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 소식

영국 경찰 소식 11

남궁Namgung 2004. 3. 31. 06:55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 안녕하셨는지요? 이제 3월도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곳도 날씨가 아주 포근해졌습니다. 오후에 잠깐 학교에 다녀왔는데, 겨울에 있던 점퍼를 입고 걷기에는 꽤 더운 날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햇살이 그치지 않았고, 바람도 없어서 정말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그런 날이었는데, 더구나 이곳 대학은 지난 주부터 부활절 방학에 들어가서 학교가 아주 조용합니다. 저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습니다만 약 5주간 방학이어서 다음 달 말이나 되어야 다시 학기가 시작하고, 그때까지는 학교가 참 조용할 것 같습니다.


다시 새로운 달 4월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이곳 생활이 자꾸만 안타깝고(?), 아깝고 그렇습니다. 남은 기간 열심히 하자...는 매번 하는 생활을 또 하게 됩니다.


여기 있는 저희 가족은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장모님도 건강하시고, 아내도 잘 지내고 있으며, 제 아들도 하루 하루 다르게 사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생활에도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영국 경찰 소식’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형식은 ‘신문으로 보는 영국 이야기’를 땄습니다. 오늘 자 신문에 경찰과 관련된 기사가 몇 개 있어서 그것을 옮기다 보니 ‘신문으로...’를 하려다가 계획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좀 딱딱하고 여러분의 관심과는 좀 동떨어진 얘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분야를 공부하거나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 뵐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이메일 (hyonyya@korea.com)


홈페이지 (http://hyonyya.netian.com)





영국 경찰 소식 11




조직 범죄 척결


‘영국식 FBI는 최고 범죄 왕국을 주 타킷으로 한다’ 바로 오늘자 타임즈의 2면에 길게 소개된 기사의 제목입니다. 어제 (2004. 3. 29.) 이곳 내무부는 ‘한 발 더 앞으로 (One Step Ahead)'라 이름 붙여진 백서 (White Paper)를 공개했는데, 그 주된 내용이 바로 영국에 매년 400억 파운드 (약 84조원)의 손해를 끼치고 있는 조직 범죄를 척결하기 위한 강경책입니다. (400억 파운드는 조직 범죄자들이 마약 밀거래나 불법 출입국 알선, 사기 등으로 얻는 수익이라고 합니다.)


그 내용을 대충 보자면, 조직 범죄를 휘어 잡고 있는 ‘두목들 (Mr. Bigs)’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그 두목들이 교도소에서 출감한 후에도 아주 철저한 감시를 하는 정책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예컨대, 차량을 구입하거나 핸드폰을 구입할 때도 허가를 득해야 하고, 5년에서 15년 사이 동안 매 6개월에 상세한 수입원과 재산을 제출하며,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의 사용도 신고해야 하고, 이체 거래는 할 수 없도록 하며, 이와 같은 규정을 어겼을 때는 다시 교도소로 되돌아 가게 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이 백서에는 전에 소개해 드렸던 새로운 기관, SOCA (Special Organised Crime Agency)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도 밝혀져 있고, 플리 바기닝 (plea bargaining)이라고 흔히 알려진 유죄 답변 거래와 전화 도청, 몇몇 증인에 대한 처벌 면제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대개 피고인에게 방향이 기울여진다는 생각이 많고, 조직 범죄자들은 이런 경향을 악용한다는 생각 하에 재판 과정의 개혁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국립 범죄 정보 서비스 (National Criminal Intelligence Service)의 추산에 의하면 현재 영국에는 약 900여개의 조직 범죄단이 활동하고 있고, 런던, 맨체스터, 버밍험 등의 대도시에도 마약 등을 공급하는 아주 강력한 조직 범죄단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도서관에서 프린터로 뽑은 이 백서는 내용만 총 64페이지이고, 전부 70페이지가 조금 넘는 아주 많은 자료입니다만, 영국의 조직 범죄를 이해하는데 아주 유용할 것으로 생각되어 시간 나는 대로 읽어 보려고 합니다. 조직 범죄를 공부하시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조직 범죄라는 문제점을 갖지 않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조직 범죄는 무엇이냐’ 즉 ‘조직 범죄의 정의’라는 문제도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알아 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도 조직 범죄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습니다만, 정부 차원에서 혹은 경찰이나 검찰 차원에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말이니 쉽지만) 정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처벌의 엄격과 더불어 조직 범죄에 기여한 자는 그 장래의 금융 거래나 다른 신상의 변화를 모두 신고토록 하고, 조건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다시 사회와 격리시키는 등의 방법은 형법에서 흔히 말하는, 범죄자 개인에 대한 특별 예방과 다른 일반인에 대한 일반 예방 양자에 모두 해당하는, 고려해 볼만한 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자료, 사이트>

One Step Ahead: A 21st Century Strategy to Defeat Organised Crime (Home Office, 2004. 3.)
http://www.homeoffice.gov.uk/docs3/wp_organised_crime.pdf

'Britain's FBI' targets top criminal empires (타임즈, 2004. 3. 30.)
http://www.timesonline.co.uk/newspaper/0,,171-1056382,00.html





범죄 심리학 관련 서적 몇 종류


역시 오늘자 (2004. 3. 30.) 타임즈 (The Times)에는 미국의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 비티케이 (BTK, 묶고, 고문하고 죽인다는 의미의 Bind, Torture, Kill의 약자라고 합니다.)에 의한 살인 사건이 25년동안 미결된 채로 있다가 다시 그의 소행으로 보이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을 간단히 알리며 연쇄 살인범과 관련한 참고 서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티케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켄자스에서 7명을 살해하였고, 그 후 잠잠해서 다른 사건으로 수감되었거나 죽은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다시 그의 범행이 거의 확실시 보이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연쇄 살인범에 의해 매우 흥미를 갖게 되는데, 그런 흥미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잔인한 범죄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라고 기사는 적고 있습니다. 기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서적은 모두 영어로 된 원서이지만, 범죄나 범죄 심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읽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최근에 범죄 심리가 도대체 어떤 학문적 의미를 갖는지 대략이라도 알아 보려고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려서 읽으려 하고 있고, 엊그제는 유용한 웹사이트가 있을지 쭉 훑어 보기도 했는데, 그 중 한 웹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는 누구라도 흥미를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1956년 뉴욕 경찰은 정신 의학자 제임스 브러셀에게 15년간 미결인 채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사건을 갖고 찾아 갔다. 작고 아주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 폭탄이 1940년 이후로 뉴욕의 이곳 저곳에 놓여졌는데, 그 폭발물과 함께 (모든 폭발물이 터진 것도 아니었다) 그 범인이 남긴 쪽지가 놓여 있었고, 그가 이름 붙인 ‘미친 폭발범 (mad bomber)'은 신문사와 경찰에 편지도 썼다.


정신 의학자 브러셀은 그 범인은 남성이고, 35세에서 50세 사이며, 정신적으로 편집증을 앓고 있고, 만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고, 슬라브 족 혈통에, 교육 받고, 나이든 여성 친척과 살 것이며, 체포될 때는 단추 두개짜리 양복 상의를 입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양복은 단추가 채워져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브러셀의 그와 같은 조언이 있은 몇 개월 후 조지 메테스키라는 범인이 잡혔는데, 브러셀이 말한 것과 같은 사항이 아주 세세한 것까지 적중했다. (다만 범인은 두 명의 나이든 누이와 살고 있었고, 심장병이 아닌 만성 장애 결핵증을 앓고 있었다.) 그가 붙잡혔을 때, 그는 자신의 범죄를 정중히 모두 자백했고, 경찰서로 가기 전 목욕 가운을 갈아 입기를 청했는데... 그가나왔을 때는 그는 단추 두개짜리 양복을 입고 있었고... 단추가 채워져 있었다.


위 사례는 대학원의 범죄와 법과 관련된 과목에서 가르치는 사례인데, 정말 흥미로운 사례이고, 다른 교과서에서도 위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다른 종류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흔히 범죄자 프로파일링 (Offender Profiling)이라 알려진 위와 같은 범죄 심리 분석은 그 자체로 직접 범죄자를 검거하거나 색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수많은 용의자의 범위를 줄이거나 (예컨대 1천여명의 용의자에서 100여명으로 줄어드는 식으로), 여러 명의 용의자 중에서 범죄자를 가려 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는 있었도, 그 프로파일링 기법 자체로 100여명의 용의자 중에서 ‘바로 저 자가 범인이다’ 이런 식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아무튼 범죄 심리는 서구권에서도 계속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발전 가능성이 많은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기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을 그대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저자: Stephen Michaud & Hugh Aynesworth, 출판사: Author Link
제목: Ted Bundy: Conversation with a Killer


(1970년대에 16명의 젊은 여성을 살해한 번디는 처형당하기 전날의 인터뷰에서 그가 범죄를 저지르는데 가장 큰 영향이 된 것은 포르노 물이었다고 주장했고, 번디는 그와 같은 포르노물의 범람으로 인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출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중 매체와 그 확산이 있기 전부터 연쇄 살인범은 있었다고 하는군요.)


2. 저자: Harold Schechter, 출판사: Simon & Schuster
제목: Depraved: The Shocking True Story of America's First Serial Killer


(이 책은 19세기 홈즈라는 의사가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기 위해 의사 행세를 한 내용 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기술한 책이라고 합니다.)


3. 저자: Colin Wilson 등, 출판사: True Crime
제목: The Serial Killers: Study in the Psychology of Violence


(이 책은 강력 범죄 분석 국가 센터에서 FBI가 범인을 이해하고 검거하기 위해 심리 프로파일링 기법을 사용한 것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작업으로 인해 연구가들이 살인범의 심리 모형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군요.)


4. 저자: Stephen Giannangelo, 출판사: Greenwood Press
제목: The Psychopathology of Serial Murder


(이 책은 살인범이 다른 평범한 개인보다 갖기 쉬운 생화학적, 심리적 비정형성을 소개하는데, 그럼에도 대개의 연쇄 살인범을 파악하는 데는 외상적인 외부 영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5. 저자: Charles Moose, 출판사: Orion
제목: Three Weeks in October


(몽고메리 주의 경찰청장이 지은 책으로, 2002년 워싱톤에서 10명의 시민을 총으로 살해한 두명의 용의자를 어떻게 잡았는지 실무자가 직접 저술한 coxr입니다.)


<관련 자료, 사이트>

Required Reading, 'Serial Killers' (더 타임즈, 2004. 3. 30.)
http://www.timesonline.co.uk/newspaper/0,,171-1055771,00.html


옥스퍼드 대학, ‘심리학, 정신 의학, 그리고 법률’ 석사과정 강사의 개인 웹사이트
http://users.ox.ac.uk/~zool0380





새로운 범행 대상, 아이포드 (iPod)


역시 같은 신문, 오늘자 타임즈의 제1면에서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장면을 크게 확대한 사진이 실렸습니다. 귀에는 꽂혀 있는 이어폰은 하얀색 이어폰인데, 바로 지난해부터 영국에서 아주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포드 (iPod)의 이어폰입니다.


왜 영국에서 이와 같은 아이포드가 인기인지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 자세한 기능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제가 대충 알고 있기로는 애플사에서 개발한 음향 기기로 보통의 MP3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용량은 MB차원이 아니라 GB 수준으로 수백곡의 음악을 담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에 맞게, 가격은 약 400파운드 (우리 돈 약 82만원 정도)까지 하는 것이 있다고 하고, 이것을 개발한 애플사는 지금까지 약 200여만대를 판매했다고 합니다.


오늘 신문에 제1면을 장식한 내용은 이와 같은 아이포드가 절도범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포드를 노리는 범인들이 많고, 실제 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하얀색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것은 ‘나는 요즘 최고 유행인 아이포드를 이용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을 외부 사람들에게 알리는 셈인데, 개발사인 애플에서는 이 이어폰의 색깔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그들의 주장은 ‘고객들은 유행에 떨어지는 이어폰을 끼고 있느니, 차라리 유행하는 이어폰을 끼고 도둑 맞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라는 것이라는군요.


아무튼, 유명 축구 스타 데이빗 베컴이 이용자이기도 한 이 아이포드의 이용자들에게 경찰은 좀 덜 세련된 이어폰을 끼어서 범행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자료, 사이트>

Muggers have an eye for the earpiece of choice (타임즈, 2004. 3. 30.)
http://www.timesonline.co.uk/newspaper/0,,171-1056411,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