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SL 얘기

"모닝커피"의 추억

남궁Namgung 2008. 10. 18. 04:00

 

프리젠테이션을 끝냈다. 자평하자면, 그리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것도 아닌, 무난한 정도의 프리젠테이션으로 생각한다.

 

부담이 무척되었고, 더구나 혼자 해야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뒤늦게 다른 한 학생과 같이 하게 되어 많은 부담을 덜었다.

 

아무래도 웬만한 준비를 해서는 안될 듯 해서, 2주 전부터 읽을꺼리를 모두 읽은 다음 그 글들이 나태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다시 그것을 발표 자료로 파워포인트에 옮긴 후, 발표 내용을 아예 대본으로 만들기까지 했었다.

 

아무래도 영어로 하다 보니 나의 테러블한 발음을 알아 듣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에서 파워포인트로 대강 발표 내용을 옮겼다. 그러다가 아예 도입 부분을 좀 특이하게 하면 어떨까 싶어서 회사(!) 다닐때 정말 지겹게 만들었던 "모닝커피"식으로 발표 요약본도 만들었다.

 

"모닝커피"는 파워포인트에 사진과 음악, 그리고 짧은 글들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일종의 영상물인데, 반응이 그럭저럭 좋았었다. 작년 5-6개월은 그것 만드느라 매주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뿌듯함을 느낀 적도 많았다. 아무튼, 그 비슷한 시도를 하면 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계획으로 수업 내용과 관계된 글들과 사진, 그리고 음악을 모아서 미국판 "모닝커피"를 만들었다. (그것땜에 질렸는데, 여기와서도 결국은 그것을 만들고 있다니...)

 

그리고, 갑자기 음악과 메시지가 나오면 어리둥절 할 것으로 생각되어, 일전에 감명깊게 본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 중에서 주인공 앤디가 교도소 방송실에서 음악을 몰래 트는 장면의 동영상을 4분 정도로 짧게 편집해서 보여줬다.

 

저 주인공 앤디가 음악으로 죄수들을 잠시나마 감동시켰듯이, 나도 너희들을 한번 감동시켜 보겠다...는 취지로...

 

아무튼,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그런 자료를 본 적이 없을 친구들은 내가 화면에 넣은 내용보다는 음악과 사진에 더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그 자료를 보여 준 후, 내가 준비한 부분에 대한 자료를 파워포인트와 함께 설명했다.

 

문제는...

 

대본(Script)을 준비해서 하다 보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책을 읽는 수준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아예 외워서 하거나 그 자리에서 순발력있게 했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다 보니 버벅대면서 영문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 많은 분량은 아니어서 그 당혹스런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기억도 안나는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1학년때 학교에서 하던 "반공" 웅변대회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준비를 잘 해서 대본을 거의 다 외우었는데, 혹시 몰라서 담임선생님께서 준비한 대본을 보고 해도 된다고 했더니, 내가 그 학생 많은데 나가서 책을 줄줄 읽었다고 한다. 보시면서 얼굴이 화끈거리셨다고... 어제는 내가 꼭 그런 기분이었다.

 

어쨌든, 그래도 적당한 수준에서 발표한 것 같고, 다른 친구가 발표하는 중간에 내 의견이나 생각을 발표하면서 몇차례 그 친구들을 웃기기도 했다. 와... 영어로 애들을 웃기다니... ㅋㅋ 초반 도입부에서와 수업이 마무리 될 무렵에 내가 준비한 사례와 생각을 말했더니, 애들이 무척 좋아한다.

 

그래 내 유머는 역시 국제적이야...

 

어제 수업은 범죄 이론 수업이라 말로 다 해결하는 과목이고, 그래서 과제 준비하는 것이나 수업 참가가 항상 부담되었다. 수업 시간에도 거의 말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어제 아주 한을 풀었고, 잘은 몰라도 그 파워포인트와 "국제적 수준의 유모"로 다른 친구들에게 새로운 면모를 보이지 않았나 자평을 해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별 내용은 아니었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하고 그 준비를 하면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게 된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이번 학기에는 없을 것이고, 이제 다음 학기, 그리고 그 이후에도 종종 이와 비슷한 프리젠테이션을 할 것인데, 그때 그때 경험에서 배우는 것들을 잊지 않고, 보완하고 수정해서 발표하는 점에서도 성장할 수 있어야 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 별거 아니지만 혹 글을 읽는 분들이 궁금해 할까봐 화일을 올려 본다. 용량 때문에 파워포인트 화일만...)

 

Presentation_Blog.ppt

 

 

 

Presentation_Blog.ppt
2.73MB

'UMSL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좋을 것이 있으랴!  (0) 2008.10.23
이른 바 "와꾸"  (0) 2008.10.21
비오는 날 순진한 생각들...  (0) 2008.10.16
러닝 프러세스 (Learning Process)  (0) 2008.10.09
우쒸... 몇 년이냐...  (0) 2008.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