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정신줄 더블체크(double-check)

남궁Namgung 2016. 10. 5. 09:41

크게 확대해석을 하거나 다른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하지만 최근 들어 생기는 "깜빡증"이 계속 나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어제는 아침에 유빈이를 학교에 내려 주고 계속 차를 몰아 학교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주차장이 여러군데 있지만 학교 중심부에 위치한 주차장, 즉 교실이나 다른 건물들에 가까운 주차장은 주차비가 꽤 비싸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주차기에 동전을 넣거나 신용카드로 계산을 할수도 있지만 일단 시간당 최소 1불 정도가 되고, 아침에 일찍 오더라도 좋은 자리는 이미 차가 세워져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최소한 대여섯시간을 일하다가 가야하기 때문에 종일 요금제로 내는 것이 제일 합리적인 선택이다. 내 사무실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주차장은 하루에 6불이 넘고, 점점 멀어질 수록 1불에서 2불 정도 저렴해 진다. 


언젠가 미국의 한 노벨수상자였던 교수에게 노벨상을 타고서 제일 좋아진 점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학교에서 무료 주차자리를 준 것이라고 답한 것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가 된다. 다운타운 근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차비가 더 비쌀 수 있는데, 모두 이번 학기부터 생긴 새로운 부담이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약 10분 정도만 걸으면 그나마 학교에서 제일싼(!) 자리가 있다. 3.25불이니 그렇게 싸다고 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다운타운 근처에서루 종일 이렇게 주차를 할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이번 학기 시작 전부터 주차에 대한 정보를 학교 웹사이트에서 계속 검색해 보다가 찾게 되었는데, 보통 학교에 8시쯤 도착해서 가 보면 자리도 충분히 있다. 느긋하게 사무실까지 걸어 가면 부족하나마 아침 운동도 된다. 


보통 주차장 한가운데 설치된 주차기에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는데, 아뿔싸... 어제는 차를 내리면서 지갑을 찾으려고 하니 지갑이 없다! 아마 시간이 약간 늦어 유빈이랑 정신없이 나오다가 책상 위에 두고 그냥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락도 싸 왔고, 과에 들어가는 ID 카드도 이미 문이 열려 있는 낮동안에는 그리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다른 것은 쓸 일이 없지만 당장 주차비를 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대책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대로 세워두면 가끔 주차장을 돌아 다니는 관리요원들이 분명 티켓을 둘 것이 분명하고, 그 외에는 달리 답이 없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고 차 안의 동전박스를 열어 보니 다행히도 은색 동전들이 꽤 보인다. 그래서 다 꺼내 보았더니 1센트, 5센트 짜리를 제외하고 25센트와 10센트짜리를 다 합해서 3불이 된다! 25센트짜리 (쿼터, quarter) 하나만 더 있으면 당장 주차비가 해결되는데 어쩌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 앞쪽에 막 주차를 하고 짐을 챙겨 내리려는 아저씨가 보인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가서 25센트짜리 하나만 주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하나 꺼내 준다. 


그래서 주차를 하고, 과로 들어 가서 수업과 일들을 잘 마치고, 다시 유빈이를 데리고 집으로 갈 수가 있었다. (2016. 10. 3.)




오늘 (2016. 10. 4)은 유빈이가 첼로 오케스트라 연습이 있는 날이다. 몇번 쉬는 날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매주 화요일인데, 바로 오늘이다. 나는 수업이 없는 날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교를 가지 않고, 도서관에서 일이나 공부를 하다가 유빈이를 만나 첼로를 건네 주는 식으로 해 왔다. 유빈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빈이 학교를 빌려 연습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유빈이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일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유빈이를 픽업하고 첼로 연습시간 (5시 반)에 다시 이 학교로 데리고 와서 연습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데리고 가곤 한다. (그래서 내게는 화요일이 다소 피곤한 날이기도 하다. 하긴 유빈이도 피곤할 것이다.)


오전에 유빈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서 좀 있다가 유빈이 악보와 첼로를 챙겨서 다시 도서관으로 왔다. 다음 주에 학회에 가서 발표할 것이 있어 그것을 좀 정리하고, 다른 학교 일도 처리를 하면서 기다렸다. 2시 55분에 끝나는 유빈이를 픽업해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도서관으로 다시 돌아가서 오케스트라 연습을 기다렸다. 


거의 시간이 되어 도서관 앞의 패스트푸드 점에서 유빈이 저녁을 사주려고 가방을 싸려고 생각해 보니... 또 다시 아뿔싸! 


가만 생각해 보니 아침에 첼로를 가방에 넣으면서 첼로 활(bow)은 넣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넣은 기억이 없어 차로 가서 확인할 것도 없이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해 보니, 집에 있단다. 시간은 4시 40분. 


아내에게 학교까지 가져 오라고 하고 유빈이를 패스트푸드점 (Arby's)에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이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요즘 왜 이러나 싶다. 애들한테는 뭐 잊어 버리거나, 숙제를 잊거나, 숙제를 하고도 집에 두고 가는 일이 있으면 핀잔을 주면서도 내가 이런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도 두세번을 내 사무실 열쇠를 집에 두고 와서 과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학교 ID카드를 잊어서 새로 발급 받기도 했었다. 이전에도 이런 깜빡 증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그 빈도가 조금 늘지 않았나 싶다. 


굳이 핑계를 찾고 변명거리를 찾자면, 아침 시간에 유빈이를 재촉하면서 급하게 나가는 경우가 많아 잠시 내 일이나 내 소지품을 챙기지 못하는 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면 대부분의 것들이 안정을 찾아 예상대로,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내가 하는 일,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좀 더 신경쓰고 챙기고,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일이 적어지지 않았나 싶다. 


집을 나갈때 포켓을 한번 더 만져보고, 문을 닫으면서 다시 한번 오늘 가져가야 할 것이나 해야할 일을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일을 다시 챙겨야 할 일이다. 


하루 종일, 매사에 정신줄 꽉 잡을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중요한 순간 순간에 정신줄을 놓지는 말야야 할 일이다. 




유빈이 학교 근처에는 꽤 깨끗한 공원이 있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몇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어서 유빈이 픽업을 위해 나오는 시간보다 약 30분 더 일찍 나와서 공원을 걸었다. 


요즘 운동량도 적고, 특히나 바람도 선선하게 불면서 날씨가 무척 좋아 한번 가을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30분 정도 걸었는데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하늘빛도 좋고, 나무에 달려 있는 잎사귀의 빛도 무척 좋다. 앞으로 가끔 이렇게 공원에서 산책하리라 다짐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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