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말한다

미국적인, 정말 미국적인...

남궁Namgung 2009. 12. 18. 05:49

 

철없는 생각이겠지만, 내가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으면서 좀 자존심 상하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 어쩌다가 나의 출신국을 묻는 사람들을 대하거나, 온통 이곳 애들로 꽉찬 교실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의식하게 되면, '아, 여기서 뭐 대단한 것을 배운다고... 우리나라서도 대부분 배울 수 있는 것 아냐? 이런 미국적인 내용을 무엇에 써 먹는다고...'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내가 배우는 범죄 분야는, 당연히도 미국 사회나 역사, 정책 등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많기에, 지금 배우는 내용들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응용 내지는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나를 비롯하여, 외국에 와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어렵거나 배우기 어려운 것을 배우기 위해 오는 것일터이므로, '자존심'이란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인데도, 간혹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내가 배우는 분야의 특수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이곳 나라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많은 성취를 읽으면서, '아, 그래서 유학을 하고, 외국에서 공부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수없이 많이 쌓여 있는 각 분야의 리서치, 수많은 학자들이 써 놓은 저널과 책들, 한 사물이나 주제, 이슈를 다양한 안목으로 접근하고, 서로 논의하는 과정들... 바로 그런 점들을 배우기 위해서 비싼 돈들 주고 와서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떤 실체적인 지식 자체가 큰 효용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마 그런 지식을 생산해 내는 과정이 더 큰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그럼, 왜 미국일까? 미국은 왜 세계의 초강대국이 되었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앞선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것일까? 

 

일부는 미국은 이제 기울고 있는 나라라고 하며 폄하하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어느 나라도 초월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이고, 그런 사실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엊그제 읽은 주간지 Newsweek에서 이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 놓은 것이 있었다.

 

이 기사는, 이제 혁신 (innovation)적인 면에서도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앞부분에 미국의 성공이 가능했던 요소를 몇가지 늘어 놓은 것이 있었다.  

 

Americans like to think there is something about their culture that's especially conducive to innovation - the open geography and frontier spirit; a flexible economy with limited interference by government; the Protestant work ethic; a immigrant workfoce, constantly renewed by the next generation of talent from around the world. Other countries can perhaps emulate some of these traits, but none can replicate the creative cocktail that is America.

("Is America Losing Its Mojo?", Newsweek 2009. 11. 23.)

 

즉, 넓게 개방되어 있는 지리적인 요소, 개척자 정신, 정부의 간섭이 제한된 유연한 경제, 청교도의 직업 윤리, 끊임없는 재능의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이민자가 바로 그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가 이 요소 중 한두개를 흉내낼 수 있을 지언정,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한 창조적 칵테일은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글쓴이는 말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맞는 말 같다. 순위를 매기기 어렵게, 각 요소들이 효과를 내면서 지금의 미국을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나, 많은 나라에서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받는 이민자 정책은 미국 외에는 다른 나라에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개방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세계 각국에서 미국에서 와서 공부하고,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아직도 이 나라의 미래가 그런 젊고 똑똑한 인재들이 계속 수혈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짧지만, 조금씩 이나라에 대해 듣고, 보고, 배우면서, 미국이란 나라는 정말 다른 나라가 쉽게 흉내내지 못하는 문화와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고, 그렇기에 미국이 쉽게 저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섵부른 판단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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