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줄서기, 그를 이해해 본다.

남궁Namgung 2003. 2. 15. 07:34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여러가지 차이점을 때때로 보고 듣고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줄서기'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영국식 영어로 '줄서다'는 '큐(Queue)' 라고 말합니다. 누가 Queue! 라고 소리친다면 '새치기 하지 말고 줄서!' 라는 표현이 되겠죠. 지난 주 가디언 주말판(토요일)에 아주 흥미로운 글이 있어 그 글을 소개하면서 말을 해 볼까 합니다.


우선 그 글을 미천한 제 실력으로 번역을 겸해 가면서 옮겨 보겠습니다. (잘못 해석된 점 있으면 충고 바랍니다.)



중략


Last week, David Stewart-David, a lecturer at Northumbria University in Newcastle, created a bit of interest in the media by publishing a report on his research into queueing.

지난 주에 뉴캐슬 지방에 위치한 Northumbria 대학강사인 David라는 사람이 '줄서기'에 대한 연구를 미디어에 발표해서 화제를 모았었습니다.

Yes, queueing. Mr Stewart-David, supported by a university grant, spent a total of 92 days standing in 2,000 queues. A miserable and rather pointless thing to do, you might think. But Mr Stewart-David obviously considered it a noble academic purpose to find out the truth about modern British attitudes to queueing. And his conclusion was that the British do not like it.

네, 줄서기에 대한 것입니다. Stewart-David씨는 대학자금을 지원받아 92일 동안 2,000여 줄 가운데 서서 보냈습니다. 아마도 비참하고 다소 요점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Stewart-David씨는 줄서기에 대한 현대 영국인들의 태도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아주 고상한 학문적 목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의 결론은, 영국인들은 줄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I hadn't imagined there was ever anyone in the history of the world who had actually enjoyed queueing. But it is true that the British have cherished a belief that it is something they are really good at.

저는 세계 역사에서 줄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줄서기를 잘한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While the peoples of other nations push and shove and lose their tempers, the British - so they have always liked to believe - dutifully await their turn in a calm, good-natured manner. They see it as a symptom of their celebrated fairness and civility. So Mr Stewart-David's finding that queueing makes them cross and irritable earned headlines in some of the newspapers.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밀어 제치고 화를 낼때도, 영국인들은 의무적으로 그들의 순서를 조용하고 친절하게 기다리고, 그래서 영국인들은 항상 그렇게 믿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The idea that the British are great queuers has always struck me as a myth. I have stood in queues all over the world, and the peoples of other countries seem no less orderly than we are.

영국인들이 줄을 잘 서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은 항상 제게 전설같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세계 각국에서 줄을 서 보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보다 덜 질서정연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Occasionally you will find an American who kicks up a fuss, or an Italian who brazenly queue-jumps, but foreigners are generally just as sheep-like in these circumstances as we are. The main difference between British queues and foreign queues is that the British cannot tolerate any breaches of queue discipline.

때때로 야단법석하는 미국인이나, 철판을 깔고 새치기는 하는 이탈리아인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외국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우리와 같이 양과 같습니다. 영국인들의 줄과 외국인들이 선 줄의 주된 차이점은, 영국인들은 줄서기 규칙을 위반하는 것에 대해서 참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In most countries, you can persuade people to let you go ahead of them in a queue by telling them some moving sob story. But not in Britain. Here everyone is a self-appointed policeman who occupies his waiting time by keeping an eye out for would-be queue-jumpers and assembling a lynch mob to deter them.

대개의 나라에서는, 줄을 선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할 만한 슬픈 얘기를 말함으로써 앞서 줄을 선 사람들을 이해시켜 당신이 먼저 줄을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Another cliché about the British is that they hate confrontations. There is some truth in this, but they have other ways of standing up for what they see as their rights. one such way, as I have pointed out already, is to act collectively against any individual who falls out of line. Another is the one they practise at the wheels of their motor cars.

또다른 영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영국인들이 대립(confrontation)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국인들이 그들의 권리라고 생각되는 것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말했듯이, 그런 방법 중의 하나는 줄서기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자동차 안에서 행하는 그들의 태도입니다.

I know that the accident statistics do not support this, but I find the British the most frightening drivers in Europe. Protected in their cars from personal contact with anybody, they vent their anger and frustration over perceived injustices by darting about recklessly amid the traffic in order to achieve their allotted place in what they understand to be the correct order of things. You sometimes get the feeling that they would be willing to die, and kill you as well, in order to make their point.

저도 영국에서의 자동차 사고율은 제 주장을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영국운전자들이 유럽에서 가장 두려운 운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자동차가 다른 사람들과의 개인적인 접촉을 보호해 주고 있기 때문에, 영국의 운전자들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차량소통의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무모하게 돌진함으로써 그들의 분노와 욕구불만을 해소합니다.

Perhaps the main problem with the British is their conviction of their own decency. Their self-righteousness makes them feel entitled to behave like beasts towards their equally self-righteous fellow citizens. They would be much nicer if they didn't feel so nice, but instead tried to get their way by openly arguing their unjustified case for special treatment.

아마도 영국인들에 대한 주된 문제점은 그들의 고상함(decency)에 대한 확신일 것입니다. 그런 독선(self-righteousness)은 그들과 똑같이 독선적인 다른 시민들을 향해 야수와 같이 행동할 권리가 부여졌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영국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그렇게 좋다 (nice)고 생각하지 말고, 그 대신 정당화되지 못할 일들을 특별한 방법을 사용해서 공개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하략

(출처: 가디언 위크엔드 Guardian Weekend 08/02/03, "Totally Off Queue")


영국인의 줄서기는 위의 글에도 간단히 나와 있지만, 정말 유명합니다. 어딜 가든 줄을 서고, 특히 아무리 줄이 길고 앞사람이 오래 시간을 끌어도 인내하는 '듯한' 점은 정말 놀란만 합니다.

저도 처음에 약간 놀랍기도 하고 의아한 점이 바로 이 나라 사람들의 줄서기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상점에서 값싼 물건 하나를 고른 후 계산을 위해서 계산대로 갔습니다. 제 바로 앞에서 다른 사람이 계산을 치르고 있습니다. 제 뒤로도 많은 사람들이 계산을 위해서 물건을 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앞에서 계산을 하려는 사람이 물건에 무슨 이상이 있는지 다른 물건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다른 점원이 그 물건을 들고 다른 것으로 바꾸러 갔습니다. 저쪽 먼 구석으로 말이죠.

여기에서 영국과 다른 나라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이유야 어쨌든 바로 제 앞에서 특별히 시간을 많이 끄는 그 손님이 밉고, 그 손님 물건을 다른 것으로 바꾸러 갔으니 어차피 기다리는 시간, 그 시간에 제 간단한 물건 하나를 계산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몇분이 걸려도 그 손님의 물건을 찾아 와서 계산을 해 준 후에야 제 순서가 돌아 옵니다.

위와 비슷한 경우를 몇번 겪었고, 많이 지켜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불평하고, 시간을 많이 끄는 손님을 탓하지 않습니다. (위의 글대로라면 '탓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처음에는 답답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화가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만드는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는 저도 그런 줄서기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제 순서가 오면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기다려도 제 순서에 제가 받아야 할 서비스는 얼마던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줄을 서게 됩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거나 살게 되면 항상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마련이고, 또 그런 비교를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나라는 이렇게 사는구나', '이런 것은 배워야겠다', '이런 것은 우리도 시행해 볼만하다' 는 등등의 느낌은 외국을 한번이라도 나가보신 분들은 느끼셨던 점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외국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나라를 여행하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곳을 돌아 볼때면 그런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남과 비교하면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단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와 약간 다른 점, 외견상 우리보다 약간 합리적으로 보이는 점을 보고 지나치게 과대 혹은 과소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죠. 저는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영국인들 (좁게는 잉글랜드인, English)과 그들의 문화를 쉽게 판단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들의 줄서기에는 우리 그리고 (다른나라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른나라와도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남이 서비스를 받는 동안의 기다림은 감수를 하되, 자신의 차례가 오면 최대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다른 면에서의 합리가 있습니다. 내가 서비스를 받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이 나의 서비스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점 말입니다.


알렉산더 챈슬러(Alexander Chancellor)라는 칼럼리스트의 위 글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비판적 해석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의 글, 그가 인용한 연구의 방향 또한 수긍할 만한 점이 있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연구를 한 배경에는 분명 그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 숨어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아직 합리적인 줄서기 습관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저를 포함한 우리, 배워도 좋을 점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