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긴 여름방학동안 그렇게 게으르고 늘어진 생활을 했었는데, 개학을 했다고 스스로 느끼기에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을 차려 공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사실, 지난 월요일에 개학을 했다는 것이 나의 생활에서 그리 큰 변화를 가져올 일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 학기에 특별히 티칭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난 학기를 마지막으로 코스웤도 마쳤기 때문에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학교로 출근하고, 내 사무실에서 (아직까지는) 부지런히 책과 글을 읽는 것을 보면 내가 단단히 철이 든 모양이다.
물론, 그냥 그렇게 변하지는 않았다. 다 이유가 있다. 더구나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이 약간, 아주 약간 부지런해 졌다면 그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코스웤기 없기에, 즉 수업을 듣지 않기에 과제나 시험 같은 부담감은 없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한 부담감이 있다. 코스웤을 마친 후, 1년 이내에 "고품질"의 페이퍼를 두개 생산해 내야 하는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오히려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쉬웠던 것 같다는 생각이 벌써 든다. 내 아이디어로, 내가 데이터를 모아서, 내가 직접 분석하고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것인지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깨닫고 있으니...
<학과 웹사이트에 올려진 페이퍼 데드라인. 내가 2011년 봄 학기에 코스웤을 마쳤으니,
2개의 페이퍼는 2012년 5월 12일 오후 5시까지 제출되어야 한다. "에이... 9개월이나 남았는데..."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무튼,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지금까지 읽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수없이 흝어진 퍼즐조각 모으듯 천천히 모아야 한다. 더구나 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 시간을 단축하려고 하니, 이전의 자세로를 되지 않기 때문에, 나의 생활이 이렇게 "건전"해 진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내가 머릿속에 그려 놓고 있는 스케쥴대로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진행되도록 "일"해야 하리라.
지난 학기에 다시 사무실을 5층으로 옮겼다. 다들 나를 싫어해서 여기 저기 옮겨 다닌다...^^
5층 사무실은 가장 구석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처음 오는 사람들은 찾기도 쉽지 않은데, 내 개인적으로는 아주 맘에 든다. 크기도 꽤 큰 편이고, 더구나 나 혼자 쓰기에 남에게 방해를 주거나 방해를 받을 일이 없다. 이전에는 이렇게 좋은 사무실도 자주 이용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작업을 주로 여기서 하려고 한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이 오가는 시간이나 기름값은 적게 들지만, 학교 자료를 찾기에는 아무래도 캠퍼스 안 사무실이 편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문을 닫아 놓으면 (얘네들은 사무실을 잘 닫아 놓지 않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다.
앞으로 자주 쓰려고, 얼마전 월마트에 쇼핑하러 갔을 때 작은 커피메이커도 사고, 커피, 티도 사왔으며, 가까운 달러숍에서 1불짜리 머그컵도 사왔다. 요즘 자주 애용하고 있다...
<래리 화이트는 이전에 이 사무실을 쓰던 사람이라고 한다. 한번도 보지 않았는데, 아직 이름표를 떼어 놓지 않았다.>
<항상 그렇듯, 어디나 그렇듯, 지저분하게 "정리"되어야 집중이 잘되는 나의 특별한 성격은 이 사진들에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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