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대한민국 검사와 대한민국 가수
남궁Namgung
2003. 7. 21. 21:22
안녕하세요? 한국은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여기도 며칠 동안 날씨가 계속 흐리네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요즘 논문 준비 하느라 약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자료를 읽으면서 배우는 점들이 많아 만족하며 공부하고 있죠.
오늘까지 제 홈페이지의 '나의 경찰 생각'이란 메뉴에 예전에 써 놓은 글들을 모두 복원(?)해 놓았습니다. 홈페이지를 옮기면서, 게시판에 한 동안 글을 쓰지 않아 모두 날려 버린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메일 메거진을 발행하는 사이트에 그 전의 자료들이 모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며칠에 걸쳐 작업을 했습니다.
혹 옛글이 그립거나(?), 궁금하신 분들은 방문하셔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띄어쓰기와 아주 큰 오류를 제외하고는 예전 글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오늘은 얼마 전에 봤던 두 개의 신문기사를 보고 느낀 점을 옮겨 봅니다.
건강하시구요,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이메일 (hyonyya@korea.com)
홈페이지 (http://hyonyya.netian.com)
대한민국 검사와 대한민국 가수
형법 제136조 (공무집행방해) ①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연합 7월 16일자)
대검, 현직검사 `파출소 소란'조사
대검 감찰부(유성수 검사장)는 16일 택시기사와시비 끝에 찾아간 파출소에서 소란을 피워 물의를 일으킨 청주지검 A검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청주지검에서 올린 진상 보고서를 근거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중이며, 진상파악이 끝나는대로 이번 사건이 품위손상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A검사는 지난 15일 오전 3시께 만취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청주시 상당공원 부근을 지나던 중 택시기사와 요금문제 등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택시기사가 자신을 파출소로 데려가자 그곳에서 검사 신분을 밝히고 탁자 유리를 깨는 등 소란을 피운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스포츠 투데이 6월 25일자)
[김현정 사건 전말]
24일 새벽 괌에서 돌아온 김현정으로부터 그녀의 측근이 이번 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전후 상황을 구술받아 정리했다. 다음은 김현정이 측근에 밝힌 이번 사건의 전말을 요약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괌에 함께 간 일행 중 여자 한 명이 호텔 이름을 잘못 적어 생겼다. 이때 이민국의 한 직원이 김현정에게 숙소이름을 물었고,김현정이 니코호텔(Nikko Hotel)이라고 대답했다.
김현정은 미국 일본 중국 등의 비자가 있어 별 문제없이 ‘입국허가도장(inspection)’을 받았다. 그런데 또 다른 이민국 직원(imigratial officer)은 김현정을 이미 억류하고 있던 동료 연예인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김현정은 같이 있던 연예인들이 모두 후배여서 “조금만 기다리면 아무 일 없이 잘될 것”이라고 안정을 시켰다. 그러자 이민국 직원이 김현정에게 빈정거리는 듯한 어투로 “shut up”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현정에게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으라고 요구했다. 김현정은 그의 요구대로 선글라스를 벗었다가 다시 썼다. 이런 행동이 거슬렸던지 이민국 직원이 김현정만 따로 감금방(독방)으로 끌고가 몸수색을 했다.
이민국 직원은 “이곳은 미국 영토이고 한국 연예인 따위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이어 “너는 이민국 직원의 업무를 방해해 감금한 것이며 더 항의하면 수갑을 채울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러자 김현정은 “이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인권침해”라며 문을 차고 신발로 방에 있던 감시용카메라를 쳤다.
김현정은 쇼크를 많이 받은 시늉을 하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심한 스트레스와 구토를 한 시간 이상 했다. 김현정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으로 인해 추위와 고통 때문에 울었지만 미국 직원들은 “계속 소리를 낸다면 수갑을 채우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이민국 직원들은 나중에는 김현정에게 “당신이 가지고 있는 비자를 뺏고 영원히 미국땅을 밟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은 이에 대해 “인권을 무시한 미국 땅과 괌에 다시 올 일도 없으니 맘대로 하라”며 “이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일이 커지자,한국(영사 출장소,항공사,괌 한국관광청 등)측에서 김현정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했다. 미국 이민국 직원들은 김현정이 얌전히 있고 벽에 죄인처럼 손을 올리고 있으면 꺼내주겠다는 요구를 했고,그녀는 이를 거부했다.
사건 발생 5시간이 지나 김현정과 만난 대한항공 직원은 “경찰로 넘어가면 일이 더 커진다. 우선 나가자. 이곳에서 나갈 때까지 1분만 참아달라”고 했다.
결국 김현정은 오랜 시간 차가운 방에서 쪼그렸던 후유증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공항으로 다시 나온 그녀는 항공사 사무실에서 10시간을 기다리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위 두 기사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으신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사자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 가수 김현정의 기사를 읽었을 때는 아주 흥미롭게, 검사의 행패와 관한 기사는 아주 화를 내며 읽었는데, 가만히 보니 우리와 미국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어 오늘은 그 점을 함께 나눠 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파출소가 최근에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바로 순찰지구대로의 개편입니다. 한 지역의 파출소에서 그 관할 구역을 순찰하고, 신고에 출동하는 것이 아니라, 몇개의 파출소를 엮어 지구대로 개편하고, 같은 지구대 안의 순찰차와 순찰 경찰관이 함께 순찰 활동을 하고, 신고를 접수했을 경우 동시에 출동하는 식으로의 변화입니다.
파출소가 그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런 식으로의 변화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나, 현재 시범 실시 중인 순찰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경찰관의 만족 중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위 '검사의 행패'와 같은 것입니다. 파출소는 더 이상 지역민의 안전과 범죄 활동을 예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술 쳐먹고 행패 부리는 놈들'의 집합소가 되었습니다.
또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도 더 이상 경찰관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니가 뭔 상관이냐?' 며 멱살을 잡는 것이 우리나라 공권력의 현 실태입니다.
따라서 그와 같은 파출소의 폐단과 공권력의 실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 순찰지구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찰청의 경찰관 전용방에 올라 오는 경찰관들의 경험담을 읽어 보면 현장에 출동했을 경우 서너대의 순찰차와 수 명의 경찰관이 함께 출동하기 때문에 최소한 몸으로 밀리지 않고 어느 정도 경찰관의 법 집행이 '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반가운 소식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위 두 기사에서 볼 수 있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그 검사나 가수 모두 정당한 공무원의 법 집행에 대항을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검사는 술에 취해 '심신 상실의 상태'에 까지 이르렀는지는 모르겠고, 가수는 자신이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항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서로 다른 형태로 공권력에 대항했다는 점에 그 유사점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그 뒤의 처리에 있습니다.
정확한 당시의 상황을 신문기사로써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검사는 파출소의 탁자유리를 깨는 등 '행패' (일부 신문에서는 이런 표현만을 썼더군요)를 부렸습니다. (행간을 읽어 당시 상황을 감히 유추해 보자면 '니들 내가 누군지 아냐?', '니들 한번 죽어 볼래?'라는 식의 80년대식 주정이 나왔을 것입니다. )
그러나 그 뒤의 처리는 대검에서 진상을 조사하는 것으로만 처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히 '형법'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한 것인데도 말이죠.
그에 반해 가수에 대한 괌 이민국 직원들의 처리는 엄격합니다. 위 기사도 우리나라 가수에 대해 약간 호의적으로 써졌을 것을 감안하고 읽는 다면 이민국 직원의 요구나 지시에 반항하고, 기물 등을 발로 차는 등 그 나라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보였을 때 바로 감금되었습니다.
물론 직접 비교가 적당하지 않은 사례일 수 있습니다. 한 사례는 '지체 높으신 분'이 '한참 아랫 것들이 근무하는' 파출소에서 발생한 것이고, 또 다른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하지만 타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감히 대들다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 사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 집행이 어떤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이 공권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의 상황은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권력에 대한 반항 혹은 저항에 대한 처리를 보면 그 나라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경찰, 더 넓게는 우리의 공권력이 제 자리를 잡고, 제 위치에 서서, 정당한 법집행에 저항을 받지 않는 것은 언제쯤 가능할 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