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타고 난 것 같다. 같은 시골 출신, 아니 나보다 더 시골 출신인 친구 중에는 서울을 좋아하는 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정 중에, 이곳에 같이 생활하셨던 분들의 초대를 받아 잠깐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 누님이 서울에 살기 때문에 출국 직전에도 있기는 했었지만, 이때의 "특별한 경험"은 다시 한번 "아, 서울!"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분들과의 약속을 마치고 누님 집으로 가기 위해 탄 지하철이 그 방면 마지막 기차였었나 보다. 마지막 역에서 (나를 포함해) 우루루 쏟아져 내리는 사람들, 그리고 조금이라도 먼저 택시나 버스를 잡기 위해 후다닥 달리는 사람들이 벌이는 광경은 흡사 전쟁터, 혹은 피난처로 향하는 길이 이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누나가 말해 준 버스를 타는 것도 힘겨워 보였고, 택시를 잡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처럼 보였다. 누나에게 전화해서, 다행 지하철 역에 누님 집이 가까이 위치해서 나를 데리러 나와주었기에 어렵지 않게, 그 역경을 헤칠 수 있었다.
"아, 서울!" 아마, 이런 번잡함을 즐기거나, 이런 경험을 싫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미 이런 모습이 별스럽지 않게 생각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아니다. 억지로 이런 환경에 처해지지 않는한, 내 스스로 이 곳에 위치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날, 다시 대전으로 내려가는 길. 급히 내려갈 것도 없고 해서 새마을호를 탔다. 대학시절부터 참 기차를 많이 탔었지만, 새마을호는 그 비용 때문에 아주 특별한 일이나 있어야 탔었는데, 이제는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KTX를 타는 듯 하다. KTX로 대전까지 1시간 걸리니, 이전에 무궁화호를 타면서 맥주캔을 사서 먹던 그 여유는 없어지지 않았을까...
대전역의 광경은 무척 낯 익지만, 역 뒤로 (대전 기준으로는) 높은 쌍둥이 빌딩이 서 있는 것이 생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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