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다 사진 화일로 붙이려고 다음 맵에서 나의 고향을 검색했다가 살짝 놀랐다.
이 전에 친한 선배와 통화를 하면서 나의 동네 인근에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때는 깜짝 놀랐으면서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었다. 그러다가, 오늘 지도에서만이라도 실제 그 인터체인지가 동네 인근에 있는 모습을 보니, 영 다른 동네를 보는 것 같다.
어릴 적, 더 시골에서 살았던 친구들 (옥가실, 대양리, 오번리 등 출신)에게는, 나의 고향이 면사무소가 소재한 곳이고, 다방과 당구장, 단란주점도 몇개씩 있고 (이것도 자랑?), 중국집도 서너개가 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지만, 그래도 항상 시골로 생각했던 고향인데, 그러던 동네가 너무 "도시화(?)"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아쉬운 생각도 든다.
그 선배 말로는, 백제문화단지인가 하는 큰 문화시설이 들어 서서 그 근방은 거의 몰라볼 정도라고 하시던데, 그런 모습까지 직접 보게 되면, 기분이 좋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하긴 내가 고향에 가 본것도 거의 4-5년 되가는 것 같다. 어머니가 대전으로 이사오신 이후로는, 고향까지 들어갈 일이 없었고, 그저 장암에 들러 성묘만 하고 다시 대전으로 돌아가곤 했었으니...
<부여 IC... 아, 정말 생경하다!>
어렸을 적부터 살았기에, 고향인 은산에 있는 몇몇 음식점은 내게 맛집으로 남아 있다. (물론, 그 집들이 아직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집 바로 앞에 있던, 나의 동창친구네 가게였던 지산식당 짬뽕은 아직까지 그 맛을 능가하는 중국집을 만나보지 못했을 정도다. 이 맛집은 나중에 다시 회상할 일이 있겠지만, 갑자기 고향 맛집이 생각난 것은 다름 아닌...
닭똥집 때문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이곳에서도 닭똥집 (영어표기로 gizzard라고 쓰고 있다)을 Dierberg's 같은 데서 팔고 있다고 알고 있었고, 예전에도 아내가 사와서 한번 여러 양념으로 뭍여 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닭똥집을 좋아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우리 집 근처, 은산 사거리 한 켠에 있던 페리카나 통닭집 (아... 아쉽게도 나의 짧은 기억력 때문에 그 치킨집이 페리카나 였는지는 정확치 않다)에서 팔았던 음식 때문이다.
당연히 치킨 집이니, 닭을 튀켜서 그대로 양념으로, 혹은 후라이드로 파는 집이었는데, 가게 안에서 생맥주나 다른 "주류 일체"도 팔았기에 그 외에 간단한 몇몇 다른 안주도 팔았던 것 같다. 예컨대, 골뱅이도 있었는데,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바로 닭똥집 튀김이었다. 통닭에 입히는 "옷"을 입혀서, 역시 통닭을 튀기는 기름에 튀겼던 것 같은데, 그게 어찌 맛있었는지 생각나는 경우가 많았다.
<아래 빨간 점이 예전 그 집, 위 노란 점이 우리 집>
지난 번에 아내를 졸라 아내가 했던 것은 그와는 약간 다른 방식, 즉 닭똥집을 이런 저런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과 함께 섞는 식으로 요리를 했었는데, 맛이 괜찮기는 했지만, 나의 기억 속에 있는, 그 은산 사거리 통닭집의 닭똥집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어제 저녁. 아내에게 한번 비슷하게 해 보자며, 다시 저녁에 집앞에 있는 Dierberg's에 가서 gizzard를 한 팩 사왔다. 다행 여기서도 닭똥집은 그리 비싸지 않았는데, 3불이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내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우유에 담근 후, 다시 물에 넣고 삶았고, 그것을 건져 낸 후로부터 내가 한번 "요리"를 시작해 봤다.
올리브 오일로 후라이팬을 달구고, 삶아진 닭똥집을 넣은 후, 집에 있던 마늘을 씻어 작게 자르지 않고, 큰 마늘 그대로 한주먹 넣었다. 역시 Dierberg's에서 사 온 고추도 잘라 넣고, 양념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바베큐 할때 사용하고 있는 (소금, 후추로 된) 양념통을 빙빙 돌려 간이 되도록 뿌렸다.
그리곤 호일로 후라이팬을 덮고, 어쩌다가 휘휘 저어 주었는데....
와...
결과물이 아주 괜찮다.
은산 사거리 통닭집 닭똥집과는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그 모습 그대로 나왔다. 더구나, (내가 별로 한 것은 없지만) 라면 이외에도 내가 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 법도 한 음식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그리 뿌듯할 수가 없었다.
맛?
아주 괜찮다. 어제 사진을 찍어 놓을 것을 깜빡했지만, 정말 괜찮았다. 하루 동안 공부하느라고 고생한 나의 지친 두뇌를 쿨 하게 해줘야겠기에 맥주 한 잔과 함께 먹는데, 이건 완전 신선 놀음이다. 유빈이도 밥과 함께 주니 꽤 맛있게 먹는다. 그리 오랜 시간과 노력, 정성을 들이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것이기에 다음에도 적당한 안주꺼리가 없으면 다시 시도해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요리라는 것도 그저 단순하게 여성에게 미뤄 놓아야 비남성용 작업이 아니라, 두뇌회전에도 꽤 도움이 되고, 적당한 성취감도 주는 꽤 수준높은 노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저나, 그 사거리 치킨집과 그 메뉴는 진짜 아직도 그대로 있으려나... 내가 마지막으로 맛 본 것이 벌써... 10여년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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