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벌써 중간시험을 치르는 과목이 있는 듯 하다. 어떤 친구 말로는 10월 13일이 공식적(?)인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이 날 전후로 해서 많은 과목들이 시험을 본다고 한다.
내가 수강하는 과목 중의 하나도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시험이 있어 부랴부랴 그것을 제출하고 왔다. 오늘 (10. 8. 수요일) 정오까지 제출해야 하는 것인데, 오전 11시 59분에 제출했다. 장하다, 대한건아! 이전의 롸이팅보다는 요구하는 내용이나 페이지수가 늘었고,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아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두개의 롸이팅을 요구해서 어제 밤까지 썼다. 학생마다 쓰는 스타일이 모두 틀리지만, 나는 데드라인보다 넉넉하게 시작해서 초안 대충 써 놓고 좀 더 뜸을 들이다가, 다시 좀 끄적이고 이전에 쓴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고, 다시 좀 더 시간을 보낸 다음에 또 다시 수정,보완하는 식으로 쓰는 편이다.
오늘 제출한 것도 실제로는 하루, 하루 조금씩 조금씩 채웠고, 엊그제 거의 마무리 했다가 어제 밤에 최종본을 만들었다. 똑같은 것을 계속 시간만 끄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해야 내용이 (부실한 가운데서도 그나마) 좀 더 충실해지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하루이틀에 뚝딱하면 그야말로 부실공사로 마무리 될 것이 뻔하다.
아무튼, 두개 모두 15페이지 정도 되는 것(더블 스페이스라 실제로는 그 절반 정도라고 봐야 맞겠다)을 프린트 해서 오늘 오전에 학교에 있는 롸이팅 랩에 가서 수정을 봤다.
http://www.umsl.edu/~umslenglish/writing_lab/writinglab.html
일전에도 잠깐 썼던 것 같은데, 석사나 그 이상의 학생들이 튜터로 일하면서 학생들이 가져오는 페이퍼를 검토해준다.
오늘은 10시부터 문을 열기에 30분 내지 한시간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으로 갔다. 일전에 계속 봐줬던 친구는 오늘은 일하는 날이 아닌지, 다른 동양 여학생이 문법과 글 전개 등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다. 한국인일 것 같던데, 묻지는 않았다. (한국인이 하는 영어는 아무리 빨리하고 능숙하게 잘해도 알아 듣기 쉬운 현상... 아, 이런 현상에 대한 전문 용어는 없나?)
아무튼, 문법과 내용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는데, 아주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혼자 하는 것 보다는 남에게 보여주면 아주 테러블(!)한 실수를 발견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글쓰는데 도움이 될만한 건설적인 조언까지 얻을 수 있다. 물론, 그 학생이 말하는 대로 한다고 해서 점수나, 글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진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내 틀 안에서만 생각했던 글쓰기 방식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아주 큰 도움이다.
많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롸이팅 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인터내셔널 학생은 물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들도 과제나 논문을 쓰면서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나 문법, 구조, 글의 전개, 논리의 흐름 등을 정리하는 것은 영어가 모국어인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어려운 일인 듯 하다. 그래서 이 같은 롸이팅 랩이 대학 내에 설치되어, 학생들의 글쓰기를 도와주고 있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글쓰기에 대해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사이트들도 꽤 있다.
자꾸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말을 하게 되지만, 이런 점에서 우리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이 발전하고, 개선이 되었겠지만 우리 대학에는 논문이나 글쓰기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조언해 주고 교육해 주는 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다니던 대학 시절 (아...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나??)만 해도 논문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 주거나 교육해 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좋지 않은 대학이어서였는지, 많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없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듯이, 모든 사람이 학문적으로, 전문적으로 글쓰는 방법을 배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할 듯 싶다.
어제 저녁에는 다른 과목에 제출했던 과제물을 다시 받아 왔다. 미리 롸이팅 랩에서 문법 검토를 했음에도 몇몇 부분에는 여전히 오류가 발견되었고, 썩 좋지 않은 단어 선택에 대한 교수의 지적도 몇몇 부분 있었다. 그래도 이전 보다는 많이 줄었다. 맞다. 이런 것이 다 러닝 프러세스 (Learning Process)일 것이다.
(** 글을 다 써 놓고 "등록" 버튼까지 클릭했었는데, 한번 읽어 보니 혹 한글로 쓰는 나의 글쓰기는 괜찮다는 취지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몇자 더 적어야겠다. 우리 글을 잘 아시는 분들은 위에서도 수없이 많은 오류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맞춤법도 틀렸을 수 있다. 영어는 물론 한글로도 글쓰기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취지로 받아주시길...
그러고 보니, 일전에 회사(!)에서 한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던 그 분(!) 생각이 나네...
이제는(언제는?) 그 분한테 아부할 일도 없지만, 공공기관에서 우리 말 공부가 소홀하다며 몇몇 시책을 지시하셨었는데, 그 분이 강조했던 다른 몇몇가지와 더불에 그 점에는 (속으로) 아주 찬성이었다. 그 분이 아직도 고위직이시니 지금도 시행 중이겠지...)
'UMSL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닝커피"의 추억 (0) | 2008.10.18 |
---|---|
비오는 날 순진한 생각들... (0) | 2008.10.16 |
우쒸... 몇 년이냐... (0) | 2008.10.02 |
CCJ Newsletter (0) | 2008.09.27 |
엄슬 도서관 (0) | 2008.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