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리 놀랍지 않다. 이곳에 온 첫해 (2013년)에는 10월 초에 그 겨울의 첫눈을 맞았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였던가. 그 겨울의 마지막 눈이 5월에까지 내려서 힘들게 출근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저 덴버니까... 하고 있다.
아직도 여름에 이를때까지 내리는 눈, 가을을 채 보내지 못하고 있는데 내리는 눈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신기하지는 않다.
그저께 오후부터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지난 주 초부터 일기예보를 통해 눈 소식을 계속 들어 왔었지만, 때에 어울리지 않는 한파, 그리고 어쩌다 보면 뚝뚝 떠러지는 함박눈은 생경하다. 나도 일이 있어서 학교를 나갔다가 유빈이 학교에 들러 데리고 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급적 오후에 유빈이와 혜빈이를 데리고 얼마 전에 등록한 헬스 클럽에 다녀오곤 하는데, 이 날은 다녀 오기에 제일 좋은 날(?)이었다.
몇 주전에 헬스 클럽을 등록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어떤 것이 제일 큰 작용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우선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헬스 클럽이 새로 생겼다. 처음 이동네로 이사 왔을 때는 Safeway 라는 동네 마켓이 있었는데, 이곳이 장사가 잘 안되는가 싶더니 문을 닫은지가 꽤 되었었다. 그러다가 이곳에 헬스 클럽이 생겨서 올 초에 문을 열었고 광고 전단지도 오랫동안 뿌려왔었다. 어떤가 싶어서 애들을 데리고 갔었는데, 유빈이 혜빈이도 새로운 시설이 마음에 드는지 등록하고 싶다고 해서 두번째 방문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물론 자동차로 3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있다는 클럽의 입지도 중요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고 유빈이와 나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도 운동을 찾아서 하는 성격이 아니고,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릴 정도로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유빈이의 생활을 보면 그 활동량이 지극히 적어 성장에 걱정이 될 정도이다. 학교도 차로 오가야 하고, 예술 학교라서 그런지 체육 활동 같은 것이 교과 과정에 들어 있지도 않는데다가 나를 닮아서 그런지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거나 돌아 다니는 것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한동안 아내와 의논하던 차에 헬스 클럽이 생겨 이 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다니면서 유빈이와 혜빈이 운동을 시키기도 하고, 나도 아주 오랜만에 땀을 흘리면서 몸을 움직이고 있다. 주로 런닝머신 (treadmill)과 노젓는 기계 (rowing machine)를 쓰고 있는데 숨이 턱턱막히게 뛰거나 노를 젓고 나면 기분이 아주 상쾌해지는 것은 나쁘지 않은 후유증이다. 올해 초부터 공원을 걷는 것으로 운동 같은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그 다짐이 식지 않고 계속 해나가고 있어 혼자 뿌듯하게 생각할 때도 있다.
<숨차게 운동을 한 후 헬스클럽 앞쪽으로 크게 난 창문에 서서 밖을 보니 눈이 계속 뿌려대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날이 안에서 운동하기 제일 좋은 날인지 모르겠다.>
저녁에 한시간이 조금 되지 못하게 운동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 동안에도 눈은 계속 내렸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꽤 많이 쌓여있었다. 다행 생각보다 밖의 기온은 그리 낮지는 않은지 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눈이 거의 쌓여있지 않았고, 다만 실컷 잎을 키우던 나무들은 물먹은 눈이 무거운지 곳곳에 휘여 있는 것들이 많이 보였다.
이제 5월이니 더 이상 눈이 올까 하는 생각이 있지만, 그래도 혹 모른다... 여긴 덴버니.
주말이 끝나고 이제 곧 새 한주가 시작된다. (2017. 4. 30.)
5월이면서 봄학기로서는 제일 마지막 주이다. 이번 한 주동안 학생들 발표를 듣고, 과목을 마무리하면 다음주는 학기말고사 기간이다. 한주 한주 빠르게 간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빠르게 한 학기가 지났고, 올해의 1/3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몇일 남지는 않았지만 한 학기를 그래도 큰 이슈없이 보내서 다행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런 성과도 있었던 터라 그리 아쉽지만은 않다.
이제는 곧 시작될 여름방학을 위해 준비를 해야 할 터이다. 글도 쓰고, 여행도 하고, 운동도 하고, 쉬기도 하고, 연구도 진행해야 하는데, 올 여름부터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꼼꼼이 진행과정을 체크할 생각이다. 학생들의 과제와 페이퍼만 마감일에 맞춰 점수를 매기고 의견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내 개인의 생활과 계획하는 일들도 구체적으로 마감일을 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가벼운 채찍질도 해서 헛된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와서 새로운 직업을 시작한 지 만 4년, 8학기를 보내고 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거나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그래도 첫학기보다는 좀 더 나은 두번째 학기, 2년차보다는 좀 더 나은 3년차를 보내와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할일이 더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새로 시작한 이 직업에 성취감을 느낄 때가 적지 않아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할 때가 적지 않다.
앞으로도 계속 하루 하루에 대해 감사하고, 매일마다 그날까지의 생활을 되새김질 하는 일도 거르지 않고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덴버 (Denver) 정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숙함의 증표 (0) | 2020.10.19 |
---|---|
할머니와의 추억 (0) | 2016.09.09 |
전지 (0) | 2016.04.05 |
이제 겨울은 지하로... (0) | 2016.01.01 |
겨울 나는 소소한 재미 (0) | 2015.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