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빈이 사는 법

Your Dad is Really Funny!

남궁Namgung 2014. 3. 23. 01:02

어릴 적 학교나 교회에서 친구들이 둥글게 둘러 앉고, 종이 한쪽에 내 이름을 써 놓은 후에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그 종이를 돌려서 그 종이 "주인"에 대해 글을 쓰는, 이른 바 "롤링 페이퍼"라는 것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은 익명으로 썼고, 진지한 평가에서부터 장난스런 내용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했던 것 같다. 


이런 "롤링 페이퍼"가 꽤 재밌었는데, 아마도 나에 대한 남의 평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기회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친한 친구가 있고, 친한 형, 누나, 동생들이 있지만,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알기가 쉽지 않았다. "너는 이렇다, 저렇다" 라고 솔직히 말하는 친구가 간혹 있기도 했겠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것이었다. 




엊그제 애들을 픽업하러 학교에 갔더니 혜빈이는 뭔가 길쭉한 "작품" 하나를 들고 차에 탄다. 미술 시간에 한 것이려니 하고 집에 가서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유빈이가 주기 싫어 하는 혜빈이한테 일부러 뺏어서 그 "작품"을 감상하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미술 작품이 아니라 일전 발렌타인데이에 친구들끼리 교실에서 한 우리식 "롤링 페이퍼"를 선생님이 코팅해서 집으로 보낸 것이었다. 



내가 어렸을때 그러했듯, 얘들도 친구들에 대한 "평가"를 그림이나 글로 써서 공유했나 보다. 혜빈이에 대한 내용은 주로 "몸이 유연하다, 글을 예쁘게 쓴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엊그제 담임 선생님을 만났을 때도 글씨를 아주 깨끗이 쓴다고 칭찬을 하시던데, 몇몇 친구들도 혜빈이 (영어 이름 Gloria)의 글씨를 알고 있나 보다. 또, 체조에 관심이 있어서 항상 예습, 복습, 자습이 열심인데 학교에서도 연습을 많이 해서 친구들이 몸 유연하다는 내용을 넣은 듯 싶다. 


그런데, 그 중 내 눈에 띄는 내용이 있으니 바로, "Your Dad Is Really Funny"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가 아주 재밌다는 것인데... 이 글을 보고 내가 아주 빵... 터졌다. ㅎㅎ


혜빈이에 대해 편지를 써서 담임 선생님한테 보내는 "숙제"가 얼마 전에 있었는데, 그때 파워포인트에 사진과 함께 좀 독특하게 써서 보냈더니 그것을 보고 재미있어한 친구가 있나 보다. 아... 나의 이 유머 감각은 국경을 이리 쉽게 들락날락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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