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보는 영국
신문으로 보는 영국 이야기 2
남궁Namgung
2004. 2. 13. 08:30
안녕하신지요?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침 8시가 넘었으니 바쁜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있겠네요. 엊그제는 새벽에 한국에 있는 친구가 전화를 해서 ‘졸업을 축하한다’고 하던데, 새벽 잠을 깨서 화가 나기는 했지만 (^^) 고맙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이곳은 밤, 한국은 낮, 한국은 밤, 이곳은 낮... 이런 차이가 신기하게 생각되고 있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할때도 어머니께서 항상 여쭤보시는 것이 이곳은 몇시인가 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금요일 아침을 맡고 계실텐데, 바로 주말이 눈 앞에 있군요.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똑같은 내용이 제 홈페이지에 제일 먼저 올려지고, 바로 몇분 후에 이메그 (www.emag21.com)와 인포메일 (www.infomail.co.kr)에 올려지며, 그러고 나서 다음의 칼럼 (ncolumn.daum.net/hyonyya)에도 올려집니다. 같은 내용을 여기 저기에다 ‘욹어 먹는다’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힘들여 쓴 글을 많은 분께 소개하고 싶은 욕심에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이메일 (hyonyya@korea.com)
홈페이지 (http://hyonyya.netian.com)
영아 사망 (Cot Death)
최근 영국에서는 코트 데쓰 (Cot Death)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Cot란 애기들 침대를 말하는데, 코트 데쓰는 아주 어린 애기 (영아)의 특별한 이유 없는 사망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명칭에는 코트라는 말이 있지만 침대에서 사망하는 것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의학적으로는 SID Syndrome, 즉 Sudden Infant Death 증후군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영아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한답니다.
아직도 영국에서는 코트 데쓰로 인해 매주 일곱명의 아기가 사망하고 있고, 지난 2000년에는 사망한 영아의 88%가 생후 6개월 미만이었으며, 1개월 이상 영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랍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영아의 돌연사에 대한 이유가 아직까지 특별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뚜렷한 원인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때로는 이런 영아 사망의 책임이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지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9일 영국의 항소 법원에서는 자기 아기를 살해한 (질식사 시킨) 혐의로 기소되었던 안젤라 캐닝 (Angela Canning)이라는 여성의 사건에 대한 원심을 파기했고, 그 재판관 세 명은 영아 사망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에 현저히 차이가 있는 다른 유사 사건의 기소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법무장관 (attorney general)은 지난 10년 간 부모가 자기 아기를 살해 (치사 혹은 영아살해) 한 혐의로 기소되었던 총 258건의 사건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중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은 아직도 교도소에서 자기의 자식을 살해한 혐의로 형을 살고 있는 54건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위에 간단히 언급되었듯, 이런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전문가의 견해’가 재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아 돌연사의 특별한 이유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는 상태이고, 현실적으로 재판에서는 전문가들의 소견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still at the frontiers of knowledge) 상태에서 만약 전문가의 의견이 대립되거나 크게 다를 경우에는 한쪽 전문가의 견해로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많은 법률가들의 생각입니다.
만약 영아 돌연사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그 부모 모두의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하면, 부모가 특별한 증거 없이 자기 아기를 고의적으로 살해한 일부 사건의 경우에는 사법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즉 부모의 책임이 없는 많은 영아 돌연사의 경우 단지 전문가의 견해라 해서 그것만으로 부모에게 살해 혐의로 죄책을 묻는다면 자신의 아기가 이유 없이 죽은 슬픔과 더불어 그들에게 잔인하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아 돌연사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그동안 큰 역할을 했었다는 메도우 교수 (Prof Sir Roy Meadow)는 한 가족에서 두명의 아기가 영아 돌연사로 사망할 확률은 7천3백만 분의 1이라고 주장했었다고 하지만, 이는 아주 그릇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 교수는 다른 한 재판에서는 ‘첫째 아기가 죽었으면 사고이겠지만, 둘째도 돌연사했다면 의심할 만하고, 셋째 아기까지 그랬다면 살해한 것이다 (one cot death is tragedy, two suspicious and three murder)'라는 그 만의 법칙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즉, 특별한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가 아니라, 단지 의심 혹은 전문가 개인적인 편견으로 진행된 재판도 상당수 있었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영아 돌연사의 책임을 부모에게 물었던 많은 사건들의 재검토로 인해 앞으로 이와 관련한 수사와 재판이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자료, 사이트>
Unsafe conviction (가디언, 2004. 1. 20.)
http://www.guardian.co.uk/leaders/story/0,3604,1126715,00.html
Cot deaths: law in disarray as 258 cases of convicted parents to be reviewed (가디언, 2004. 1. 20.)
http://www.guardian.co.uk/uk_news/story/0,3604,1126858,00.html
Cot Death Awareness Week (BBC)
http://www.bbc.co.uk/health/awareness/cotdeath.shtml
13일의 금요일
오늘 자 가디언에는 내일, 즉 2월 13일이 금요일 점을 들어 <13일의 금요일은 정말 불운한 날인가?>라는 작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의 말까지 빌어서 ‘’운(luck)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거나, 특히 어떤 날이 다른 날보다 더 운이 좋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허트포드셔 (Hertfordshire) 대학의 교수인 리차드 와이즈만 (Richard Wiseman)은 작년에 ‘운(luck)'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었다고 합니다.
그 조사에 의하면 영국인의 2/3는 자신들이 운이 좋거나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고, 10명 중 9명은 나무를 만지는 것과 같은 미신을 따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불운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불운 (bad luck)과 관련한 미신을 믿는 경향이 있고, 그런 사람들은 13일의 금요일에 더 안전부절 하게 되며, 그에 따라 다른 사람보다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많게 된다고 합니다.
그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이다. 분명, 어떤 사람들은 13일의 금요일을 믿을 것이고, 걱정하게 된다.”며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기원은 최후의 만찬에 있는 13명과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게 된 날이 금요일이었다는 두 가지 기독교적 요소가 ‘13일의 금요일’의 기원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련자료, 사이트>
Is Friday the 13th unlucky? (가디언, 2004. 2. 12.)
http://www.guardian.co.uk/life/thisweek/story/0,12977,1145811,00.html
고속도로 제한속도의 상향조정
야당인 보수당 (the Conservative)은 현재 고속도로의 최고 제한 속도인 시속 70마일을 시속 80마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거리와 양, 무게에 대한 단위는 약간 혼란스러운 점이 있는데, 우선 이 점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전에도 썼었듯이 거리와 속도 등의 단위는 세계적인 표준인 미터 (meter), 마일 (mile) 등을 사용하지 않고, 야드 (yard), 마일 (mile)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처음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혼란스럽게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1마일은 약 1.6킬로미터 정도이기 때문에, 시속 70마일을 킬로미터로 고치려면 곱하기 1.6 하면 되고, 약 112킬로미터가 됩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를 시속 80마일로 한다는 것은 80X1.6=128, 즉 시속 128킬로미터 정도로 상향 조정한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여행서적 론리 플래닛 (Lonely Planet)의 잉글랜드 (England)편에는 무게와 단위 (Weight&Measures) 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게와 단위에 관한한 잉글랜드는 지난 20년과 같이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20년 동안) 우스운 변화의 단계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제국주의’ 단위의 산물인 인치, 피트, 야드, 그리고 마일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도든 도로의 표지판은 마일로 표시가 되어 있고, 다만 몇몇 산책로와 지도 상에서의 산의 높이는 킬로미터와 미터를 사용하고 있다.
무게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은 파운드 (lb=0.454kg)와 온스 (ounce=28.35g)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1월 이후로는 상점 물건은 킬로그램당 가격을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영국 사람 누구도 자신의 몸무게를 파운드나 킬로그램으로 알고 있지 못한다. 그들은 몸무게로 스톤 (stones=6.35kg 혹은 14 파운드)을 사용한다.
양에 관해서는 문제가 더 심하다. 대부분의 액체는 리터나 반 리터 (half litre)로 판매를 하는데, 파인트 (pint)라는 단위를 사용하는 우유와 맥주는 예외다. 주유소에서는 리터당 몇 펜스 (pence)인지라고 표기를 하고 있는데, 자동차 성능을 표기할 때는 갤런 당 몇 마일이라는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p. 61)
단위에 대해서는 이 정도면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보수당에서 제한속도를 10마일 상향 조정하려는 것은 도로의 안전을 유지하면서 자동차의 자유 (freedom)를 존중해 주자는 대단한 이유가 있습니다만, 많은 자동차 운전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비난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본 오늘 기사에서는 그와 같은 제한속도의 상향조정은 최첨단의 속도 통제 장치가 같이 따라야만 한다고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제한속도를 시속 80마일로 상향 조정하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그를 더 초과하는 과속운전자와 난폭 운전자에 대해서는 확실히 단속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견해입니다. 한 대학의 연구 교수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의 고속도로에서 시속 80마일로 달리게 되면 심각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 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운전자들 간의 속도 차이와 차로 변경에 있다.”
<관련 자료, 사이트>
Tories propose 80mph M-way limit (BBC, 2004. 2. 10.)
http://news.bbc.co.uk/1/hi/uk_politics/3474627.stm
Tories offer speeding relief (BBC, 2004. 2. 10.)
http://news.bbc.co.uk/1/hi/uk_politics/3475167.stm
What would happen if we raised the motorway speed limit to 80mph? (가디언, 2004. 2. 12.)
http://www.guardian.co.uk/life/thisweek/story/0,12977,1145813,00.html
인터넷 투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투표율이 낮은 것으로 정부의 고심이 많습니다. 특히 지방 정부의 투표율은 매우 낮습니다.
영국 지방 정부에 관한 서적인 ‘Local Government in the United Kingdom'에서는 영국의 낮은 투표율과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2001년의 총선거 (general election)에서는 59.4%의 투표율을 보였는데, 이는 서유럽 국가 의회 선거 투표율에서 25개 국가 중 24위로 오직 스위스 다음의 투표율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투표율은 지방 선거 투표율의 대략 두배 정도 되는 수치로, 서유럽 투표율 순위에서 부동의 꼴지이며, 상당히 오랫동안 꼴지였다. 강제 투표제를 실시하는 벨기에, 룩셈부르크, 그리스를 제외 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유럽 국가의 1990년대 평균 투표율은 60%에서 80% 사이였다. 영국의 지방 선거 평균 투표율은 40% 내외이고, 계속 하락하고 있다. (pp. 220-226)
이와 같이 투표율이 낮아 고심이 많은 정부는 강제 투표를 실시하지는 않더라도 몇가지 절차적 행정적 개혁을 마련하고,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선거 당일은 물론 그 전 주에도 투표를 할 수 있게 한 조기 투표 (early voting) 제도, 이동 투표소 (mobile polling station)를 이용하여 주말에도 투표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 그리고 전자 투표 제도 (electric voting system), 모든 사람들이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 있게 한 제도 (all-postal balloting) 등이 있었고, 이 중 그나마 우편 투표 제도가 효과적이었다고 합니다.
오늘 신문 기사의 내용은 그 중 인터넷을 이용한 투표는 아직 보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조만간으로는 실시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입니다. 주로 미국의 예를 많이 들었는데, 특히 미 국방부가 해외의 10만명 정도의 투표인원을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는 Secure Electronic Registration and Voting Experiment를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에서 내부의 공격에 취약하고, 투표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는 점을 들어 취소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정부에서는 전자 투표는 물론 전자 협의 제도를 포함한 전자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대단히 높고, 특히 작년의 지방 선거에서는 가장 많은 전자 투표가 실시되었었고, 14만 6천명 가량이 전자적인 방법으로 투표를 했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영국 정부에서는 ‘2008년 이후의 어느 때 (some time after 2008)'에는 총선거도 전자 투표를 한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위 미국의 권고 사항 등도 충분히 참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인터넷이 가장 많이 보급된 우리나라도 낮은 투표율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 물론 인터넷을 이용한 투표 방법에 대해서도 그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뚫리지 않는 보안책을 강구하는 것이겠고, 그 외 다른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투표에 참여해서 내 손으로 제일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투표권을 가진 시민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자료, 사이트>
Voting against internet elections (가디언, 2004. 2. 12.)
http://www.guardian.co.uk/online/story/0,3605,1145669,00.html
Wilson, D. & Game, C. (2002) Local Government in the United Kingdom, 3rd Edition, Hampshire:Palgr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