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돌발 영상' 속의 경찰 모습

남궁Namgung 2004. 1. 17. 09:50

어제 글을 하나 써서 발행했는데, 오늘도 다시 하나를 써서 보내 드립니다. 앞으로도 제가 여기서 배우고 있는 것, 배웠던 것들을 틈틈이 쓰려고 계획하고도 있습니다. 어제의 ‘과속 카메라’가 바로 그런 시도(?)의 하나였었습니다.

혹 주위에 경찰이시거나 경찰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 메일 메거진을 모르시는 분이 있으면 맨 아래의 추천창을 이용해서 주위에 추천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제가 파악하기로는 약 1,400여분 정도가 제 메일 메거진을 받고 계십니다. 상당수의 메일은 등록자가 사용하지 않는 메일로 전송이 될 수도 있고, 받기 싫은데 해지하는 것이 귀찮아 받자 마자 계속 지우신 분들을 합하여 절반 혹은 그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몇 백분 정도가 제 글을 읽고 계시다는 것은 제게 큰 영광이며 동시에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제 글을 읽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는 점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적으로 제가 발송하는 내용은 제 홈페이지와 다음의 칼럼 (ncolumn.daum.net/hyonyya)에도 동일하게 올리고 있습니다.)

벌써 주말입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여유로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메일 (hyonyya@korea.com)

홈페이지 (http://hyonyya.netian.com)





‘돌발 영상’ 속의 경찰 모습




인터넷 신문을 통해서 YTN의 ‘돌발영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도 작년 말경에 인터넷 신문 사이트를 기웃기웃하다가 YTN의 ‘돌발영상’을 처음 보았는데, 아주 ‘재미있어서’ 그 후로 단지 그 ‘돌발영상’ 만을 위해 YTN 웹사이트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여기 학교 웹서버를 이용하는 제 컴퓨터로는 다른 사이트의 동영상은 재생되지 않는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만...)


‘돌발영상’은 보통의 신문이나 텔레비전의 뉴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장면들을 포착해서 (혹은 편집하지 않고)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어 실제 정치나 사회의 현장 뒷모습이 어떤지를 시청자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뒷모습’이라고 했습니다만, 그것이 뒷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본모습일지도 모른데, 다른 이슈에 묻혀 많은 시청자나 구독자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쨋든, ‘돌발영상’을 보면서 예전에 알기는 알았지만, 직접 제 눈으로 보지 못했던 정치 현장의 추한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재밌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화 나기도 합니다. 아직 모르셨던 분들은 YTN의 웹사이트에 가셔서 그 돌발영상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www.ytn.co.kr)


제가 ‘돌발영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오늘 (2004. 1. 16.)자로 올라 온, ‘Mr. 매운손’이란 제목이 붙은 영상을 보고서 느낀 점이 있어서 입니다. ‘미스터 매운 손’은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말하는 것인데, 영상을 통해서 전해지는 상황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당은 노대통령의 발언 (개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에 남았다는 등의 발언)을 문제 삼아 청와대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는데, 말이 침묵 시위였지 절대 조용한 시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돌발영상에서는 민주당이 시위하는 장면을 처음에는 아무런 소리 없이 영상 만을 보여 주고 (침묵 시위였음을 조롱하기 위함이었죠), 다시 같은 장면을 실제 현장에서의 소리와 함께 보여주었습니다.


그 앞을 막던 여경들의 폴리스라인은 쉽게 무너졌고,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다시 전경 부대에 막힙니다. 그때 관할 서장으로 보이는 경찰관이 다가가 협상을 제의합니다. 그때 강운태 사무총장 (전 내무부 장관이었다고 합니다.)이 보이자 그 경찰관이 가볍게 사무총장에게 목례를 하고, 강 총장은 ‘나 잘 알지?’ 하면서 정말 잘 아는 듯 말을 놓습니다.


하지만 더 압권은 다음의 장면입니다. 시위 중 앞에서 촬영을 하던 기자들이 조순형 대표의 카메라에 얼굴이 잘 잡히지 않는지 전경에게 ‘전경 머리좀 내려요’ 하는데도 고개를 숙이지 않자 주 대표는 ‘임마, 숙일수 있잖아!’ 하면서 (침묵 시위였음에도) 소리를 치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손으로 목덜미를 내리 칩니다. 아주 잘못없이 맞은 전경이 바로 고개를 들어 쳐다 보고, 조 대표는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장면이 아주 코믹하게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코믹’하지만 슬픈 장면이기도 합니다.


몇 분되지 않는 아주 짧은 영상이지만, 제 생각으로는 우리 경찰의 모습이 그 짧은 영상에 아주 적나라하게 담겨 있습니다.


우선, 국회의원에게 머리를 숙이는 경찰관입니다. (같은 조직에 근무하면서 ‘총경’ (소위 말하는 무궁화 네개)이나 되는 분께 ‘경찰관’이라는 말을 쓰기가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경찰의 상징성을 위해 그대로 경찰관이라는 말을 씁니다.) 아직도 우리 경찰의 모습은 바로 그런 것 같습니다. 권력자의 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는 우리 경찰의 현 주소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왜 거수 경례가 아니고 ‘가벼운 목례’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가 바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관할 서장으로 보이는 그 경찰관에게 ‘나 잘 알지?’ 하며 쉽게 말을 놓는 국회의원의 모습도 우리 경찰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친분만 있으면, 그리고 경찰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힘 있다고 생각되면 경찰의 권위나 위엄을 전혀 생각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로 그 의원의 한마디에서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대표가 전경의 목덜미를 때리는 것을 보면 우리 경찰이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아득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쪽에서는 아직도 ‘폭력 경찰’, ‘민중의 몽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경찰은 시민에게 ‘맞는 경찰’, ‘폭력 당하는 경찰’이라는 것을 그 짧은 한 장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이 모인 한 집단의 대표라는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제복을 착용한 경찰에게 손을 내리치는 모습에서 제가 이런 감정을 가진 것이 잘못된 것일까요? 목덜미를 맞고서 조대표를 째려 보기 위해 고개를 확 치켜 올렸던 전경의 그 ‘순진함과 용감무쌍함’에서 제가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낀 이유가 무었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한겨레 신문에는 이필렬 교수가 ‘경찰의 폭력은 무조건 정당한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가 폭력을 휘둘러도 똑같이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된다. 오직 정당한 방어만이 허용된다. 그들에게는 폭력시위 가담자를 끝까지 찾아내서 처벌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위대가 각목을 휘두른다고 해서 시위대를 한쪽으로 몰아넣고 곤봉과 방패를 마구 휘두르는 것은 정당한 방어의 차원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이것은 감정에 휘둘려서 저지르는 공격적인 폭력이고, 따라서 시위대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엄정한 처벌로 다스려져야 하는 것이다. (2003. 11. 21.)


한편으로 맞는 것 같지만 달리 생각하면 일방의 상황만을 강조해서 경찰의 ‘폭력’은 절대 불가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교수가 제목에서 ‘무조건’이라는 전제를 붙였다는 점에서 일정 상황에서의 물리력 행사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법 차원의 주장을 떠나서 제 짧은 생각만을 말한다면 저는 ‘정당방위 차원에서만 경찰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주장이 옳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 행사를 억압하는, 문자 그대로의 ‘폭력’이 용인되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의 법집행에 불법으로 대응하는 자 (그것이 시위대이든, 범죄자이든)는 그 ‘불법적인 물리력 행사’를 온전히 저지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당한 법집행을 하면서도 ‘맞고 있는 경찰’에게 ‘정당방위 차원에서만 물리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기도 하고, 국가 공권력 권위의 확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찰관 개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위험한 발상이고, 잠재적 범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선량한 국민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일보 2004. 1. 9.자에 실린 도성진 논설위원의 ‘전,의경이 얻어 맞는 나라’라는 글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은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경찰은 시위대가 의사를 평화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 수단을 사용하면 가차없이 진압한다. 프랑스에서는 화염병과 같은 인명 살상 가능성이 있는 흉기를 소지만 해도 엄벌한다.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정착하려면 엄정한 법집행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집회의 성격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은 시위 주체들에게 내성만 길러줄 뿐이다.


폭력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캠페인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집회의 탈법과 불법에 대해서는 경찰력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것이 전.의경의 안전을 보장하고 비폭력적인 시위 문화를 점진적으로 함양하는 지름길이다.


법제처의 ‘월간법제’ 2003. 1.호 내용 중 한 서기관의 유럽 방문 중 경험담에 있는 다음과 같은 글에서 외국의 전형적인 예를 찾아 본다면 너무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오스트리아에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 오스트리아 경찰청을 방문한 우리 경찰청 방범담당자들이 일반인들의 경찰서 난입에 대한 대처방법을 물었단다. 오스트리아 관계자는 놀란 표정으로 한동안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공권력에 대항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적인 공간이 개방되어 있다는 것과 공권력의 실제적인 힘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이율배반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정상이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돌발 영상을 보고나서 느낀 ‘찝찝한 감정’을 간단히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맞고 있는 경찰관에게 ‘정당방위’의 요건만 충족하는 범위에서 방어할 것을 요구하시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오늘 정복을 입고 근무 중인 경찰서장이 시위 중인 국회의원에게 당연하듯 목례하는 것을 보면서, 그 경찰관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하는 의원을 보면서, 그리고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지 않는데 왜 고개를 숙이지 않느냐고 목덜미를 ‘내리치는’ 한 정당 대표를 보면서 대한민국 경찰의 현 주소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할 일이 많다,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 지도층이 고쳐야 할 것이 많다는 느끼게 됩니다.



<관련정보, 사이트>

돌발영상 (YTN)
http://www.ytn.co.kr

경찰의 폭력은 무조건 정당한가 (이필상, 한겨레 신문, 2003. 11. 21.)
http://www.hani.co.kr/section-001057000/2003/11/001057000200311211827174.html

전의경이 얻어 맞는 나라 (도성진, 중앙일보, 2004. 1. 9.)
http://news.joins.com/opinion/200401/09/200401091752482501100010101012.html

유럽 방문에서의 단상들 (최형찬, 월간법제, 2003. 1. 제541호)
http://www.mole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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