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이런 것이 애비 마음

남궁Namgung 2011. 7. 10. 08:50

 

 

벌써 여행까지 다 다녀온 후라, 약 2주 전쯤에 찍었던 사진들에 글을 달기가 쑥쓰럽다. 분명 사진 찍을 때는 몇줄 끄적일 글까지 머릿 속에 같이 있었을터인데, 지금은 그 기억이 많이 없다.

 

다만 저 잔디들은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어 무릎까지 커 오르면 동네에서 눈총을 한 눈에 받을 듯 하여 급히 깎아 놓은 것. 예전 같으면 한 두어번 더 깎았어야 할텐데, 계속되는 고온 현상과 오지 않는 비로 인해 크게 자라지 않았다. 내게는 다행이라고 하면 너무도 이기적일 수 있지만, 세입자로서 앞뜰 잔디에 아주 많은 정이 가지 않는 것이 그리 이상한 현상은 아닐 듯...

 

 

 

 

 

 

애들에게 농작물 크는 모습도 보여줄 겸해서 화분으로 된 토마토 2개, 딸기 1개를 사왔었고, 그 중 토마토는 땅에도 옮겨 심었었다. 당시만 해도 이 정도로 괜찮아 보였는데, 약 1주일여 관리(라고 해 봐야 물주기 뿐이지만)를 하지 못했더니 화분에 있는 놈은 가지 몇개가 타들어 갔다. 다 죽은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계속 물을 주니 다행 다른 부분들은 괜찮게 유지해 주고 있다.

 

 

 

 

올해도 역시 효자는 깻잎이다. 호스로 쭉...쭉... 두세번 물을 휘갈겨 뿌려 주는 것 이외에는 특별하게 해 주는 것도 없는데, 저렇게 잘 자라주고 있다. 키가 왜 30센티도 되지 못하게 안 자라는지는 아직도 이 "초보 농군"에게는 불가사의 한 일이지만, 그래도 수확해서 먹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특히, 여기의 깻잎 가격이 꽤(솔직히는 너무) 비싼 것을 생각한다면, 그 맛은 정말 대단하다.

 

 

 

 

나의 마지막 "green kids"는 바로 고추. 씨로 뿌렸는데, 2주 전 쯤이 저 정도였고, 지금은 저 모습보다 훨씬 더 튼실하고 예뻐보인다. 단 한알의 씨앗이 저렇게 "어엿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저 작은 화분 하나에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좀 더 일찍 파종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후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뿌렸던 것 같고 곧 있으면 수확할 것 같은 기대를 한껏 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같은 화분에 씨로 뿌렸다가 저 펜스 밑으로 옮겨 심은 모종 들은 키도 크게 자라지 않았고, 다른 크기도 지금 저 사진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 땅, 즉 흙도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아마도 그늘이 많이 드는 곳에 심어서 그러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 같은 배에서 난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유전 외에 주어진 환경이 많이 좌우하는 것이 사람이라는데, 저런 작은 식물 또한 큰 예외는 아닌듯 하다. 사실, 저 펜스 밑에 있는 놈들에게 물을 줄 때마다 미안하다. 이런 것이 애비 마음?

 

 

 

 

 

생각보다 애들이 저렇게 자라는 작물들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약간 실망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게 주는 기쁨과 위로와 위안(??)은 꽤 크다. 물론, (깻잎의 경우) 나의 체내로 들어가 영양을 통해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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