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을 이곳에서 공부하다가 돌아가는 후배가 있다.
나이 차가 좀 있기에 같은 시절에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학연으로 이어진 인연은 꽤 끈끈한 것인지라, 그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곳에서 처음 보고도 쉽게 친해지고 가족끼리도 가끔 만나서 여행도 하고 캠핑도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 친구가 처음 이곳에 왔던 재작년 (2014년) 여름은 나도 덴버 생활 1년 밖에 되지 않은지라 이곳 생활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었고, 무엇보다 처음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면서 수업 준비며 학사 행정 등 여러가지로 여유가 없던 때였다. 그래서 정착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지 못했고, 공부나 다른 생활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못했었는데 역시 똑똑한 후배였기에 모든 생활과 학업을 잘 마치고 이제 돌아간다.
다음 주 월요일에 귀국하기에 마음 같아서는 공항에까지 바래다 주고,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내게도 다른 일정이 생겨 나는 이번 주 토요일에 LA로 향하게 되었다. 섭섭한 마음으로 보내기 전에 같이 밥이라도 먹을까 아니면 가까운 공원에 가서 바베큐라도 할까... 여러가지를 아내와 상의하다가 혹 가까운 곳에 통나무집 (cabin 혹은 lodge) 같은 것이 있으면 하루라도 자고 오는 것이 어떨까 싶다는 생각에 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아내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끝에 Airbnb.com에서 꽤 괜찮은 캠핑카 (camper 혹은 RV)를 발견했다.
집 주인이 올려 놓은 사진과 이용객의 후기를 읽어 보니 산 속의 자기 집 앞이나 주위에 캠퍼를 설치한 후 모텔이나 민박처럼 그곳에 손님을 묵게 한 후 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우리 집에서 1시간 반 정도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산에 위치해서 시원하게 바람 쐬고 오기에는 최적일 듯 싶어서 지난 월요일로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말하자면 "이별여행" 이었던 셈이다. (2016. 6. 6).
지도에서 대충 확인을 하긴 했었지만, 막상 목적지 근방에 갔더니 작년에 애들과 캠핑을 왔던 바로 그 동네 (큰 길을 뒤고 앞산 뒷산에 위치)에 있었던 것이었다. 이 캠퍼가 있는 집으로 가는 길도 꽤 한적하고 볼만한 드라이브 길이었고, 산으로 들어 가는 길은 (요즘에는 경험하기 쉽지 않은) 비포장으로 되어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확인한 일기예보로는 이날 오후 내내 천둥번개 (thunderstorm)가 몰아 올 것이었는데, 다행 우리가 도착한 후 3-4시간 동안은 날씨도 아주 좋았다. 저녁이 되어서야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충분히 참아 줄만하고 (?) 오히려 운치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후배 가족이 약간 늦게 오기는 했지만, 자기들도 처음 묵어 보는 캠핑카라면서 무척 좋아해 나와 아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애들이 신선한 공기 속에서 실컷 뛰어 놀고 (혹은 TV와 핸드폰을 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저녁에는 캠퍼에서 가까운 곳까지 가볍게 (그래봐야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 하이킹도 했는데, 오랜만에 숲길을 걸으니 상쾌한 기분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비가 내려줘서 공기는 더 신선하게 느껴졌도, 걷는 길마다 축축한 기분이 발로 전해져서 제대로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저녁으로 준비해 간 고기도 구워 먹고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에 들었는데, 아... 이런게 사람 사는 맛이구나 싶다. '
여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저 집에 사는 아저씨는 40대 전후로 보이는 아주 젊은 사람인데, 덴버까지 한시간 넘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 한다고 한다.
아... 나도 가까운 곳에 직장이 있으면 이런 집에서 살고 싶은데... 아내는 분명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집 주위가 모두 관광지다. 하긴 로키산맥 자락의 일부에 자리잡은 집이니 오죽하랴... 집 바로 앞으로 저렇게 개울이 계속 흐른다. 이곳에 계속 사는 사람은 혹 시끄럽게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같이 잠시 방문한 사람에게는 별천지 같다.>
<산책 중에 애들이 카메라로 동영상도 찍어 놓았나 보다. 사진을 정리하다 발견했다.
왔다 갔다 하면서 때론 저희들 폰으로 때론 카메라로 뭔가를 찍어 대더니 바로 저거였나 보다>
공부 잘 마치고 귀국하는 후배와 가족이 한국에 가서도 여유를 느끼며 열심히 살고, 앞으로 승승장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