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운전자와 경찰서장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제 글의 가장 애독자인 친구는 저에게 절필(絶筆)을 했냐며, 정말 절필을 했다면 독자들에게 절필을 선언하고 그만 발행하라는 우스개 소리도 하던데, 정말이지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니 거의 창간호를 발행하는 때와 비슷한 설레임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간 몇 분의 독자들께서 왜 메일매거진을 발행하지 않느냐며 격려의 글까지 보내주셨었는데 그 분들께는 정말로 감사드리고 제 게으름에 대해서는 사과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어서 마음적인 여유가 쉽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말로 절필(?)을 해야 할 정도로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앞으로 글을 자주 발행하겠다는 약속을 제가 확실히 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고, 이 무능한 발행인에게 많은 충고 바랍니다.
벚꽃이 각지에서 흐드러지게 피고 있습니다. 쉽게 떨어지는 저 벚꽃이 다 지기전에 작은 카메라 들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간직하심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럼 감기 조심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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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운전자와 경찰서장
내 차, 프라이드
저는 지금 기아 자동차에서 출시된 꿈의 자동차(?) 프라이드 FS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한 바로 직후에 중고자동차 상사에서 1993년형 자동차를 구입한 후에, 지금까지 그 자동차로 4년 가까이 운전하면서 제주도를 두루 돌아 봤고, 그 도로 복잡한 부산에서 제 야생마를 길들이기도 했었습니다. 가끔 털털거리기도 했었고, 가만히 주차해 둔 무고한 제 차를 남들이 찌그려 놓고 가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특별한 사고 없이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에게 다른 종류의 말(馬) 좀 몰아 보자고 조르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 얘기를 하면서 잘 넘어가지 않더군요...)
나의 처녀 운전
지금까지 제가 운전한 수많은 날 중에서 저는 아직도 그 차를 처음 운전한 날을 잊지 못합니다.
그 날은 제가 중고차 상사에서 차량을 구입하기로 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날이었습니다. 제 고향 근방인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중고차 상사에서 아는 친척으로부터 차량을 소개 받았고, 우선 계약금 일부를 준 후 자동차 열쇠도 건네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때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연습하던 그 능숙한(?) 운전솜씨만을 믿고 충분히 운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중고차 상사의 짧은 언덕길 조차도 도저히 올라 갈 수 없는 것입니다.
하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연습할 때는 기어를 1단 혹은 2단으로만 놓고 운전을 했었는데(시험 방식이 바뀌기 전에는 그랬었죠.) 실제 운전할 때는 그런 식으로 될 리가 없었지요. 차를 구입한 그 날 바로 차를 가지고 가고 싶은 저의 무모한 욕심은 제 운전솜씨를 본 자동차매매상사 주인과 그 친척의 적극적인 만류로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는 다음에 인도해 가기로 하였고, 그 날 티코를 몰고 갔던 그 친척의 차를 연습 삼아서 잠깐 운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시골의 한가한 길을 골라서, 그 친척의 도움으로 기어를 변경하는 방법이라든가, 오르막길을 오르는 법 등을 익혔지요. 차에 앉아서 1시간 가량 연습을 하니 '아, 이거 어렵지 않구나' 하는 자만심이 또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그 중고차 상사에 찾아 가서 자동차 열쇠를 다시 달라고 했습니다. 그 주인은 아무래도 못 미더워하는 눈치였지만 제가 달라고 해서 차를 몰고 도로위로 나간 것이지요.
처녀 운전하던 그 날
그날 저는 그 차를 운전해서 부여에서 당시 교육중이던 인천의 부평까지 갔었습니다. 당시 비도 추적 추적 내렸었고, 야간 길이었으며, 고속도로까지 달려서, 모르는 길을 운전해서 달렸습니다. 거의 최악의 조건에서 완전 처녀 운전을 했던 것이지요.
어떻게 해야 와이퍼를 움직이고, 무엇을 조작해야 헤드라이트가 켜지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올라 갔던 것입니다. 고속도로를 가는 중간에 비는 내리기 시작하고, 날은 어두워 지는데, 와이퍼나 라이트 작동 방법을 몰라서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핸들 주위에 있던 이런 저런 장치를 만지며 익혔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앞을 쳐다 보기도 바쁘니 백미러(바른 영어는 리어뷰미러)를 볼 수도 없었고, 톨게이트에서 차량을 정지시키고, 창문을 내리고, 돈을 계산하고, 거스름 돈을 받은 후 다시 출발하는 등의 동시 다발적인 일을 해야하는 경우는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었지요. 그때 같이 따라갔던 제 여자친구(지금의 제 아내)가 아니었으면 가다가 큰 사고가 났거나, 중도에 포기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운전을 몇 년 해 보니 제가 그때 왜 그리 겁도 없이 그런 무모한 짓을 했었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오늘의 얘기는
오늘 얘기를 하려다가 특별한 관계없는 제 얘기가 길어 졌습니다.
도로의 무법자
아무튼, 저는 그 이후로 상당기간의 초보 기간을 거쳐 지금은 그래도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운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거리의 무법자라고 불리는 몇십톤 짜리 큰 트럭들이 바로 뒤에 따라 오거나 바로 옆을 지날때는 솔직히 겁이 나기도 하고, 되도록 그런 트럭을 좀 피해서 멀찍이 떨어져 가려고 합니다. 운전이 서툴 당시에 트럭이 뒤에 바짝 붙어서 라이트를 치켜 올리면서 크락션을 울릴 때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날 때도 있었지요. 차를 운전하시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대부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씩 겪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 거대한 트럭이 내는 굉음과 그에 어울리는(?) 경적소리, 그리고 내 차 옆을 지날 때 흔들리는 지면(地面)... 이런 것들이 그 트럭들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들 같습니다.
과적 단속의 경우에는
그런데, 그런 큰 트럭의 운전자들이 과적 운행으로 단속을 당하면(특히 톨게이트에서 단속이 집중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각 지역의 도로공사에서는 그 트럭 운전자 주거지 경찰서로 고발장을 보내고, 각 경찰서에서는 그런 운전자들에게 출석을 요구해 조사를 하게 됩니다.
제가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런 큰 트럭의 운전자가, 제가 아주 무서워 했던 트럭들의 운전자들이 여기 경찰서에 와서 조사를 받을 때면 (아주 흔치 않은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선량한 표정으로 조사에 임하곤 하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나에게 조사를 받는 이 사람들이 도로에서 그 큰 트럭으로 때로는 난폭하게, 때로는 거만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물론 일부만이).
여기가 경찰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구속되고 체포되는 경찰서이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그렇게 순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사람들의 심성이 원래 그럴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 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도 그렇고, 그들 가족과 같이 있을 때도 다른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순진하고, 선량할 사람들이 왜 도로 위에서는 그처럼 난폭하게 운전한다, 무섭게 운전한다는 소리를 들을까요...
트럭운전석에 앉으면
저는 그 이유가 바로 그 트럭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승용차의 몇 배되는 큰 트럭 안에서, 아주 높은 운전석에서 다른 승용차들을 내려다 보면서 운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전자의 운전습관이나 도로의 조건, 다른 차량들의 운전상태 등 다른 여러 가지 종합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무엇보다도 그 트럭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럭에서 내리면 그저 트럭의 몇 십분의 일밖에 되지 연약한 사람임에도, 차에 앉아 있을 때는 마치 도로에서 자기 외에는 누구도 막을 자가 없다는 듯한 태도는 바로 그 트럭의 막중한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트럭운전자들도 트럭에서 내려 다른 승용차를 운전하게 되면 똑같이 다른 트럭들로부터 위협받으면서 운전할 것임에도 자기가 트럭에 앉아 있으면 그런 사정을 잊게 되는가 봅니다.
총경 2명 구속
어제 대전지방검찰청에서는 경찰의 꽃이라는 총경 두명을 긴급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해서 그 총경 둘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 되었습니다. 성인오락실로부터 단속 무마용으로 돈을 받거나, 부하 직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였지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그 정도의 지위에 있으면서 무엇이 아쉬워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뉴스를 접하면서 위 트럭 운전기사들의 경우를 떠 올렸습니다. 트럭 운전석에 앉아서는 그렇게 당당하고, 거만하고, 때론 위협적으로 도로를 활보했던 (일부) 운전자들이 경찰서 조사관 앞에서는 한 마리 양처럼 순진하게 조사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한때 한 지역의 힘있는 유지라는 서장이었던 그들)도 검찰청의 검사 앞에서 순하게 앉아 조사를 받을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트럭운전사와 경찰서장
(일부) 난폭한 트럭의 운전사들이 트럭에서 내리면 그저 평범한 운전자나 평범한 시민과 똑같음에도 그런 사실을 잊으면서 험하게 운전하듯이, 저 (한때의) 서장님들도 서장이라는 직책에서 내리게 되면, 혹은 총경이라는 계급에서 하차하게 되면 그저 평범한 경찰관이거나 그저 평범한 시민의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무지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지금 우리 경찰서 수사과 조사계의 사무실에서는 조사관이라는 직책으로 일하면서 형사 사건 조사를 하고 있고, 우리 경찰 조직 내에서는 경위라는 계급장을 달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조사관이라는 직책이든, 경위라는 계급이든 이는 모두 남궁현이라는 저 개인과는 별개로서 국가에서 부여해 준 트럭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트럭 자체가 아니듯이, 저 또한 조사관이거나 경위라는 계급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다른 운전자들에게 배려를 해주며 운전을 하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주역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대형 교통사고 등을 야기할 수 있는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럭운전자가 트럭이 아니듯이...
트럭 운전자들이 트럭들의 그 막대한 중량과 거대한 몸집을 악용해서 도로를 자기들 맘대로 활보하고 무법천지로 만들어서는 안되듯이, 대한민국 경찰 남궁현도 국가가 제게 부여해 준 어떤 권한을 맘대로 악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공무원, 모든 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계급 자체가 그 사람이 아니고 지위, 직책 자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오늘은 같은 조직에 있는 상사가 검찰에 의해 체포되고, 구속되는 부끄러운 뉴스를 접하면서 제 나이와 경험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나는 점을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