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으로 오면서 주위 친척, 지인들에게 나의 계획과 일정을 말하면, 항상 나오는 질문 중의 하나는...
'그럼, 장모님은 어쩌시냐?'
장모님은 유빈이가 영국에서 태어날때, 병원에서 출산을 같이 지켜 보셨고, 그 후로 지금까지 길어야 하루이틀 정도 떨어져 보셨을까, 그 이외에는 거의 곁에서 재워주시고, 깨워 주시며 지금까지 길러 주셨다. 물론 혜빈이가 태어나서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장모님의 손이 가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옆 단지에 사시다가 같은 아파트로 이사해서는 더한 관심과 애정으로 키워주셨으니, 그야말로 지금까지 우리 부부는 공짜로 유빈이와 혜빈이를 키웠다. 그러다가 내 계획으로 훌쩍 다른 나라로 간다 하니 다른 사람들이 그런 질문이 먼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다행, 지금 내가 이렇게 오려는 계획은 오래전부터 장모님께 귀뜸을 해 드렸으니, 우리 가족이 이곳으로 오는 것에 대한 점은 당신 나름으로도 어느 정도 준비는 하셨으니라...
어쨌든 여기에 오면서 그야 말로 우리 네가족만이 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지만 가장 큰 변화는 나와 유빈이와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그야 말로 이뻐해 주고 이쁨을 받는 관계에서 매초리(표준언가?)를 들고 이 매초리를 피하는 관계로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다.
3층 아파트 중 2층에 살고 있고, 층간 소음은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울림을 경험할 수 있으며, 토끼들까지 작은 소리에 놀랄 정도로 조용한 동네에 살게 되면서, 남궁유빈의 조그만 발걸음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조그만 노래 소리도 제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에 잘때까지 '뛰지마!'라는 소리를 적어도 50여번은 할 것이고, 30센티미터 자로 쓰이기 보다는 회초리로 더 많이 쓰이게 된 자로 아버지의 어명을 거역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도 수회가 될 것이다. 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나의 교육 방법에 대해 아내가 옆에서 계속 나를 교육시키고 있을 정도이다. '애들이 다 그렇다, 그렇게 혼내지만 말고, 같이 책을 읽어 주거나 놀이를 해라' 등등...
다 맞는 말이다. 책상에서 내 할일만 하면서, 애들이 뛴다, 소리친다며 혼만 내고 있으니, 이런 원시적인 교육방법이 어디 있을꼬...
또 일면 생각하면 안쓰러운 일이 아닌가. 혜빈이야 아무것도 모른다 쳐도, 말과 글을 깨우치고 어느 정도 사리분별을 할 정도가 되었는데, 저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아빠를 따라서 머나먼 타국에 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뽀로로도 나오지 않고, 티비 유치원도 하지 않고, 어린이집(그린젤리)도 가지 못하는데, 친구들은 또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러니 처음에는 월마트니 샘스클럽 같은 이곳 마트에 가면 눈에 띄게 낯설어 하고 그랬겠지...
아무튼, 이것도 남궁유빈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을 어쩌랴.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지내왔듯, 다다음주에 시작하는 킨더(Kinder)에서도 잘 적응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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