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지금 몇시야?"
아내가 화들짝 놀라면서 아침 잠을 깨었다. 깜짝 놀라 침대 옆의 시계겸 알람겸 라디오를 쳐다 보니 6시 40분이다. 평소 같으면 거의 출근이나 학교갈 준비를 마치고 집 밖을 나가려고 할 시간이다. 잠이 확 깨면서 바로 유빈이 방으로 가서 깨웠다. 아무리 늦어도 7시에는 출발해야 하니 20분 정도 밖에 시간이 없다. 나는 오늘 수업이나 다른 일이 없어 학교에 갈 일은 없기에 내 준비 시간은 별로 걸리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유빈이 한테 간단히 씻고 나가자고 해도 저 사춘기 소년은 기어코 간단히라도 샤워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 사이 나는 밖에 세워둬 서리가 앉고 꽁꽁 언 차를 녹이기 위해서 차 시동을 걸고, 아내는 재빨리 부엌으로 가서 학교로 가는 길에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준비해서 집을 나온 시간이 7시 10분. 학교가 7시 40분에 시작하고, 평소의 교통량 대로라면 어느 정도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도 학교로 가는 길의 통행량은 다른 때와 비슷했다. 225번 북쪽 고속도로를 탄 후 콜로라도 대학병원 쪽으로 나가서 유빈이 학교 방향으로 향했다. 어제 아침에는 추운 날씨에 눈도 어느 정도 와서 출근 시간이 평소보다 두배 정도 걸렸는데, 오늘 아침의 대부분 큰 길은 모두 치워진 상태였다.
학교에 도착해 보니 7시 35분 정도 되었다. 게으른 부모때문에 온 가족이 "유빈이 학교 보내기" 군사작전을 하듯 아침을 보냈다. 그나마 늦지 않게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이번주로서 학기 수업이 모두 끝났고, 우리 대학은 다음 주가 기말고사 기간이다. 한 과목은 학생들과 한국으로 다녀온 것으로 채워졌고, 다른 한과목은 온라인이기 때문에 실제로 기말고사를 치루는 과목은 두과목이다. 엊그제 모두 체크를 했기 때문에 이제 학생들이 시험을 치루기만 하면 된다. 한국에서 이곳으로 귀국한 직후 학생들의 페이퍼 과제를 채점하느라 좀 힘들기는 했어도 이 일도 모두 마친 상태이다.
객관식 문제와는 달리 페이퍼 과제 같은경우에는 아무래도 교수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채점을 할 수 밖에 없을진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학생들이 내가 매긴 점수나 나의 간략한 코멘트에 문제를 삼고 연락해 온 경우는 없었다. 미리 채점 기준을 제시해 주고, 페이퍼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수업시간에 몇번이고 반복해서 주지시켰으며, 점수만 주는 것이 아니라 두세 문장이라도 나의 의견을 남기는 것이 아직까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다음 주 기말고사가 마치면 학생들의 점수를 학교 시스템에 입력하면 나의 이번 학기 업무는 마쳐지게 된다. 다음 주 금요일에 학생들 졸업식이 있는데 거기에 참석해서 졸업하는 학생들을 축하해 주면 공식적인 일은 마무리 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달, 그리고 내년인 2017년 1월 17일에 봄학기가 시작되는 약 1달 가량의 겨울방학을 갖게 된다.
항상 그렇듯 이맘 때가 되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 읽지 못했던 것, 쓰지 못했던 것을 하려고 하고, 애들 방학도 곧 다가 오기 때문에 애들과 함께 잠깐이라도 가봐야 할 곳도 생각하게 된다.
아침에 유빈이와 혜빈이를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 와서는 책상을 정리하고 짐을 챙겨서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와 있다.
얼마 전 온라인으로 요청해서 도착해 있는 책을 집고, 다 읽지도 않을 것이면서 책꽂이 이곳 저곳을 서성이면서 제목이 낯익거나 혹은 흥미로운 것들을 꺼내 놓았다. 클래식이라 불리는 소설도 하나 집었고, 유명 법률소설가가 쓴 책도 하나 집었으며,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책들도 몇권 집어 놓았다.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골라 내는 것만으로도 뭔가 큰 소득을 얻는 것 같은 생각이 들때가 많다. 어떤 때는 읽지 않아도 이미 머리 속이 반짝반짝 하는 것 처럼 유쾌할 때도 있다. 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만, 체크아웃 해서 도서관을 나올 때면 뭔가 교양인이 된 듯한 착각도 기분 좋은 일이다.
대부분의 책들은 거의 다 마치지 못하고 다시 이 도서관으로 돌아 오겠지만, 한 책마다 10페이지씩만 읽더라도 큰 소득일 것이다.
2016년도 저물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체감되는 시간 흐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사람들의 말에 동감하게 된다. 대단한 뭔가를 해 놓은 것 같지도 않고, 대단한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도 이렇게 2016년이 다 흘러갔다.
어제도 저녁에 책상에 가만 앉아 있으면서 "올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봤는데, 어영부영 하다가는 이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겠다. 지난 한 해만 정리하고 내년 한해만 계획할 것이 아니라, 지난 30대와 40대 초반을 돌아 보고, 남아 있는 40대와 그 이후까지도 계획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봤다. 아직까지도 내가 40대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데, 이렇게 실감나지 않게 있다가 50대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공포(?)에까지 이르렀다. 준비하고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맞아 들여야지, 수동적으로 있다가는 시간들에게 "당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지난 날을 돌아 보고 앞으로의 날을 계획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지난 날과 앞으로의 날들도 함께 평가 해보고 구상해야 할 것도 당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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