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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결과냐, 결과가 결과냐!

남궁Namgung 2010. 3. 30. 23:52

기독교에서는 이번 주가 갖는 의미가 대단히 큰 듯 하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다시 부활하신 것이 역사적으로 이번 주에 걸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하는 것 같다. (아내와 함께 다니다 보니,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알았어야 할 내용들을 많이 알게 되는데, 이런 기독교의 명절 내지는 기념일들을 알게 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어제 금요일은 성 금요일 (Good Friday)라고 하고, 이번 주 일요일은 부활절 (Easter day 혹은 Easter Sunday)이라고 한다. 예수의 부활을 믿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기독교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큰 사건인 것 같다.

 

아무튼, 교회에서도 성 금요일을 위한 예배를 드린다고 하여 어제도 아내를 따라 교회에 또 갔는데, 교회 예배 진행 중에 교인의 한 분이 특송을 하는 순서가 있었다. 나도 얼굴을 뵙기로는 이번에 단상에 서서 특송을 부르시는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고, 다만 다른 주위 분들로부터 암과 투병 중이신데, 병세가 그리 좋지는 않다는 말씀만 전해 들었었다. 그런 사전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얼굴을 뵈서 그런지, 아무래도 수척해 보이시고, 정말 힘겹게 병과 싸우시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 커렁커렁한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시는데, 정말 음성도 좋으시고 노래(노래라고 해도 되나?)를 잘 부르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그 분이 치료가 힘든 병을 앓고 계시다는 점 때문에, 그리고 정확한 찬송가 제목은 모르겠지만, 중간 중간 찬송가 내용에 "죽어서도..." 하는 내용들을 반복하며서 부르시는 것이 그분이 상황을 그대로 노래하시는 듯 하여, 그 분을 잘 알지 못하는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주위를 돌아 보지는 못했지만, 교회당 중간중간에서도 눈물을 훔치시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는 것 보니, 내 생각이 전혀 예외적인 생각은 아닌 듯 하다.

 

그러고 보면, 인생을 고통없이 편안하게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고, "행운"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간혹 갖고 있는 생각 중에, 정말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것"인지, 아니면 "결과는 나쁘더라도 과정이 좋다면 좋은 것"인지 하는 것이 있다. (물론 과정도 좋고, 결과도 좋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살면서 경험하는 많은 것들 중 그렇게 완벽하게 이뤄지는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어디선가 주워 들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내 머리에서 생각해 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얼마 전 아내와 얘기를 하다가 내가 "과정이 결과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 이것이 진정 나의 창작이라면 정말 나의 표현력은 대단하다!)

 

그때 말 할때는, 결과에만 치우치고, 결과만을 생각하다가 과정이 주는 행복이나 즐거움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얘기하다가 나온 얘기였다. 즉, 과정에서 느껴야 하고, 느낄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을 결과만 맹목적으로 바라 보고 전진해서, 그 과정이 주는 행복이나 만족감은 무시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데, 학위를 딸 때까지만 우리 가족들이 좀 희생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생각이 그에 맞는 경우 중 하나다. 혹은 '우리가 조금만 더 돈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으니, 모든 맛난 것 즐거운 것 다 희생하고, 허리띠 바짝 더 졸라 아껴쓰자'라는 경우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승진할 때까지, 내가 고시에 붙을 때까지, 내가 좋은 잡을 잡을 때까지 모두 다 희생하자'고 권하는 가장이 있다면, 특히 그런 결정이 가장 혼자만의 생각에 의한 것이라면 그렇게 해서 달성되는 결과는, 결과가 좋기 때문에 다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친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술한잔 기울이면서 불에 탄 고기도 주워 먹고, 과음도 하고, 그래서 다음 날 고생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인생의 말년에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만 절제해서 먹어야 되니까, 그런 모든 맛난 음식의 유혹을 뒤로 하고, 나는 힘들더라도 야채만 그것도 소식해서 먹겠다며 생활하면, 과연 그런 "혹독한(?)" 과정을 거쳐 인생을 마무리 할 때 비교적 건강한 몸을 갖게 되는 결과를 갖는다면, 그러면 결과가 좋기 때문에 정말 행복한 것인가.

 

어찌보면 뻔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있는 이 문제가 사실 내게는 좀 어려운 문제다. 어쨌든 삶을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쌓아져서 모아지는 것인데, 그 하루하루의 과정을 희생하고, 결과만을 위해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하고 값진 것인지, 내게는 내내 생각해 볼 문제다.

 


 

꼭 이 문제 때문은 아니었는데, 봄 방학이 되면서 그래도 책한권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까운 도서관에 갔더니 "have a little faith"라는 책이 눈에 띄였다. 일전에 서점의 베스트 셀러 코너에서도 본 듯한 책인데다 그리 두껍지도 않아 빌려 왔는데, 내용도 어렵지 않아 쉽게 끝까지 읽게 되었다. 한 유태인 랍비의 인생 마지막 부분을 함께한 저자가 그 랍비와 보낸 시간을 중심으로 쓴 내용인데, 약간 종교적인 (유대교)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큰 거부감이나 어려운 느낌 없이 읽게 되는 책이었다.

 

 

 

 

 

 

So, have we solved the secret of happiness?

"I believe so," he said.

Are you going to tell me?

"Yes. Ready?"

Ready.

"Be satisfied."

That's it?

"Be grateful."

That's it?

"For what you have. For the love you receive. And for what God has given you."

That's it?

He looked me in the eye. Then he sighed deeply.

"That's it." (p.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