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남궁Namgung 2014. 4. 26. 08:16


이것을 왜 이곳까지 끌고 왔는지 모르겠다. 이곳으로 오던 때 (2008년)만 해도 저런 "물건"을 쓰고 있었는지, 혹은 추억이 묻어 있는 물건을 오랫 동안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하지만, 저 오래된 LG 카세트 플레이어는 아직도 나의 책장에 다른 물건들과 함께 조그만 바스켓에 담겨져 있다.



내가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저런 카세트 테잎 플레이어는 그야말로 "대세"였다. 


저것 보다는 약간 큰, 둥그런 CD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마이마이 혹은 워크맨으로 부르던 저 물건을 사용했었다. 최신식 플레이어는 AM FM 라디오도 들을 수 있고,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서 앞뒤 바꿔 넣을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앞뒤면을 재생해 주는 기능도 있었으며, 사진의 저 플레이어는 이어폰 줄에 리모트콘 기능도 있었다. 그야말로 최신식 음악 재생 도구였다.


대학생때는 저 플레이어 말고 다른 조그만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용했었다. 검정색 마이마이였는데 대학 입학하면서 계속 썼고, 그것으로 아침마다 EBS 영어 방송 듣고, 영어 테이프 들으며 공부해서 학생시절 몇명에게만 보내 주던 미국 여행의 "특혜"를 누리기도 했었다. 


저 황금색 플레이어는 그때 쓰던 플레이어가 고장이 난 것을 알고, 아내가 대학 졸업 선물로 해 준 것이었다. 대학 시절 플레이어로 미국 여행을 성취했으니, 그 선물 받은 플레이어로 공부해서 유학시험에 붙겠다고 아내에게 호언장담을 해서 그 약속을 지키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었던 물건이다. ㅎㅎ 


최근 수년 동안에 한번도 작동시켜 보지 않은 저것을 지금까지 내가 계속 끌고 다니는 것은 바로 그런 추억 때문이다. 



엊그제 유빈이가 책장에서 저것을 발견해서 꺼내더니 내게 "이것이 뭐하는 것이예요?"하고 묻는다. 


나의 나이, 그간의 기술 발전, 한참 전 아이폰 스마트 폰의 등장 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그 질문 자체에 잠시 (가볍지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 어렸을 적에는 누구나 갖고 싶어 했고, 젊은이들 거의 대부분이 갖고 있던 저 플레이어가 이제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질문을 유도하는 것이 되었으니...


하긴 유빈이나 혜빈이가 성장해서 저희들의 2세를 갖게 된 때에는 사람들이 지금의 스마트 폰을 향해서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를 묻게 되는, 그런 별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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