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겨울이 다가오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겨울을 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셨었다. (생각해 보면 예전의 겨울은 왜 유독 더 춥게 기억이 되는지...)
창문과 방문 주위에 문풍지를 붙이거나 비니을 씌워 외풍이 적게 하고, 연탄을 창고에 가득 쌓고, 김장을 하는 등의 일들은 1980년대를 지냈던 여느 집에서 많이 했던 "겨울 나기" 과정이었다. 물론 요즘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온수 기구 (연탄불 위에 물통과 연결된 뚜껑을 덮어 물을 데우는 장치)를 들여 놓아 아침에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게 하는 것도 그 과정 중 중요한 하나였다.
먼 이국에 살면서 가족을 위해 그렇게 월동 준비를 하시던 부모님 생각이 자주 든다. 또한,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해서는 미리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아파트에 살 때는 월동 준비며 집안 수리 같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여기 집으로 이사 온 후로는 한달에 한두번, 그리고 철이 바뀔 때마다 뭔가를 해야 하는 일이 잦다. 특히나 이곳의 "역동적인" 겨울을 준비하면서는 더더욱 그렇다.
얼마 전에는 봄, 여름, 가을 동안 잘 썼던 스프링클러 안의 물을 모두 뽑아 냈다 (일명 blowout).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하우스에 살면서 이 파이프 안의 물을 제거해 놓지 않으면 추운 날 물이 얼면서 관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년에는 이 불로우 아웃 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위에 아는 분이 해야 한다고 하기에 전문가를 불러 돈을 주고 처리 했는데, 올해는 내가 직접 해봤다.
대형 철물점(?)이라고 할 수 있는 홈디포 (Home Depot)에서는 장비도 빌려 주는데, 이곳에서 블로우 아웃 작업에 필요한 에어 컴프레서도 빌려주고 있었다. 30불 정도를 주고 네시간을 빌린 후 컴프레서와 물 파이프를 연결하는 조그만 부품을 사서 전날 유튜브를 통해 배운대로 했더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지하에 내려가서 밖의 스피링클러로 연결되는 관을 잠그는 일부터 시작했다. 에어 컴프레서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바람이 스피링클러 관으로 들어가 남아 있는 물을 모두 밖으로 뿜어내는 것이 작업 원리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람을 불러 하는 작업이나 내가 장비를 빌려 하는 것이나 비용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주위에 아는 분과 얘기 했더니 이 방법 말고도 적은 비용으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내년에는 그 방법도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이 일을 마치고 집 뒤쪽으로 나와 있는 수도관도 꼭 잠근 후 못쓰는 티셔츠로 감은 후 테이프로 다시 감아 아주 추운 날 물이 얼어 집 안의 파이프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한 해, 한 해 나의 집 관리 능력(?)이 일취월장하는 듯 하여 뿌듯하다.
며칠 전에는 애들이 거실에 트리를 설치하고, 집 앞에 크리스마스 조명 장치도 설치하자고 졸라서 작년에 쓴 후 지하실에 고이 넣어 두웠던 것들을 꺼냈다. 약간 성가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 놓기만 하면 뿌듯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연말이 되었고, 이제 2015년도 3주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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