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이 흐리다. 바람도 제법 불고, 기온도 많이 떨어진 듯 하다. 집의 난방은 가스로 보일러를 돌려 집안에 온풍을 날리는 시스템인데, 이 보일러를 이번 달 들어 많이 썼기 때문에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도 된다. 주위 분들 얘기를 들으니, 전기가 아닌 가스로 난방을 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 비용에 비해 실내가 그리 따뜻한 편도 아니다. 처음 와서 많이 들었던 표현 중에 "뼈 속까지 시린 겨울"이란 것을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는 "뼈 속까지" 추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주택구조나 난방 시스템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집이 비교적 추운 것은 확실하다. 더 추워지면 더 실감날 지도 모르겠다.
이곳도 새로 지은 집들을 가보면 그래도 좀 덜 춥고, 난방 시스템도 비용이 절약되는 편으로 설치가 된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한 겨울에도 반바지와 내의만 입고 다니는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다. 요즘, 집에서 긴 옷을 끼어 입고, 양말도 신고 지내고, 늦게까지 책을 봐야 할때면 전기 난방기구를 켜 놓고, 위에 점퍼까지 더 입고 있어야 하는데, 가끔은 정말 따뜻했던 우리의 아파트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오늘은 아내가 유빈이를 내복까지 입혀 보냈다고 한다. 우리 가족에게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려나. 나도 이곳으로 오면서 춥다는 얘기를 들어서 집에 있던 내복을 몇벌 짐으로 부치기는 했었는데, 그러면서도 과연 그 내복을 입을 정도까지 될까 싶었는데, 지금 상황 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월동장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추수감사절 휴일이 다가올 수록 학교는 점점 더 명절 분위기가 난다. 돌아 다니는 학생들의 숫자가 조금씩 적어지고, 저녁까지 도서관에 남는 학생들의 숫자도 적어진다. 학생 주차장의 주차 공간도 얼마전부터는 넉넉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수업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인지 그 원인을 연구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 보니 나도 이제 사상이 아카데믹해지는 좋은 징조인가!
경제 위기가 오려면 따뜻한 봄, 여름에 올 것이지, 타이밍도 꼭 추운 겨울에 맞춰서 오는지 모르겠다. 네이버 경제 섹션을 들어가 보니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이란다. 안보는게 낫지! 주위에도 환율로 인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하다. 아직까지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장기화에 따른 대책으로 생활을 간소하고, 낭비없이 하려고 아내와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잘 풀릴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갖자고 서로 다짐도 하고... (안그럼 어쩔껴...)
그나마 기름값은 1갤런당 1.5불까지 내려갔다. 우리가 처음 왔던 4개월 전만 해도 1갤런당 4불 정도였었는데, 이 몇개월 사이에 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정말이지 "그나마" 다행이다. 학교를 오가는 등하교 길이 그리 멀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름값에서는 절약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처음에 와서 차를 몰고 다닐때는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항상 경제속도(시속 60-80정도면 경제속도라고 하겠지)로 운전하고, 급출발 급제동은 가급적 자제하며, 웬만하면 멀리 가려고 하지 않았었는데,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나의 등하교길 (구글 검색)>
내가 걱정한다고, 그 양에 맞게 경제가 호전되거나 우리 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 그저 생활해왔던대로 절약하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책이나 열심히 보자는 뻔한 결론... 오늘 정착기의 시시하지만 무서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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