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3월의 함박눈

남궁Namgung 2011. 3. 27. 05:15

3월도 다지나가는 이 즈음에....

 

창 밖을 보니 함박눈이 내린다. 한가한 주말, 한달 전에 저렇게 뿌려대는 눈을 봤다면 푸근해 보이기도 하지만, 타이밍을 훨씬 지나치고 저렇게 내리는 눈이 좀 쌩뚱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학교 가는 날이 아닌 때에 저렇게 내려서 다행이기도 하다. 잠시 밖에 나갔다 왔는데, 벌써 차가 다니기에는 불편할 정도로 눈이 많이 쌓이고 있다.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어떻게 된 것 아닌가???

 

 

주말이면 거의 대부분 그렇듯, 늦게 일어나서 게으름을 부렸다. 그래도 어젯밤 시원한 맥주 없이 그냥 취침해서 그런지 개운하게 일어났다. 아무런 방해 없이 내가 일어나고 싶은 때 일어나는 그 기분은 정말 상쾌하다. 아내는 아내대로 일어나서 빨래며 집안 정리 등 이런 저런 살림을 "보살피시고," 나는 나대로 기분이 상쾌할 때를 활용하기 위해 읽기와 쓰기를 좀 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한가하기에 유빈이의 워크북을 좀 보살펴 주기도 했다. 유빈이를 앉혀 놓고 워크북을 할때면 거의 대부분 그랬듯이, 좀 큰소리로 혼내기도 하고, 다독거리면서, 글쓰기의 기본을 좀 설명해 줬다. 속으로는 "이게 얼마나 비싼 강의인지 알기나 알어??" 하면서 애비로써 자질이 떨어지는 생각도 하다가, 알아서 학교 공부 따라갈텐데 너무 억지로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앉아 있기 싫어 해서 몸을 배배 꼬더니, 제가 좋아하는 공룡 (dinosaur)의 예를 들어 설명해 줬더니 금새 호기심을 보이면서 나의 지도편달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준다. 아, 나의 이 타고난 티칭 능력!!!

 

 

특별히 갈데가 없으면 항상 가는 곳이 도서관이다. 집에서 가까워 바람쐴겸해서 데리고 가는데, 애들도 좋아해서 다행이다. 아직까지는 책을 엄청나게 읽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것저것 신기한 것들을 많이 빌릴 수 있는데다가, 저희들이 좋아하는 DVD도 골라서 빌릴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인 듯 한데, 어쨋든 아무때고 간다고 하면 신나서 따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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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유빈이가 다이너소어에 완전히 빠져 있다. 책도, DVD도, 글쓰기도 온통 공룡에 관한 것이다. 남의 집 애들 얘기를 들어 보면, 어릴 적에 자동차를 좋아했다느니, 인형을 좋아했다느니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유빈이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러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룡에 흥미를 갖기 시작해서, 지금은 어린 공룡 전문가라고 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인 듯 하다. 아무 것에도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보다, 그래도 뭔가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좋을 듯 싶어, 아직은 방해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

 

 

 

도서관 가는 길. 불과 한시간 전만 해도 차가 다니는 길은 그래도 눈이 쉽게 녹았었는데, 지금 보이는 밖의 도로는 벌써 꽤 쌓여 있다. 다행히 기온은 그리 낮지 않은 듯 하여 쉽게 녹을 것 같기도 하고...

 

 

 

 

 

밖에서 애들 사진을 한 두장 찍고 도서관으로 들어가려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오면서 우리들에게 "Merry Christmas!" 하고 인사해 준다. 한 겨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분위기다.

 

 

이렇게 3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이 지나고 있다. 나도 할 것은 좀 있지만, 주말이니까, 일주일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엊그제 도서관에서 빌려 온 DVD 하나를 보면서 머리를 좀 식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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