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생긴 "이상한(?)" 버릇 하나.
가끔, 내겐 아주 한밤중이라고 할 수 있는, 새벽 4-5시 경에 깰때가 있다. 그래봐야 한달에 한번이나 될까, 아니면 두달에 한번 정도 될까 하지만, 이전에는 1년에 어쩌다 한 두번 이라고 할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었는데, 이제는 그 빈도가 좀 늘었다. 이 정도 갖고 나이 먹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겠지만, 지금도 일어나 있으면서 좀 "요새 왜이러지..."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꼭두새벽" 4시 반경에 깨서 이렇게 있는데... 다행 며칠전보다는 덜 추워서 히터를 틀지 않고도 그냥 있을만 하다. 다음주에 한 과목 시험, 또 다른 과목의 페이퍼 이렇게 두개의 과제만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학기가 거의 다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일어난 김에 그 과목들의 문서자료들을 컴퓨터에 모두 다운로드 받아 놓는 작업을 했다.
어제도 한 과목의 발표 (presentation) 차례가 되어 파워포인트의 무한 가능성을 아직 모르고 있는 학생들을 좀 "감동"시켜 주고 왔다. 잘했건 못했건, 또 하나의 작은 동산 넘었다는 후련한 생각에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버드와이저 캔 몇개를 사고, KFC에 들러 둥그런 통에 담긴 12조각짜리 치킨을 샀다. 애들과 저녁은 치킨으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물론 내 안주로 닭고기를 좀 뜯자는 생각도 컸다. 발표가 있거나 시험이 있은 날에는 이런 경우가 잦은데, 항상 아내에게 말 하듯, 이런게 "학생 신분"의 재미가 아닐까. 가끔가다 이런 재미도 없으면 얼마나 밋밋할까...
어쨌든 내용은 별것 없었지만, 다시 사진과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곁들인 파워포인트는 호응이 매우 좋았다. 역시 내용의 질이 떨어질때는 "현란한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 최고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 대부분이 다른 과목을 이전에 같이 수강했었던 애들이고, 그 과목들을 통해서 이미 나의 수법 (혹은 "수작")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조금 다른 기술,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기능을 써서 보여 주니, 감동하지 않을수가 없겠지... 썰렁한 농담이고...
그러면서 또 "정말, 인생 모를일이다..."라는 다소 거창한 생각도 한다. 한때 근무했던 부서에서 날마다 저 파워포인트에 사진 넣고, 동영상이나 음악 화일 넣고, 공무원ish한 문구를 넣으면서 불평하고, 불만하고, 회의를 느꼈던 적이 많은데, 지금은 그때 배운 그 기술을 갖고 남에게 자랑 삼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 같은 부서에 있는 다른 분들 대개 다 그랬듯, 서로 정보 교환하면서, 서로 책 보면서 스스로 터득한 그 "기술"로 시간이나 노력 별로 들이지도 않으면서 뭔가 대단한 준비를 한 것 같은 긍정적 인상을 보여주고 있으니, 오히려 그때의 그런 경험을 감사해야 할 정도다.
그때 업무로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찌하고 있을까. 어찌 어찌 발표야 하겠지만, 저런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할 때보다는 다소 덜 효과적이었을 것이고, 기댈데가 없다는 생각에 더 부담되고 그러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정말 고맙게 생각되는 일이다.
이런 작은 일로 인생사 전부에 가져가 붙이는 것은 비약이라고 할 수 있겠고, 그렇게 말할 정도로 나이 먹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지내면서 그런 경우를 종종 듣고 보고 했으니, 나도 그런 "현상"에서 예외가 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지금 혹 힘들고 불평이 생기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또, 내가 지금 자신 있고 잘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도 그 또한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원론적인 말이겠으나, 그때 그때 주어지는 상황들에서 가급적이면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처리내 놓으면서 최선을 바라는 일을 하는 정도가 전부 아닐까. 아...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인생에 수긍하고 긍정하는 자세를 가져 보자...
근데, 정말이지, 잠 많은 내가, 이 새벽에 깨서 뭐하는 거여...
<발표한 자료. 형사정책 분야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자기가 프로포절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학교내 범죄와 관련한 내용을 선택했다. 지난 학기때 모아 놓은 자료가 있었기에 그것을 활용하면,
과제를 풀어 나가기 쉽겠다는 생각이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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