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심어 놓은 것 중에서 토마토가 가장 비싼 품종이었다. 어느 가게에 갔다가 30센티미터 이상 자란 토마토 화분을 팔기에 다른 작물과 비교해서는 꽤 거금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주고 사 왔는데, 사실 이들의 성장이 무척 궁금했었다. 알아서 잘 자라줄지, 아니면 나의 조그만 실수나 무지에도 쉽사리 삶을 포기할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처럼 얘네들의 자라는 속도는 왜 그리도 더딘지...
지난 번에 거의 다 익은 토마토가 불의의 습격을 당해 눈물을 머금고 따서 버린 적이 있고, 그래서 다른 작물들은 그냥 휑하니 별 대접 없이 자라는 것에 비해, 토마토는 또 다른 비용을 들여 설치된 울타리 안에서 자랐다.
그리고, 어제... 그 첫 수확을 했다. 그동안 계속 빨간 빛이 진해지고 있음을 지켜 보면서 이제 조만간 과실을 따는 기쁨을 맛보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어제 가까이 가 보니 다 익은 상태로 보였고, 혹시나 해서 잠깐 손을 대 봤더니 톡하고 떨어진다. 그래서, 그렇게 익은 세개의 토마토를 집으로 갖고 들어 와, 초보 농군 티 내느라 사진을 찍어 놓았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애들을 불러 수확의 기쁨을 같이 나누고, 칼로 자른 후에, 예전에 어머니가 그러셨듯이 설탕을 골고루 뿌려 같이 먹었다. 껍질이 제법 두껍기는 했지만, 아주 맛 좋았다. 그렇게 애지중지 길러 한입에 뚝딱해서 넣기가 미안하고 약간 허무하기도 했지만, 이런 것이 집에서 가든을 만들어 키우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토마토 가지에는 예닐곱 개의 탁구공만한 열매가 매달려서 열심히 익히기에 열중하고 있다.
<물 뿌릴 때마다 흙이 튀어서 약간 지저분한 상태의 토마토 세 알.
얼마 전 읽은 책 내용대로, 이런 경험은 농작물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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