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첫 크리스마스 in St. Louis

남궁Namgung 2008. 12. 29. 07:34

 

 

 

연말이다.

 

크리스마스가 큰 명절이라고 하더니 그렇긴 한 모양이다. 학교는 크리스마스날 부터 오늘(일요일)까지 모든 건물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음 달 초에 계절학기가 시작된다고 하나, 그 전에는 문을 연다고 하더라도 학생이나, 직원들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경제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 지는 한참 되었고, 그 영향으로 백화점이나 작은 마켓 등에서도 매출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다. 어떤 곳은 70%까지 할인한다면서 손님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경험했지만, 마켓이나 백화점 등을 가보면 도대체 어떤 경제가 좋지 않다는 얘긴지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이곳도 (크리스마스여서 그랬을지 몰라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타켓(Target)이나 메이시(Macy's) 같은 곳은 주말이나 크리스마스 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어쩔 수 없이 선물은 사야해서 그런지, 아님 못사는 사람들에게만 경제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된 후, 특히 유빈이가 어느 정도 대화가 될 정도로 큰 후 가끔 경험하는 것 중, 소소한 행복이라고 할까, 어쨋든 좀 달라진 점 중의 하나가 있다면 산타를 대신(!)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는 것이다.  쇼핑을 할 때면 네 가족 모두가 항상 같이 다니기 때문에 애들 몰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놓기가 그리 수월치만은 않았는데, 그래도 와이프와 꾀를 잘 내어서 애들 몰래 선물을 샀다.

 

며칠 전부터 미리 어떤 선물을 살지 결정해 놓고, 날을 정해 쇼핑을 모두 마치고 차에 돌아 온 후, 나만 다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척 하고 그 선물을 샀다. 선물이래봐야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고, 이젤에 한 면은 화이트보드, 한면은 블랙보드로 되어 있어서 서서 그 보드에 글이나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도록 된 것이었다. 유빈이가 평소에도 뭔가를 쓰거나 그리며 선생님 흉내를 내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가르치는 시늉하는 것을 좋아해서 고른 선물이었다. 혜빈이는 신발에 대한 욕심이 좀 있어서 어딜 가도 예쁜 신발만 보면 그것 좀 신는다고 소리지르는 경우가 있어, 털 신발로 골랐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애들 잘때까지 기다려, 차 트렁크에 숨겨 두었던 선물을 꺼내와 포장을 하고, 애들 머리 맡에 두었다. (이런 날은 또 왜 그리 늦게 자는겨...)

 

드뎌... 크리스마스...

 

유빈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더니 선물이 있다고 좋아라 소리지른다. 크기가 큰 이젤이 제 것인 줄 알고, 제 품에 안고, 작은 포장지는 풀더니 혜빈이에게 준다. 헤빈이는 그 신발이 맘에 들지 않은지 별로...라는 표정이고...

 

드라이버로 몇 군데 돌려서 조립하는 것이었는데, 가격에 비해서는 그래도 제법 쓸만 한 것 같다. 유빈이도 좋아서 며칠째 그리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붙이고, 떼고...

 

그런데, 이 놈이 크리스마스날 오후에 잘 놀더니 쌩뚱 맞게 갑자기 "아빠, 이거 아빠가 샀지?" 이러면서 묻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어서 와이프랑 나는 "아냐, 산타할아버지가 가져다 주신 거야."라고 답했는데, "아냐, 산타는 없어." 그런다.

 

이 놈봐라... 주위에서 그런 말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을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하우줘가 그러는데, 산타는 없대." (하우줘는 중국에서 온, 유빈이 킨더 같은 반 친구다) 아니, 그럼 선물 사기 전에 일찍 말하던가 하지, 이제서 그런 말 하는 저의는 뭐냐...

 

암튼 와이프랑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는 했지만 저 놈에게는 이미 산타가 허구의 인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럼, 내년 부터는 괜한 돈 주고 남이 사줬다고 하지 말고, 내가 사줬다고 할까나...

 

 

 

 

 

 

이곳은 교회마다 다 치이는 있겠지만,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한인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전날이나, 당일에 예배는 없었다. 그 전주에 성탄 예배를 드리고, 오늘 장기자랑 같은 발표를 한다고 한다. 내가 속한 그룹(group)에서도 연극을 해서 나도 한 역할을 맡았다! 영상으로 촬영해서 그것을 상영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나올지 무척 기대되기도 한다. (봐서,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으면 이곳에 올려볼까... 생각중이기도 한데...)

 

이곳에 와서도 별의별 일을 다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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