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생활 어려움 중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그 리스트 중 가장 앞부분에는 반드시 '음식'이라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뭐, 지금이랴 워낙 많은 한국사람들이 외국에서 살고 있고,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일 것이며, 작은 도시면 몰라도 인구가 꽤 되는 도시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인 마켓들도 반드시 한개 이상은 있을 듯 하다.
LA 같이 코리아 타운이 있을 정도의 도시는, 거의 작은 우리나라라고 할 정도로, 웬만한 한국 음식은 모두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순대며, 설렁탕 등 좀 특이하다 싶을 정도의 음식도 판매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개를 잡아서 '보신탕'으로 팔지는 못할 것 같고...)
이곳에도 한국분들이 운영하는 식당도 있고, 한국 음식들을 판매하는 마켓도 가까운 곳에 세 곳이 운영되고 있다. 웬만한 재료는 구할 수 있으니, 정말 음식에 관해서는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까지는 김치를 사 먹었었는데, 와이프가 김치를 한번 담아 보겠다면서 배추와 무우를 사오자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계신 장모님께 김치 담는 법까지 간단히 전수 받아 집에서 배추 김치와 무우 김치를 담았다. (재료 등등을 생각하면 사서 먹는 것이나 직접 담가서 먹는 것이나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집이 김치를 많이 담기에는 편리한 구조가 아니고, 흔히 '다라'라고 불리는, 김치 담는 큰 통도 넉넉치가 않아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충 모양은 내었다.
지금까지 계속 먹고 있는데, 처음 담근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주 맛있게 담가졌다.
김치 담는 것 중에 가장 큰 일 중의 하나는 애들을 뭔가 다른 곳에 집중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자주 쓰는 방법은 쥬니버!
김치를 거의 다 만들었는데, 혜빈은 뭔가에 심통이 났다. 사진기를 앞에 대었더니 기어이 울기까지 한다. 그래도 김치는 다 담가서 다행이다.
보기에 아주 그럴싸하다. 아직 이 무우 김치는 개시하지 않았고, 배추 김치만 먹어 보고 있는데, 배추김치처럼만 담가졌으면 이것도 맛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텐데, 김치를 담가 놓고도 그런 생각을 했다. 김치를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놓은 것을 보고 지금까지는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생각을 했다.
'아, 뿌듯하다...'
예전 어머님들이 김장을 하시고 나서 간혹 '시원하다'라거나 '김장만 봐도 배부르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던데 (지금도 그렇겠지만), 이곳에서 좀 살았더니 그런 어머님 같은 생각이 냉장고 속 김치만 봐도 절로 난다.
'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노우 데이 (Snow Day) (0) | 2009.01.29 |
---|---|
첫 크리스마스 in St. Louis (0) | 2008.12.29 |
길가에 장미꽃 감사, 장미꽃 가시 감사 (0) | 2008.12.01 |
McDonald's (0) | 2008.11.23 |
긍정적이면서도 낙천적으로... (0) | 2008.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