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식 식습관에 비교해서, 서구식 식습관이 더 합리적이고 편하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어머니들은 하루 세끼 준비를 하시는데 얼마나 노력과 시간을 많이 보내셨던가. 김치 하나 담그는 것만 보더라도, 그 들어가는 재료와 과정을 보면 "아, 정말 이렇게까지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적도 있었다. 물론, 이전에는 이런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또 그럴 이유도 없었는데, 우리식 먹거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고, 따라서 집에서 우리 음식을 대부분 만들어서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니, 전에 해보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었던(!)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 음식 하는 일은 모두 아내가 하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가까이서 음식 만드는 것을 보는 기회가 많다. 또, 한국 같으면 4-5,000원에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 그 음식 "제작"을 요구할 때는, 가끔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 우리 음식은 왜 이리 조리방법이 복잡한 것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일례로, 내가 순대국밥이나 김말이, 짬뽕, 감자탕 같은 것이 먹고 싶다고 하자... 매일같이 이것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정불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또,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 가정의 전통적인 식사 과정은 얼마나 번거롭고 밋밋했던가. 나는 아직도 어릴 적 할아버지, 아버지와 같이 밥을 먹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리 집에서는, 다른 가족 구성원의 숟가락과 젓가락은 모두 공유했었지만, 유독 할아버지의 숟가락과 젓가락은 정해진 것이 있었다. 숟가락, 젓가락 손잡이 부분에 작은 거북이 모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상에 수저와 젓가락을 놓을 때면 항상 할아버지 자리에 그 숟가락과 젓가락을 먼저 찾아서 놓은 다음에 할머니나 아버지, 그리고 다른 가족의 것을 챙겨 놓았었다.
그렇게 상을 펴고, 밥과 국과 반찬을 날라 상을 차리고, 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앉으신 후, 할아버지께서 수저를 먼저 드신 후에 다른 가족들이 따라서 식사를 "개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식사 시간에 대화가 없는 것은 물론! 밥 먹는 시간에는 무조건 밥을 뜨고 입에서 씹는 일에만 집중을 해야지, 할아버지나 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을 꺼내시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런 습관은 할아버지께서 돌아 가시고, 아버지와 나나 형이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할 때도 계속 이어졌다. 어쩌다가 누나가 집에 와서 같이 밥을 먹어야 그나마 무슨 대화거리가 생기고, 아버지도 대화를 받아 주셨는데, 아버지, 형, 나 이렇게 세 남자가 앉아 있으면, 다시 "밥에만 집중"해야 했었다.
그리고 밥을 다 먹으면 다시 그릇과 반찬을 나르고, 상을 닦고, 상을 접어 자리에 되돌려 놓고... 아, 이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번거롭게 생각될 수 있는 과정들이다.
일전에 지금 지도 교수님이 우리 프로젝트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점심 경에 도착하도록 그 집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나는 유빈이만을 데리고 갔었고, 다른 학생들은 저희 애인이나, 남편, 아내 등을 데리고 왔었다. 그 집으로 가면서는, "아, 무슨 맛있는 음식을 해 주실까..." 하는 기대도 은근히 하고 갔었는데... 웬걸... 가 보니, 식탁은 텅하니 비어 있고, 사모님도 병원에 가셔서 좀 있다가 오신다고 한다. 혹시, 병원에 들렀다가 오시면서 다른 맛있는 것을 사오시려나... 하고 다시 기대를 했었는데, 그도 아니었다.
사모님이 오시니, 그 교수님이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시는데, 모두 샌드위치 내용물이다. 빵을 한 쪽에 두고, 몇몇 접시에, 터키나 치킨을 얇게 잘라 놓은 것이나 여러 야채를 잘게 잘라 놓은 것, 치즈나 소스 등을 담아 놓고 알아서 각자 "알아서" 샌드위치 만들어 먹으라는 것이었다. 나만 실망스러웠는지는 몰라도, 다들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만들어 먹기에 나도 그냥 당연한 듯이 먹었지만, 속으로는 "아니, 손님 불러 놓고 너무 하는 것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서로 얼마나 편하고 부담없는 일인지 모른다. 초대하는 사람도 음식 만드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 없고, 초대 받은 사람도 뭔가를 "얻어 먹었다"는 정신적 부채를 가질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해서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먹는 것에만 시간이나 관심을 빼앗기지 않고, 진짜 목적인 서로의 교제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까지 했었다.
우리는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이런저런 반찬그릇을 꺼내 놓고, 밥을 먹고, 다시 꺼내 놓았던 이런저런 반찬그릇을 냉장고에 넣거나 설거지 통에 넣는 일을 계속 반복한다. 그것에 비하면, TV나 영화에서 보는 얘네들의 서구식 식사는 얼마나 간편한가. 대접에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넣은 뒤, 식성에 따라 설탕을 조금 뿌려 넣어서 그냥 수저로 퍼 먹는 아침 식사. 아, 이런 편리하고 "아름다운(?)" 식사 모습을 우리도 할 수 없을까.
점심도 거창하게 먹을 것이 아니라, 맥도날드에 들러 2-3분 내로 주문완료되는 버거와 거다란 통에 담긴 콜라를 혼자 먹으며 짧게 끝내는 식사시간... 아, 얼마나 합리적이고, 편리한가!
최근에 읽은 In Defense of Food의 작가 마이클 폴란 (Michael Pollan)은 이런 식의 서구식 식습관이 암이나 다른 여러 서구식 질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또, 몇몇 영양소만을 강조하면서 만들어신 많은 processed food에 대해 반기를 드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주 간단 명료한 제언을 하고 있는데, 바로 Eat food. Not too much. Mostly plants.라고 책을 첫 문장을 시작하고 있다. 즉, 음식의 흉내를 낸 것들이 아닌, 제대로 된 음식을 먹되, 너무 많이 먹지는 말고, 대부분 식물 위주로 먹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폴란은 식이요법이나 음식물, 혹은 의학 등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연구를 한 학자가 아니고, 이 분야의 저널리스트인데, 다양한 전문 자료를 바탕으로 폭넓은 리서치를 통해서 쓴 그의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뭔가를 배우는 것 같다는 뿌듯함을 준다. 특히, 어렵지 않은 글이면서도, 참으로 논리 정연하여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긴, 그러니 그가 쓴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이전에는 전혀 해 보지 않았던, 내 스스로 몸을 챙기는데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 책이 그런 나의 "생에의 집착"에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 더구나, 책 마무리 부분에서는, 그런 건강한 식이요법 방법 중의 하나로 집에서 직접 야채나 채소, 과일을 기르는 가든을 만들어서 가치있고, 철학적일 수 있는 노동을 해 보라는 조언은 내가 생각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생각을 속 시원히 풀어내 주는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읽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마이클 폴란은, 내가 참으로 편리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서구식 식습관, 즉,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에 많이 의지하는 그런 식습관이 많은 폐해를 낳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선하고 "제대로된 음식재료"를 골라 직접 해 먹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다.
달리 말하면, 어머니들, 혹은 아내들이 무겁게 장을 봐서, 주문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오랜시간을 투자해서, 정성스럽게 만드는 음식들이 신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서도 대단히 좋다는 말이다. 물론, 가족 구성원 모두가 그런 "신성한" 과정에 참여해서 노동을 분담 한다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가족이 가치 있는 무언가를 같이 창조하는 작업, 혹은 가족이 공동으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 같이, 한층 더 차원 높은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다.
Cook and, if you can, plant a garden. To take part in the intricate and endlessly interesting processes of providing for our sustenance is the surest way to escape the culture of fast food and the values implicit in it: that food should be fast, cheap, and easy; that food is a product of industry, not nature; that food is fuel, and not a form of communion, with other people as well as with other species—with nature.
So far I am more at home in the garden than the kitchen, though I can appreciate how time spent in either place alters one’s relationship to food and eating. The garden offers a great many soultions, practical as well as philosophical, to the whole problem of eating well. My own vegetable garden is modest in scale—a densely planted patch in the front yard only about twenty feet by ten—but it yields an astounding cornucopia of produce, so much so that during the summer months we discontinue our CSA box and buy little but fruit fro the farmers’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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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k of growing food contributes to your health long before you sit down to eat it, of course, but there is something particularly fitting about enlisting your body in its own sustenance. Much of what we call recreation or exercise consists of pointless physical labor, so it is especially satisfying when we can give that labor a point. But gardening consists of mental work as well: learning about the different varieties; figuring out which do best under the conditions of your garden; acquainting yourself with the various microclimates—the subtle difference in light, moisture, and soil quality across even the tiniest patch of earth; and devising ways to outwit pests without resorting to chemicals. None of this work is terribly difficult; much of it is endlessly gratifying, and never more so than in the hour immediately before dinner, when I take a knife and a basket out to the garden to harvest whatever has declared itself ripest and tasti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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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that everything in the garden always works out so well; it doesn’t, but there is a value in the inevitable failures too. Whenever your produce is anything less than gorgeous and delicious, gardening cultivates in you a deep respect for the skill of the farmer who knows how consistently to get it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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