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청(대전에 있는 충남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할 때, 출근 길은 항상 교보생명 빌딩 앞을 지나야 했다. 자전거를 타도 그랬고, 도청버스 시내버스를 타도 그랬고, 자가용으로 출근을 해도 그랬다.
언젠가부터 교보문고에서는 (아마도 전국적으로) 커다란 판에 꽤 인상적인 그림 혹은 사진과 글을 적어 걸어 놓고 있는데, 언젠가 한번 보았던 문귀는 가끔씩 볼 때마다 '지금 현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요즘 출국 준비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있음을 내 스스로도 느끼게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기고 또 챙기며, 확인하고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의지로만 모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현지 사람에게 연락해서 그 연락을 기다렸다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같이 도와야만 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준비해 왔는데, 날씨와 더불어서 내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가족에게도 미안하고, 내 스스로에게도 실망한다.
이럴 때 필요한 문구, 시가 아닌가 싶다. 이럴 줄 알고, 자주 갖고 다니는 조그만 '기자수첩'에도 써 놓았던 것일까.
그렇다.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한 시간이고, 돌이켜 보면 지금처럼 행복했던 시간이 또 언제였을까 추억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만 내 열심에 따라 이 순간으로 인해 더 좋은 꽃봉오리들이 피어날 수도 있고, 그저 똑같은 꽃봉오리로만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일 서울에 올라 가서 이틀 머물다가 이제 출국이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더 열심히 준비할 각오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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