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2017년 첫 Snow Day!

남궁Namgung 2017. 1. 6. 09:53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눈이 꽤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예보에 따르면 약 7-8인치 정도 온다고 했으니 20센티미터 정도로 온다는 것이었다.어제 혜빈이 학교 끝난 후 데리고 오면서도 눈이 꽤 오기 시작했는데, 혜빈이 선생님들도 눈이 많이 와서 학교를 올 필요가 없을(일명 Snow Day) 가능성이 많다고 몇몇 선생님들이 말씀했다고 한다.


나와 유빈이는 아직도 방학이기 때문에 눈 때문에 학교갈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혜빈이 학교가 어떻게 될까 싶어서 어제 밤에도 몇차례 창밖을 쳐다 보면 혜빈이와 함께 눈이 많이 오길 빌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 옆에 둔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이곳 교육청에서 오늘 수업이 없음을 알리는 이메일을 6시도 되지 않아 일찌감치 학부모들에게 보내 놓았다. 7시가 조금 넘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게슴츠레 한 눈으로 나의 침실에 들어오는 혜빈이는 분명 학교로부터 소식이 있었나 하고 물어 보려는 것이었는데, 오늘 스노우 데이이니 가서 더 자라고 했더니 여전히 눈도 뜨지 못한 상태로 제 방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올해의 첫 스노우 데이가 시작되었다.




나도 늦잠을 자서 아직 잠이 깨지 않은 상태로 잠옷을 그대로 입은 상태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내 책상에 앉아 아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집 아저씨가 눈 치우는 기계로 자기 집 앞은 물론이고 우리 집 앞까지 치우는 모습이 보인다. 9시가 넘은 시간이니 그렇게 이른 것은 아니었다. 나도 가끔 이웃집 아저씨 앞길까지 치워주기 때문에 부지런히 먼저 눈을 치워주는 아저씨한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기계를 돌려 집 앞 거라지 앞길 (driveway)까지 치워주는 것을 보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작년에 내가 한번 치워준 것 때문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치워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앞길까지 눈을 치우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어제 예보보다는 적게 온 것 같지만 그래도 약 15센티미터 정도 되게 눈이 꽤 많이 왔는데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 덕분에 눈을 쉽게 치울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유빈이와 도서관에 잠시 다녀왔는데, 아저씨가 눈을 치운 이후로도 계속 눈이 흩뿌려서 좀 쌓여있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쌓인 눈을 치웠다. 다음에 눈이 오면 내가 좀 더 일찍 일어나 치워야 겠다는 빚진 마음을 갖게 되었지만 기분 좋은 날이다. 



<며칠 전 생일이었던 유빈이는 제 생일 선물로 몇몇 영화 DVD를 "요구"해서 아마존(Amazon.com)에서 제가 원하는 것을 몇개 주문했다. 

어제부터 계속 우체부 아저씨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오늘도 도서관에 다녀오면서 근처 주민들의 "집중 우체통"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일박스로 향한다. 

다행 오늘 제가 주문한 것이 모두 와서 기분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


<그렇게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눈이 쌓이면 치우기가 그리 쉽지도 않은 크기이다. 다행히 옆집 아저씨 덕분에 남은 눈을 치우기가 훨씬 더 수월했다. 

춥지만 따뜻하게 시작하는 새해다.> 



2017년이 시작된지 5일이 지나긴 했지만 기분 좋은 눈이 와서 푸근하게 느껴진다. 비오는 날과는 달리 눈오는 날이면 괜스레 더 따뜻하고 포근한 맘이 드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가깝기는 하지만 더 가까운 도서관이 있기에 한동안 가지 않았던 도서관(Smoky Hill)을 며칠새 다니고 있다.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 차로 약 3-4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면, 이곳은 약 6-7분 정도 걸린다. 약 2년 전에 가보고 근래에는 가지 않다가 이번 방학에 분위기 전환(?)겸해서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전에 갔을 때는 잘몰랐는데, 이번에 가보니 내부가 상당히 넓고 시설도 깔끔하며 직원들도 아주 친절하다. 이전에 만들었던 내 도서관 카드를 분실해서 새로 만들었고 유빈이도 제것을 만들고 며칠새 같이 다니고 있는데, 저도 분위기나 시설이 맘에 드는지 내가 간다고 하면 잘 따라 나오고 있다. 아마 전에 다녔던 도서관에 비해 많은 DVD와 CD가 있는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가 싶다. 


며칠새 이 도서관에 앉아 새로운 학기의 학업 계획서를 가다듬고 있고, 새로 시작한 온라인 강의 내용을 계속 수정하고 업데이트 하고 있다. 셋째주 화요일 (1월 17일)에 시작하니 아직도 2주 가량 남아 있어서 마음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리고 지난 학기를 마치고 작년 말에 이미 새 학기 학업 계획서의 큰 줄기를 어느 정도 업데이트 해 놓았기 때문에 요즘에 하는 일은 주로 사소한 것들을 정리하는 수준이다. 


나는 특히 학업계획서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지금까지의 많지 않은 경험으로 보건데 학업계획서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할 수록 그 학기가 훨씬 더 수훨하다. 학업계획서는 물론 학생과 교수의 계약서 같기도 한 것이고, 나의 한 학기를 약 네달간의 여행이라고 한다면 세부적인 여행 계획서라고 할수도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야할 길과 묵어야 할 숙소, 봐야 할 것을 미리 리서치 해서 꼼꼼하게 계획할수록 그 여행에서 생길 수 있는시행착오가 적고, 만약 실수를 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도 어렵지 않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당황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라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금도 계속 학업계획서를 몇번이고 보고 또 보고 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이번 학기도 지금 내가 머리속과 계획서 상으로 짷아 놓은 것들이 그대로 실행되도록 하려고 한다. 


이번 학기가 시작되면 여러모로 바쁜 한 학기가 될 것 같다. 곧 바로 있을 학회에서 다른 교수들과 같이 진행하기로 한 세션 준비도 해야 할 것이고, 얼마 전에 수정을 요구한 논문을 고쳐서 다시 보내야 할 것이며, 지금 계속 쓰고 있는 책의 초고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끝내고자 한다. 후배와 함께 써 놓은 논문도 바로 저널을 찾아 보내고자 하고, 이전부터 계획만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연구계획도 쓰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학기에 새로 가르치기로 한 청소년 범죄 (Juvenile Justice and Delinquency) 과목을 새로 공부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 가장 시급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과에서 새로 요구하는 일도 분명 있을 것이고, 지난 여름에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한 GIS 훈련도 이어서 받을 생각이다. 테뉴어를 받는 승진심사가 내년으로 다가 왔기 때문에 가급적 그 심사 기준에 맞도록 대부분의 항목을 만족스럽게 미리 채워 놓는 것은 가장 우선 순위에 있어야 할 것이다.


올 여름방학이 지나면 유빈이는 고등학생 (9학년)이 되고, 혜빈이는 중학생 (6학년)이 된다. 지금까지 나름 이곳의 학사 과정에 잘 적응하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학업적으로 정서적으로 꾸준히 뒷받침 해줘야 할 것이라는 것은 물론이다. 가급적이면 유빈이와 같이 영화 보는 기회를 더 가지도록 하고, 여름에 기회가 되면 영화를 좀 더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에 보내는 것도 생각 중이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조금씩 눈에 띄게 나오는 뱃살을 그저 나이탓이나 이곳의 환경 탓으로 할 것이 아니라, 식단과 움직이는 환경을 바꿔서 좀 더 건강한 신체 (그리고 정신)로 만들도록 하고자 한다. 집 근처에 새로운 피트니스 센터가 생긴다는데 그곳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더 가까운 공원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는 아내와 상의해서 결정하려고한다. 


옆집 아저씨가 나의 "앞마당"을 치워 주듯이 나도 남과 이곳 지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도 되고 싶고, 아이들에게 보이는 나의 뒷모습을 따라서 배울 정도의 부모가 되고 싶다. 꼭 직업 때문은 아니더라도 매일 하루에 30분 정도씩은 책을 읽고, 읽은 것을 되새기면서 생활에 적용하려고 해보고 싶다.기분에 따라서 이 아니라 의무적으로라도 나의 생활과 생각을 글로 옮기는 습관도 한번 도전하려고 한다.


2017년. 


아마도 2주 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또 다시 새로운 각오와 다짐들이 생기고 분위기도 새롭겠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도 행복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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