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레이와의 동행기 2

남궁Namgung 2003. 12. 7. 04:15




한국의 날씨가 무척 추워졌다고 하더군요. 건강하신지요? 2003년 한해도 저물고 있습니다. 항상 12월이 되면 특별한 성과도 없이 또 한해를 보낸 것 같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제게도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여기 영국도 날이 꽤 쌀쌀해졌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한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눈도 거의 오지 않아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생각될때도 있습니다. 작년에는 눈이 왔었는데, 아는 분들에게 듣기로는 이 지역에서 몇년만에 내린 눈이라고 하더군요.





이곳은 요즘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시내가 아주 들썩들썩합니다. 다른 명절과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도 지나치게 상술화 되었다는 생각을 여기서도 해 봅니다. 크리스마스 전에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될지 모르겠는데, 혹시 그 전에 찾아 뵙지 못할 것을 생각해서 '메리 크리스마스...' 를 미리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레이와의 동행기' 두번째를 보내드립니다. 내용을 쓰다 보니 어쩔수 없이 영어를 많이 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에 좀 거슬리더라도 저와 여러분의 이해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으니 이해 바랍니다.




그럼, 건강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이메일 (hyonyya@korea.com)



홈페이지 (http://hyonyya.netian.com)












레이와의 동행기 2













오늘 쓰는 글의 이해를 위해 먼저 제가 사는 지역과 이곳 지방 정부의 구조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거주하며 공부하고 있는 지역은 영국의 남서부(South West) 지역으로, 그 중 데본 주(Devon county)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적합하지 않겠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우리나라의 제도와 비교하자면, 주(county)는 ‘도(道)’ 정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라고 보면 될 듯 싶습니다.




그 카운티는 다시 작은 지역으로 나뉘는데, 이곳 데본 주의 예를 들면 그 주 내에는 엑시터 시 카운슬 (Exeter City Council) 등 모두 8개의 지역 카운슬이 있습니다. (Mid Devon District Council, North Devon District Council, South Hams District Council, Teignbridge District Council, Torridge District Council, West Devon Borough Council)




다시 지역 카운슬 내에는 타운 (town)과 패리쉬 (parish) 카운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지역 카운슬은 ‘군(郡)’, 타운과 패리쉬는 ‘면(面)’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 카운슬과 지역 카운슬, 그리고 그 아래에 타운, 패리쉬 카운슬의 세 단계로 지방 정부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이를 삼단계 체제 (three-tier system)라고 합니다. 예외적으로 유니터리 (unitary)라고 하여 독자적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지방정부도 있습니다만 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잠깐 말씀드렸듯이 현재 제가 거주하는 지역은 데본 카운티 (Dovon County) 내의 엑시터 시티 카운슬 (Exeter City Council)이 관할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제가 업무를 배우기 위해 출퇴근을 하고 있는 티버튼 경찰서 (Tiverton Police Station)는 데본 주에 속하지만 미드데본 지역 카운슬 (Mid Devon District Council)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그 미드데본 지역에서 청소년과 관계된 제반 문제를 상의하고 추후 계획을 수립하여 집행한 후 평가하기 위한 여러 기관 담당자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LPIG (Locality Planning and Implementation Group)라는 모임의 하위 모임(sub group)입니다. LPIG는 데본 주 차원의 그룹이고, 각 지역별로 그 하위 모임이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임의 목적은 어린이와 청소년 (0-19세)들의 관심과 문제를 파악하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지역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에 의해 각 기관들이 업무를 집행하며, 그 후 그 집행된 업무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이 그룹은 이미 형성되어 있던 데본 주의 청소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쉽 (Devon Children and Young People's Strategic Partnership)에 의해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실까 해서 좀 길게 설명을 드렸지만, 이런 복잡한 구조적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0세에서 19세에 이르는 이들을 어린이와 청소년(children and young people)이라 이름 짓고, 이들을 위해서 경찰, 건강 기관 (Health Service), 사회 업무 담당자 (Social Worker), 청소년 업무 담당자 (Youth Officer), 주 카운슬 (County Council), 지역 카운슬 (District Council) 담당자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결정하는 그 과정에 제가 포함되었다는 것을 우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동행하고 있는 레이(Ray)의 경찰내 업무가 청소년 담당(Youth Affair)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지금 어린이와 청소년(이하 청소년이라 하겠습니다)을 위해서 무엇이 문제이고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협의 (consultation) 절차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성인들, 특히 공공 기관의 청소년 담당자들이 청소년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설정해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과 직접만나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에게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들의 생각하기에)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고, 그들이 정부나 다른 기관들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협의 절차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정확히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일부 논란이 되는 법이나 정책 등을 시행하기 절에 ‘청문’ 절차를 때때로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시행하는 ‘협의’ 절차는 그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즉 일방적으로 정해진 정책에 대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아주 폭넓은 일정 목표만을 설정한 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자체를 협의하는 것입니다.




레이는 이와 같은 청소년들과의 협의 과정에 제가 참여해서 일정부분 도움이 되는 것을 원했고, 제가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해서 지난 달부터 본격적인 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첫 모임에서는 (2003. 11. 14.) 개략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어떤 청소년을 참여시킬 것이고, 그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이며, 언제 하는 것이 좋은지 등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추후 모임 (2003. 12. 5., 즉 어제)에서 더 깊은 의견을 나누기로 했었습니다.




지난 주 초, 레이는 두 번째의 모임에서 협의 (consultation)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내가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레이가 생각하는 의견을 적은 종이 한 장을 주면서 자기 생각에 구애될 것 없이, 어떤 식으로 청소년 협의를 할 것인지 발표해 보라고 했습니다.




제가 그들의 업무에 도움이 되겠노라고는 약속했었지만, 그저 단순한 일을 도와주면서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그들의 업무방식을 보려고 했던 것이 솔직한 제 의도였는데, 레이의 그런 제안은 제게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거절은 하지 못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레이가 주는 회의 관계 서류를 복사해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지금은 그 관련 서류를 몇 번 읽어 봐서 왜,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한 회의인 것을 알지만 지난 주 레이가 그 서류를 줄때까지만 해도 이들이 만나고 있는 회의가 무엇을 위한 회의인지도 몰랐었을 때였습니다.




집으로 와서 관계 서류를 한 번 읽었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약 30여페이지가 되는, 서 너개의 다른 서류였는데, DCYPSP, LPIG, YOT, IRT 등등 설명도 없는 약자들은 더더욱 이해를 어렵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을 찾으며 두세번 정도 읽으니 이 회의가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떻게 구성되었으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감’이 왔습니다.




그때부터 다시 ‘협의 (consultation)'의 방법(method)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으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노동당 정부가 청소년과 관련하여 우선시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그린 페이퍼 (Green Paper) '모든 어린이가 중요하다 (Every Child Matters)'를 훑어 보았더니, 이 정부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파악한, 우선시 해야 할 목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건강 (Being Healthy), 2. 안전 (Staying Safe), 3. 즐거움과 성취 (Enjoying and Achieving), 4. 사회에 대한 공헌 (Making a Positive Contribution), 5. 경제적 안정 (Economic Well-being)







보시다시피 위 목표는 정부 차원에서 제시한 아주 광범위한 목표이고, 각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목표를 염두에 두고 그 지역의 청소년들이 어떤 것을 더 관심에 두고 있는지, 그 지역에서는 그 중 어느 것이 더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협의에 대한 자료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많이 찾다 보니 읽어야 할 양이 많아졌습니다만, 여러 자료를 읽으니 전반적인 이해가 쉬웠고, 윤곽이 잡혔습니다.




여러 연구 자료를 읽은 후에 협의에 관한 개괄적인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왜,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언제’ 협의할 것인지 항목별로 나누어 여러 보고서들이 강조한 것과 제가 생각하는 것을 간단히 넣어서 정리했습니다.




그 보고서를 며칠 전 레이에게 보냈고, 레이는 영어 문법적인 수정과 자기가 생각하는 점을 약간 추가했습니다. 다시 그 수정을 토대로 제가 재편집했고, 레이는 그것을 다시 약간 수정해서 최종 보고서를 인쇄했습니다.





레이는 저 보고 발표 (presentation)까지 하라고 했지만, 제가 약간 부담이 되어 레이에게 ‘네가 하는 것이 낫겠다’고 한발 빼서 실제 회의에서는 (저의 ‘작품’이라고 소개한 후) 레이가 간단히 발표했습니다.




그 보고서의 내용 중 하나였던 ‘협의전 협의 (pre-consultation)’가 앞으로의 과정에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 제가 제안했던 것들 몇가지가 (물론 다른 연구물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계속 상의될 예정입니다.




준비할 때는 상당히 부담이 되었지만 막상 그렇게 준비를 해서, 저의 의도한 바를 그들이 받아 들여 앞으로 그렇게 진행된다고 하니 제 스스로는 상당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제게 전혀 다른 분야일 수도 있는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들었던 자료입니다. (MS 워드로 작성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제가 말씀드리는 영국은 잉글랜드와 웨일즈(England and Wales)를 말합니다) 협의 (consultation)라는 과정이 단지 청소년들의 정책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정부기관 등 여러 공공단체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정부기관에게는 그와 같은 협의 과정이 법적 의무로 규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또한 그 협의를 통한 과정은 정책에 충실히 반영되고, 그 반영된 내용은 협의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에게 다시 알려 주는 과정 (feedback)이 있습니다.





어제의 회의를 바탕으로 내년 1월에 있을 회의에는 ‘협의전 협의’ 과정에 어떤 청소년 그룹을 참여시킬 것인지, 장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토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서로 다른 기관들의 담당자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고, 또 회의의 의제가 다른 곳으로 세기 일쑤며, 길게 토론해도 결과는 미미할 때가 많습니다만 그런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되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의 이견이 조율되기도 하고, 여러 독특하고 참신한 의견들의 제시되기도 합니다. 바로 이것이 파트너쉽 (partnership)의 장점이기도 할 것입니다.





부담되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지난 주와 이번 주간의 과정을 통해서 상당히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다음에 다시 도움될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관련자료>



Department for Education and Skills (2003), Every Child Matters




Children's Group (2003), Local Preventative Strategy





Nacro (2001), The Southwark Youth Involvement Study





DHSSPS (2003), Guidance on Consultation Methods For Managers within the HSSPS Family





Audit Commission (1999), Listen Up! Effective Community Consul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