것이겠다.
여러 학자들의 리서치 연구물들을 읽어 보면, 똑같은 문제점에 대해서 극과 극의 해석을 내놓은 경우가 종종 있다. 위의 예문에서 Carr가 말하듯이, 결국 사회학자들이 어떤 물고기를 잡을 것인지 생각을 하면, 그에 따라서 장소와 고기잡을 도구를 선택하게 되고, 그런 후에 바다로 나가서 고기잡이를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도 잡히는 고기는 운에 의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따라서, 내가 잡을 물고기를 미리 선정했으면, 왜 그 망망대해 중에서 한 장소를 선택했고, 왜 그 많은 도구 중에서 그 도구를 선택했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잡힌 물고기가 반드시 운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증명도 있어야 할 것이다.
History means interpretation.
꼭 역사에 국한되지 않는, 명문으로 생각된다. 결국 내가 이곳에 적고 있는 모든 글들도 나의 해석으로 적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Document를 이용한 리서치를 설명하면서 인용한 저 구절 이외에도 또 다른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The facts speak only when the historian calls upon them: it is he who decides to which facts to give the floor, and in what order or context."
팩트라는 것은 역사학자가 불러 내와야만 팩트로서 말을 하는 것이고, 어떤 순서나 어떤 상황에서 그 팩트를 불러 낼 것인지는 전적으로 역사학자의 결정에 따른다는 것이다. 얼마나 의미심장한 말인지, 그리고 만약 역사나 다른 사회과학 모든 분야들이 이 처럼 연구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다면 그의 선택이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위험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케 하는 말이다.
저 책에서 도움이 될 만한 기술들은 다른 노트에 옮겨 적었지만, 무엇보다 저 위 구절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수확으로 생각된다. 아직도 저 유명한 책을 읽지 못한 무식을 들어 내놓지만, 시간이 되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꼭 빌려서 읽어 보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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