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1년 살다가 지금 살고 있는 하우스로 이사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중고 프로젝터 (projector)를 구입한 것이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프로젝터를 사서 벽에 쏘아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여러가지 여건, 특히 비싼 값을 감당키 어려워 계속 미뤘었다. 그러다가 이 하우스 지하에 비어 있는 큼지막한 벽을 보고서는, "이제는 살 때다"라고 생각하고 중고품을 구입할 수 있는 크레이그리스 (www.craigslist.org)를 뒤지기 시작했었다.
집에서 40여분 떨어진 일리노이에 사는 사람이 내 놓은 물건이었지만, 운 좋게 꽤나 싼 가격으로 프로젝트를 구입할 수 있었고, 그 후 지하에서 가끔 영화나 텔레비젼을 보곤 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애들 친구들이 올 때나 좀 틀어 줄 뿐이었다.
얼마 전에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성으로도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이 DVD로 나왔다고 들었다. 특히나, 가장 싸게 볼 수 있는 레드박스 (www.redbox.com)에도 배급이 되어 하루에 1불 조금 넘는 돈으로 빌려 볼 수 있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 오랜 만에 영화 다운 영화를 좀 보자는 생각에 그 DVD를 빌려왔다. 지하는 약간 썰렁하기에 거실에 있는 텔레비젼을 치우고 그 뒷쪽 벽에 컴퓨터가 연결된 프로젝트를 쏳아 아내와 혜빈이 셋이서 영화를 봤다. (유빈이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간 관계로 불참!)
아무래도 극장과는 달라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부풀려진 평가를 들어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실 영화 자체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전에 뮤지컬로 봤었던 감동에 비하면 아무래도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좀 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고...
허나, 내용이나 감동 지수를 떠나, 부엌 벽장에 들어 있던 팝콘까지 전기렌지에 돌려 먹으며 나란히 앉아 보는데, "이건 뭐, 재벌의 극장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다.
아... 가끔 금요일 혹은 어쩌다 하루라도 골라 이렇게 영화를 봐야겠는걸... 생각하며 뒤늦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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