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내일부터 이번주 토요일까지 필라델피아에서 학회가 있다. American Society of Criminology라는 미국 내 범죄학 학회로,가장 규모가 크고, 그만큼 영향력 있으며, ASC에서 발간하는 Criminology라는 저널 또한 범죄학과 관련해서는 가장 권위있게 인정해 주는 곳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범죄학을 공부한다는 사람은, 최소한 박사과정생 이상은 거의 대부분이 이 학회에 가입해서 저널을 받아 보거나 학회에 참석해서 다른 사람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혹은 자기가 연구한 것을 발표하곤 한다.
우리 학과에서도 교수님들 전부 다 참석하기 때문에 수업이 없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들어갔다.
다행스럽게 작년에는 내가 이곳으로 온 줄 어찌 알고(?), 이곳 세인트루이스에서 학회가 열려 큰 돈 들이지 않고 학회가 어떤 곳인지 "구경"해 볼 수 있었다. 큰 호텔을 빌려 열리는 이 연례 회의는, 크고 작은 룸 수십개에서 각 분야별로 준비해 온 연구물들을 발표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린다. 자기가 평소 관심있던 주제가 있으면 등록시에 나눠주는 책자를 뒤적이면서 그 룸에 찾아가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 터키, 우리나라,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등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발표하는 것을 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제 나도 2년차로 접어 들었고 해서 이 학회에 참석해 내가 연구한 주제를 (결과가 있건 진행 중이건) 발표해야 할 터인데, 사실 아직은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한다. 지난 1년차에 코스웍 따라가기 바빴기에 나름대로 뭔가 연구할 여력이 없었다고 해야 가장 정직한 표현이 되겠다.
좀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학과 박사과정생 중 상당수가 여기에 가서 발표를 한다는 것인데... 그곳에 가기 전에 몇주 전에 박사과정생들과 몇몇 교수들이 발표 내용을 미리 듣고, 의견 교환을 하는 시간에 보니,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았다. "나도 저정도는 하겠다..." 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가만히 앉아서 남의 것을 평가할 때만 드는 생각이고, 내가 그 정도의 작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지의 문제는 별개일 것이다.
필라델피아로 갈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올해는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단 작년에 여기서 학회가 열릴 때 참석해 본 결과로는, 뭔가 대단한 이론이나 학술적인 결과물을 얻는다기 보다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연을 맺는 "네트워킹"의 장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했고, 또한 내가 참석한 대여섯개의 세션은 발표물에 실망이 꽤 컸었다.
그래서, 올해는 발표도 하지 않고, 그렇다면 굳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이번 해는 참기로 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을 예정이다. 작년이야 1년차라 그렇다치고, 올해까지 조용했으니, 내년부터는 남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걸출한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나 스스로의 다짐 때문이다.
일단 지금 진행하는 연구물도 있고 하니, 내년부터는 꼭 이 학회가 아니더라도 부지런히 쓰고, 다듬고, 만들어서 이력서에 그럴 듯한 내용 몇줄씩 더 집어 넣어야 겠지...
(**그래서 이번 주는 쉰다. 수요일 저녁 통계 수업은 참석하지만, 나머지는 부담없이 푹... 쉬기로 했다. 재충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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