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보는 영국
신문으로 보는 영국 이야기 1
남궁Namgung
2004. 1. 19. 08:55
안녕하셨는지요? 엊그제 발행하고 바로 다시 찾아 뵙게 됩니다. 이번 주는 큰 명절인 설날이 있더군요. 고향으로 가실 마음에 벌써 마음이 들떠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모두 풍성하고 재미있는 설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곳은 설날은 Chinese New Year 라고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배울 때는 Lunar New Year 라고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표현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기분은 나쁘지만 음력이 중국에서 들여 온 것이고 (맞나요?), 그들의 풍습을 따르던 것이 우리의 고유 명절이 된 것이라면 위 명칭을 따져가며 기분 나빠할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곳에 온 후로 맞은 명절때는 명절같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아 특별히 아쉽다거나 서운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올 설날때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오늘부터는 가끔씩 ‘신문으로 보는 영국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여기 신문을 들썩이다가 눈에 띄는 것들, 같이 알아 두면 도움 될 것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신문으로만 읽는 것이기 때문에 영국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미리 말씀드려야겠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이나 들은 이야기 등과 연관지을 수 있는 것은 같이 이야기 해서 최대한 실감나는(?) 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건강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이메일 (hyonyya@korea.com)
홈페이지 (http://hyonyya.netian.com)
연쇄 살인범의 자살
우선 영국 희대의 살인자로 잘 알려진 헤롤드 쉽만 (Harold Shipman)이 지난 2004년 1월 13일에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목매어 자살했다는 사건이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헤롤드 쉽만은 이곳 제 1차 의료기관의 의사인 GP (General Practitioner)로 근무하던 약 25년 동안 밝혀진 것만 총 215명의 환자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종신형에 처해져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아직까지 왜 그러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도 밝히지 못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쉽만의 자살로 인해 많은 피해자 가족과 이곳 국민들이 ‘속았다 (cheated)'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쉽만은 얼마전해도 자살 감시대상 (suicide watch)이었으나 교도소 내의 행태에 특이점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일반 감시 대상으로 전환되었던 중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가디언 (the Guardian)의 사설 (2004. 1. 14.)은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첫째, 교도소 내의 자살에 대한 것입니다. 쉽만이 자살하기 일주일 전쯤 교도소를 책임지는 부서인 홈 오피스 (Home Office)에서는 자살 사건에 대한 조사 권한을 교도소에서 교도소 옴부즈만 (Prison Ombudsman)으로 이전했는데, 이로 인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가능해 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둘째, 종신형을 살고 있는 자 (lifer)들이 처해진 조건에 대한 문제입니다. 영국은 다른 EU국가들의 종신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수의 종신수가 현재수감 중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무기수와 종신수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기수는 말 그대로 무기형 (indefinite sentence)이 내려진 것으로 이 경우에는 형을 살다가 감형되어 유기수로 될 수 있지만, 종신수는 형 자체가 종신 (life sentence)이기 때문에 그 전에 출감될 확률은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셋째는 종신형에 대한 문제입니다. 형을 더 엄격하게 하기로 한 법안 (Criminal Jusice Act)이 작년 말에 통과된 이전에도 영국에서 이미 종신형을 선고 받은 자들은 2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종신형은 모든 희망을 종식시키기 때문에 (It ends all hope.) '종신형으로 규정되었으면 말 그대로 일생동안 수감케 해야한다 (life means life)'는 접근법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가디언의 다른 기사에 의하면 교도소에서 죄수의 책임으로 인한 사망 (self-inflicted deaths)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1992년에는 41명이었으나, 93년 47명, 94년 62명, 95년 59명, 96년 64명, 97년 70명, 98년 83명, 99년 91명, 2000년 81명, 01년 72명, 02년 94명, 그리고 작년에도 9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약간의 굴곡은 있지만 사망이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99년과 2000년의 총 172명의 사망자를 세밀히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40% 이상의 자살이 수감 후 일주일 내에 이루어졌고, 이중 대부분은 교도소에 오자 마자 정신적 불안감 (psychiatric disturbance)을 나타냈거나 자해의 경력이 있었고, 대부분은 재판 중에 수감된 상태였습니다.
또 교도소의 의료진들에 의하면 교도소 내 자살의 1/5은 세밀한 감독과, 교도관들에의 적절한 훈련, 그리고 다른 죄수와 같이 쓰는 감방을 늘렸다면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현재 영국의 감방은 모두 독방이라고 합니다. 이 기사로 추측컨대, 자살 등을 줄이기 위해 다른 죄수와 함께 쓰는 것을 늘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 감방의 모습은 영국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father)'에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안전한 감방(cell)을 만들기 위해 무엇인가를 걸 수 있는 곳 (hanging points)을 없애는 작업이 3,500여소에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교도소 내에서 사망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정확한 수치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쉽만이 사망한 것과 같이 혼자 독방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그가 목을 매는 것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 방에 ‘가득’ 들어가니까요...
<참고 자료, 사이트>
쉽만은 누구인가? (BBC):
http://news.bbc.co.uk/1/hi/uk/3391897.stm
쉽만의 범행으로 인한 215명의 피해자 명단 (BBC):
http://news.bbc.co.uk/1/hi/uk/3392859.stm
2004. 1. 14. 가디언 기사 (Safer cells and better training fail to curb climbing death toll):
http://www.guardian.co.uk/uk_news/story/0,3604,1122464,00.html
과속 카메라 논란
바로 지난 번에 과속 카메라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며칠 전 신문을 뒤적이다가 과속카메라의 효용성을 주장한 칼럼이 가디언 지에 실려 있었습니다. 폴리 토인비 (Polly Toynbee)라는 사람이 쓴 글인데, 주된 내용은 글의 제목이 보여주듯이 '과속 카메라는 사고를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다 (speed camera work)'는 것입니다.
그 글 중에는 참고할 만한 몇 가지 수치가 있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영국에서 운전자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200 이라고 합니다. 매년 3,600명이 사망하고, 약 4만여명이 중상을 입으며, 12세에서 16세 사이 청소년의 주된 킬러 (killer)가 바로 자동차와 관련된 것이랍니다.
노동당 (Labour Party)이 들어 선 후의 눈부신 성공 중 하나는 바로 교통사고의 감소인데, 2010년까지 40%의 사망, 사상 사고를 줄이겠다는 목표는 2002년 말에 이미 목표의 1/3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또한 어린이 사망자를 50%로 줄이겠다는 목표는 이미 그 2/3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이 칼럼리스트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가 정치적 의제로 떠오르지 못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그는 일부 언론에서 범칙금을 올리려는 것이 편법으로 세금을 걷으려는 것 (stealth tax)이라고 비난하고, 일부에서는 경찰관이 제복을 입은 세금징수원 (uniformed tax collectors)이라고 조롱한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그의 주장은 속도가 높을 수록 그로 인한 사망 확률이 높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명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속 20마일 (약 32킬로)로 진행하는 차에 치였을 경우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은 90% 정도이지만, 시속 30마일 (약 48킬로)일 경우 그 확률은 50%로 떨어지고, 시속 40마일 (약 64킬로)일 경우는 10%의 확률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는 ‘과속 단속이 장래에 운전자들이 천천히 운전하게 하는가?’ 라고 자문하고 확실히 그렇다 (certainly)고 답합니다. 과속카메라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주장을 하든, 과속 카메라로 인해 35%의 사망자 감소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소개한 최근의 실험적인 경찰 활동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즉,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시간 당 약 3,000 개의 번호판을 촬영할 수 있고, 이렇게 촬영한 자료는 경찰 전산망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분석한 후, 무면허, 무보험, 무자격 운전자는 물론 도난 차량까지 파악하여 경찰 차량을 즉시 출동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10배 가까운 체포가 이루어졌고, 도난 차량이 주인에게 되돌려졌으며, 자동차 범죄의 급격한 감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우리나라에서는 과속카메라가 위와 같은 역할까지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일부 검문소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판독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카메라가 작동 중이지만 주로 도난 차량과 수배 차량, 그리고 차량 주인이 수배자일 경우 그 수배자 여부까지는 바로 판독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무보험 차량 등 다른 기능까지 접목된 다기능 카메라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하길 희망해 봅니다.
같은 신문이지만 가디언의 같은 날짜 사설은 과속 카메라가 분명히 사고 감소의 효과는 있지만 (대부분 자동차 사고와는 무관한) 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을 과속카메라의 범칙금에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과속카메라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이 사설에서는 범죄 피해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고의적으로 탈세를 하는 개인과 단체로부터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입니다. 2004. 1. 13.에 하원의 공공기금 위원회에서는 검은 경제 (black economy)와 유령회사 등의 방법으로 인해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세금이 20억 파운드에서 3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4조원에서 6조원이 넘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또한 영국의 한 교수는 낮은 세금을 악용하는 다국적 기업들로 인한 피해가 250억 파운드, 한화 5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주장의 1/10만 맞는다고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사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국인들이 가까운 유럽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구입하는 싼 술로 인해 6억 파운드 (1조 2천억원)과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독주로 인해 6억 파운드의 세수 손실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2002년과 2003년 사이에만 부가가치세 사기로 인한 26억 4천파운드를 합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 사설의 주장은, 과속카메라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과속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 범칙금을 인상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사이트>
2004. 1. 14. 가디언 칼럼 (The roadhog right cannot deny it: speed cameras work):
http://www.guardian.co.uk/comment/story/0,3604,1122571,00.html
2004. 1. 14. 가디언 사설 (Another fine mess):
http://www.guardian.co.uk/leaders/story/0,3604,1122408,00.html
지폐 위조 방지 방안
마지막으로 지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에 대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의하면 포토샵 CS (Adobe Photoshop CS)를 이용해서 지폐 파일을 열려면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또 만약 파일을 그 프로그램에서 볼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인쇄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중앙 은행 위조 방지 단체에서 개발된 위조 방지 코드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코드로 인해 위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20달러 지폐나 유로 지폐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인데, 정부는 이 코드의 사용을 의무화 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지폐를 위조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우리나라 형법 제 207조 제1항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통용하는 대한민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무기 또는 2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위와 같은 움직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의 대개 지폐 위조범들이 개인 컴퓨터와 프로그램, 그리고 개인 프린터를 이용해서 위조하고 있는 것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것을 약간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는 경찰활동, 즉 Problem-oriented policing 이라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많이 연구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미 소개된 경찰 활동의 한 방식입니다.
위 프로그램이 그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위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단지 위조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면 그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총력을 벌이는 그런 경찰 활동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위조범들이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지 파악해서 아예 그런 방법에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위 예에서처럼 아예 모든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지폐를 불러 읽거나 편집, 혹은 인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이겠습니다.
이 Problem-oriented policing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참고 자료, 사이트>
2004. 1. 15. 가디언 기사 (Bill blocker):
http://www.guardian.co.uk/online/story/0,3605,1122848,00.html
영국 지폐의 복제에 관한 가이드라인 (Guidelines For The Reproduction of Bank of England Banknotes):
http://www.bankofengland.co.uk/banknotes/appform.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