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특별한 새 학기

남궁Namgung 2021. 9. 4. 05:19

출근할 때 보니 하늘이 꽤 흐리더니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사무실 밖으로 보이는 다운타운 위로 구름이 꽤 끼어 있다. 잠시 비가 왔었는데 앞으로 더 올지 모르겠다. 며칠 덥더니 오늘은 꽤나 선선해서 흐린 날씨가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주로 새 학기의 두번째 주를 보냈다. 학기 시작 직전에 캠퍼스의 규정이 바뀌어 건물 내에서는 교직원 학생 등 모든 이가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의무화되었다. 백신 접종 여부와는 상관이 없이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다.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전달되는 이메일을 보니 일부 따르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은데, 다행 나의 교실에서는 아직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첫날에는 규정을 잘 모르는 학생이 마스크 없이 참석하기도 했고, 어떤 학생은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을 착용했었는다. 조용히 규정을 고지하니 다음 시간부터는 학교 방침을 따르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고, 신속하게 생산되어 미국 각지로 배포가 되었음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데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역사적인, 정치적인 이유라고 설명하는 것 같은데, 과학을 신뢰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같이 엉뚱한 거짓 정보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다. 백신 배포 이후로 많이 줄어들던 확진자의 숫자도 다시 증가 추세라고 하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일부 주에서는 여유 응급실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야외 활동이 많은 한 여름에도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증가했는데 이제 조금씩 선선해지고 곧 겨울이 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암울할 뿐이다. 

 

나의 학교에서는 꽤 많은 수업들이 대면 수업으로 시작되었고, 나도 두개의 과목을 대면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전의 보통 학생수가 25명에서 30명이었는데, 지금은 수강 학생을 20명으로 줄여 교실을 다소 덜 복잡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교실에 들어가 보면 그리 한산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 숨에 벅차곤 한다. 이전보다 큰 숨쉬기를 자주 하고, 말하는 사이사이에 좀 더 많은 틈을 주고 있다. 그래도 이전보다 힘들거나 더 피곤한 것 같지는 않고, 약간 불편한 정도로 생각된다.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 과목을 선호하기도 하고 대면 수업을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는 약간의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대면 수업을 선호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직접 학교로 나와 가르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그리고 너무 오랜 기간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일을 하다 보니, 간혹(!)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로 재택근무에 대한 재평가 혹은 최소한 재택근무의 유용성/효율성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연구가 펼쳐졌고, 당분간은 이 논의가 계속될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캠퍼스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출퇴근 시간을 잡아먹기만 하는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은 아니다. 출퇴근 시간에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이나 기분 전환 등은 분명 업무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느껴지고 있고, 홀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의 효율성이나 집중도는 집에서 일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자주 나와서 사무실을 "애용"할 계획이다. 


여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일은 유빈이의 대학 입학이었다. 올해 초에 유빈이가 가고 싶어 했던 몇몇 대학에서 입학 통보를 받았었고, 이곳 콜로라도를 포함한 여러 대학들의 조건과 프로그램, 장래성 등을 고려한 끝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학교로 결정했었다. 

 

유빈이는 대학 입학 후에 수강해야 할 교양과목 몇개를 이곳에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와 나의 학교에서 공부해서 학위를 마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자는 나와 아내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따랐다. 그리고 지난주 월요일(8/23)에 온 가족이 캘리포니아로 날아가서 화요일에 시작했던 기숙사 입소를 보고 왔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적으로 퍼지고 있어서 여러 가지 우려가 있고, 캘리포니아도 규정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지만 다행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기는 하지만) 대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인 일이다. 

 

기숙사 들어가는 날에 함께 짐을 나르고 간단한 정리를 도와주고 왔다.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꽤나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 하지만 굉장히 좋은 영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대학으로만 알고 있던 곳인데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제가 알아서 책임있고 계획적으로 생활해야겠지만, 일단은 대학생활을 충분히 즐기는 것도 신입생으로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제 혼자 떨어져서 생활을 하고 있고 어쩌면 앞으로 계속 떨어져 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이들을 독립시키는 과정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와 닿는다. 기숙사에 있기 때문에 최소한 숙식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아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유빈이 걱정이고 연락이 없는 애한테 서운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부모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키만 크고 몸만 커서 어디를 가도 걱정인데, 더구나 멀리 떨어뜨려 놓고 오니 걱정이 안 된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일일 것이다. 집에서만 자주 혼났지 그래도 학교나 다른 곳을 가면 항상 나이스하고 책임 있게 맡은 일을 해 왔으니, 계속 그리하리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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