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야드에서 나오는 낙엽이나 나뭇가지, 혹은 깎인 잔디를 수거해 가는 날이다. 아주 다행히, 8월에 접어 들면서 잔디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지난 몇달 동안 2주에 한번 꼴로 잔디를 깎아야 했던 것이 지난 몇주 동안은 그냥 놔둬도 크게 지저분 하지 않을 정도였다. 뒷뜰 언덕은 지저분하게 잡풀이 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눈에 띄지 않아 나중에 한꺼번에 깎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놔두다가, 오늘 (수요일) 아침, 지금쯤은 다시 한번 깎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생각은 며칠 전부터 했다.) 이제 다음 주면 학기가 시작되니, 내 머리카락은 천천히 자르더라도, 다소 규모가 큰(!) 작업인, 잔디깎이는 미리 해 놔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유빈이를 학교에 보낸 후, 땀을 뻘뻘 흘리며 앞뜰, 옆뜰, 뒷마당, 뒷 언덕의 잔디를 모두 깎았다. 엊그제부터 푹푹 찌던 날씨가 다소 수그러들어 다행이기는 했지만, 타고난 저급 체력으로 인해 학교에 온 지금은 몸이 노곤한 상태다. 더구나 어제 우리 프로젝트 팀에서 하는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에 저녁에 기네스 몇캔의 바닥을 봤더니, 아침에 그리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던 터라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홀가분 하다. 이제 다시 몇주는 룰루랄라 해도 되겠다. 다만, 잔디를 깎으면서 마당에 떨어져 있는 적지 않은 양의 낙엽을 보면서, 올 가을도 저 나무들에서 낙하할 낙엽들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유빈이는 어제 (8월 17일, 화요일)부터 2010-2011년도 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준비물을 들도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이 있어서 잠시 갔다 왔었고, 오늘은 그 둘째날이었다. 내 개인적인 방학에 대해서도 (항상 그렇듯)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많지만, 유빈이의 여름 시간도 생각해 보면 많이 돌보지 못한 미안함이 많다. 그래도, 이번 여름에는 가까운 곳에라도 여행을 다녀왔고, 무엇보다 근처 Fitness Center에 있는 수영장에서 남 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데리고 다닐 곳이 마땅치 않은 점도 있지만, 도서관에도 자주 데리고 다녀서 책 찾는 법도 알려 주고, 도서관에 친근해지도록 하고, 그러면서 이런 저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준 점도 잘한 점으로 생각하고 싶다. 다만, 방학 시작 전에 생각했던, 한글과 수학 가리치기는 좀 게을리 한 것 같고, 학기가 시작된만큼, 아내와 내가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하리라...
이런 저런 이유로 열흘 가량 가지 못했던 Fitness Center에 어제 저녁 혼자 가서 라켓볼도 하고, 런닝머신에서 걷기도 좀 하고 왔다. 그 며칠을 빠진 것이 금새 표가 나는지, 예전의 절반 정도 시간에도 벌써 땀이 흠뻑 차고, 호흡도 힘들었다. 사실 내 의지로 (내 돈을 부담하고)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40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내 나이와, 조금씩 하강하려고 하는 내 뱃살과, 그런 이유로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것이었다. 지극히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부모님들께서 하신 던 말씀, "내가 건강해야 자식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머리 속에 갖고 있었다. 부모로서 애들 건강도 당연 챙겨줘야 하지만, 내가 건강해야 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말씀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와는 별개로, 땀을 흘리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생각의 기회들이 생기는 것도 좋은 점이다. 땀을 흘리는 과정, 혹은 땀을 흘린 후 앉아서 쉬면서 갖게 되는 어떤 독특한 상태의 마음은 이전에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해병대니, 특공대니 찾아 가서 힘든 체력훈련을 통해 정신을 가다듬는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그에 따를 수 있는 장점과는 별도로 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신체적인 도전을 통해 정신적인 면도 변화 혹은 성숙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겠다.
다음 주부터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로 오는 길에 Fitness Center에 들러 간단하게라도 운동을 하고 학교로 오거나, 학교를 좀 일찍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동을 하고 들어 가려고 맘 먹었다. 이렇게 운동하지 않는다면 기껏해야 인터넷을 더 뒤지는 시간일텐데, 나의 시간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겠다.
이제 나의 다섯번째 학기, 여기 생활 3년차에 들어선다. 지구 어느 곳에 서 있든, 내가 방심하면 시간은 주체할 수 없으리 만큼 고속으로 진행한다. 다음 주까지의 시간 동안, 다시 한번 월별, 학기별, 연도별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혹시 나의 생활이나 마음가짐, 혹은 학문적인 측면에서 이완된 측면이 없는지 다시 한번 가다듬는 시간을 마련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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