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랜 만에 교회 근처의 맥도날드 구석에 자리 잡았다. 금요일이면 7시부터 9시까지 하는 애들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전에는 아내가 좀 데리고 다니다가 요즘은 내가 데리고 온다. 혜빈이는 제가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선호가 분명한 편인데, 유빈이는 집 밖에서는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도서관이건 교회이건 학교이든 가리지 않고 참여하려고 한다. 적극적으로 하려고 해서 데리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생각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무척 대견하게 생각된다.
지난 주에도 그러더니, 오늘도 유빈이와 같은 교실에 있는 메이슨이라는 친구 아버지가 전화해서는 저녁에 같이 놀 수 있냐고 묻기에 교회 프로그램을 데리고 왔다. 제 아버지 닮아서(??) 사교성도 좋아, 그런 점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교회에 애들을 내리고 오면 저녁을 먹는 사람들도 좀 북적이다가 8시가 넘으면 하나 둘씩 돌아가기 시작해서 이 시간 즈음이면 (8:42) 많이 한산하다. 예전에는 잡지를 가져와서 읽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곤 했는데, 요즘에 급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서 며칠 동안 계속 자료 만들기로 분주하다. 빨리 툭탁툭탁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주말도 이것으로 시간을 다 보내게 생겼다.
한국은 설날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다는데, 벌써 다섯해째 설날 명절을 한국에 있는 가족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추석때도 그렇듯, 어머니와 장모님은 우리가 없어서 매번 서운하다고 하시는데, 번번이 죄짓는 듯하게 죄송하다. 같이 나눠서 해야 할 일과 도리를 하지 못해 형과 형수, 누나와 매형에게도 항상 미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에도 전화 한통화로 "때우게" 된다. 명절 아침 밥을 같이 먹게 되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그나마 논문에 약간의 진척이 있었고, 머리 속에 두리뭉실하게 있던 생각들이 엉성하게 나마 글로 표현되서 교수님께 드릴 수 있었다. 다음 주중에 만나서 상의를 해서 정교하게 할 수 있도록 갈피를 잡아야 할 것이고, 지금 준비하는 것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따로 연습해야 하기에 당분간은 좀 바삐 지내야겠다. 그러고 보니, 요즘처럼 바쁘게 지낸 것이 얼마만인가 싶다. 아내에게도 농처럼 얘기했지만, 예전 한참 바쁜 부서에 있을 때는 한달에 20여일 정도는 머리가 멍... 해 질 정도로 뇌를 쓴 것 같은데, 며칠 전부터 논문 프로포절 준비와 다른 준비를 하면서 아주 오랜만에 그때 느꼈던 "뇌근육의 피로(?)"를 경험해 봤다.
대전에 같이 모여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것이 잘 되도록 꾸준히 빈 슬라이드를 채워 가는 일... 그것이 2013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맞는 설날의 모습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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