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쇠소리에서 Gabriel's Oboe까지

남궁Namgung 2014. 11. 3. 11:07



트럼펫을 한번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악기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내가 그간 너무 게으르지 않았나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트럼본이나 기타, 드럼, 혹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훌륭히 다루는 분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느낌도 자주 가졌었다. 악기 연주로 밥벌이 할 정도의 전문적인 연주가는 아니더라도 취미 활동으로 악기를 다룬다면 삶이 꽤 여유롭고 풍요롭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많다. 그러나 생각만 그랬지 지난 수년 동안 한번도 무슨 악기를 집어 들고 배우려고 시도한 적도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주부터 첼로 배우기를 시작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유빈이가 학교를 통해서 빌린 첼로가 있는데, 유빈이 연습 시간 이외에는 아무 일 없이 서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왕 돈 주고 빌린 것인데 나도 함께 연습하면 빌린 값을 톡톡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주 경제적인 의도로 첼로 채를 붙잡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유빈이가 연습할 때면 "나도 한번 배워 볼까..." 하고 아내와 애들에게 말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저 건성으로 하는 말이었지 한번도 진지하게 접근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의자에 앉고, 첼로를 붙잡고 현을 뜯는 것 (plucking)부터 시작했다. 유빈이가 쓰던 초보용 교재가 몇권 있고, 유빈이는 이전부터 좀 배워서 나보다는 연주를 잘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유빈이한테 물어서 음을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있다. 


<지금 유빈이와 내가 공용(?)하고 있는 첼로. 언뜻 멀쩡하게 보이지만 사실 흠이 많이 나 있다. 

아마 전문가가 들으면 소리도 분명 질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할 듯 싶다. 

허나, 학교에서 거의 헐값으로 빌렸고 연습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으니 아무 불만 없다. 

오히려 나에게 이런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준 것이니 감사하다.>


<내가 요즘 (2014년 11월) 연습하고 있는 부분. 이럴 줄 알았으면 학창 시절 음악 시간을 좀 더 소중하고 진지하게 받아 들일 것을 그랬나... 

그래도 4분음표, 8분 음표, 도돌이표 같은 것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만도 신기하다.>



이제 약 열흘 정도 된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나의 발전 속도(!)에 스스로 감동하고 있다.^^ 이제 A, D 현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고, 오늘부터 G 현과 C 현을 연습하려 한다. 어제는 내게도 익숙한 곡을 한번 테스트도 할 겸 카메라로 촬영을 했는데, 이제 일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소리가 제대로 날 리는 없다. 




내가 촬영하는 것을 보고는 유빈이는 저도 한번 녹화해 놓고 싶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나보다는 훨씬 더 낫다. 



악기를 배우다 보니 역시 세상의 많은 일들은 꾸준하게 노력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글쓰기가 그렇고, 책 읽기도 그렇고, 아마 그림 그리기나 사업 등 거의 모든 일들은 연습 없이 이룰 수 있는 것들은 없을 것 같다. 


연습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다짐한 것은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제발 끝까지 (끝이 언젠지 모르겠지만) 해보자는 것이다. 나이 40에 시작한 새로운 취미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은 비록 쇠소리 같이 나고 있지만 자꾸 활을 움직이고, 자주 첼로를 품에 안고 연습하면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저 음악을 직접 흉내낼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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