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감사를 통한 성장

남궁Namgung 2022. 2. 12. 05:55

 

아침에 출근할 때만 해도 해가 반짝였는데, 사무실에 들어온 후 얼마 있다가 흐리기 시작하더니 일기예보대로 눈이 뿌리기 시작한다. 지난달 이맘쯤만 해도 올 겨울에 눈이 오지 않아 걱정을 했었는데 그 이후에 보이고 있는 날씨는 그런 걱정이 모두 기우였음을 보이고 있다. 기온도 꽤 낮지만 내일이면 다시 포근한 날씨를 보인다고 하니, 이 정도의 눈 정도는 이 동네의 겨울로서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정도이다. (2022. 2. 11.)

 

보통 금요일에는 사무실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일이 있어서 나왔다. 코로나 시국 이후로는 캠퍼스와 학과 사무실 자체가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했지만 금요일이면 이미 주말 혹은 방학과 같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런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런 날에 일부러라도 출근하고 싶을 정도이다. 오전에 두 시간이 넘는 학과 회의를 온라인으로 마치고, 주말이 되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을 마무리 한 후에 몇 자 끄적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다시 유빈이가 있는 엘에이를 다녀왔다. (2020. 2. 4. - 2. 6.)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가 캘리포니아 주민이 된 것 마냥 엘에이 방문이 잦다. 아내는 겨울방학을 마치고 다시 캠퍼스로 돌아간 유빈이가 여전히 걱정이 되고 궁금해 했고, 두번째 학기를 시작한 유빈이를 바로 만나서 확인하고 격려해 주고 싶어 했다. 자기 기숙사 방에 조그만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갖고 싶어 하는 유빈이에게 그 물건들을 직접 골라서 사주었으면 하는 큰 이유가 있기도 했다. 비디오 편집 등을 하기 위해서 사양 좋은 컴퓨터를 직접 조립하거나, 원하는 사양을 갖춘 컴퓨터를 사고 싶다고도 방학 동안에 내내 줄곧 조르곤 했었다. 

 

그래서 가족 모두에게 적당한 날짜와 저렴한 항공권이 나오는 시간을 계속 살피다가 2월 첫째 주말로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지난 금요일에 갔다가 일요일에 돌아왔다.

 

이전의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분명한 계획과 처리해야 할 용무가 있었기에 시간 분배를 잘 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사소한 이슈가 있었지만) 원하는 일들을 모두 잘 처리하고 돌아왔다. 유빈이는 방학 동안 내내 갖고 싶다고 말하던 물건들이 제 기숙사 방에 들어오는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내가 엘에이를 방문하기 전부터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를 고르고 비교해서 소형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구입할 곳을 정했었는데, 그덕에 두 곳 정도의 매장에만 들러서 원하는 물건을 바로 살 수 있었다. 냉장고의 경우도 크기가 아주 절묘해서 우리가 렌트했던 세단의 뒷자리에 딱 맞게 들어가는 기적(?)도 경험했다. 조금이라도 더 컸더라면 배달을 부탁하거나 다른 차를 이용했어야 했는데, 다행 우리가 타고 다니던 렌터카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전자레인지는 처음 타겟(Target)에서 산 물건이 포장을 뜯자마자 파손된 황당한 경우가 있기는 했었지만, 그 부서진 물건을 반품하러 들른 다른 타겟에서 꽤 괜찮은 것을 살 수 있어서 시간과 에너지 낭비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슈는 유빈이가 원하는 사양대로 컴퓨터를 맞춰서 사는 일이었는데 이 또한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대형 컴퓨터 매장인 마이크로 센터(Micro Center)라는 것이 미국 내의 몇몇 도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지난달 이맘 즈음이었고, 이 매장 중의 하나가 덴버, 그것도 우리 집에서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한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달에 집근처의 매장에 들러 어떤 식으로 컴퓨터를 구입하고 조립하며, 그 비용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리서치 해 놓은 상태였다. 더욱 신기한 것은 캘리포니아 전체 주에서 마이크로 센터 매장이 단 하나가 있는데, 그것이 유빈이의 학교에서 10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한다는 점이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 행운도 이런 행운이 있을까 싶었다. 

 

아무튼 우리가 엘에이를 방문하면 이곳에서 부품을 사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여 조립을 부탁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엘에이의 매장은 덴버의 매장과 달리 무척 규모가 크고 손님들이 많아 컴퓨터 조립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엘에이로 날아가기 불과 며칠 전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엘에이 매장의 직원과 통화하면서 들은 얘기로는 신청 손님들이 많아 조립 신청 후 완성까지 7일에서 10일 정도까지 걸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계속 고심했지만 특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엘에이에 착륙했었다. 도착한 날 밤 (금요일 저녁 8시경)에 공항에서 바로 마이크로 센터로 가서 직원을 직접 만나 사정을 설명하고 특별한 대안이 없는지를 상의했다. 그 직원도 처음에는 비슷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하여 우리 속을 태우더니, 우리의 사정을 듣고 나서는 여기 저기 알아 보기 시작했다. 그런 후에 돌아 온 답변은 약간의 급행비 (30불 정도)를 지불하면 다른 물건보다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 상황에서는 이 보다 나을 수 없는 조건이었고, 조립비에 급행비를 지불한 후 다음 날 컴퓨터를 가져 가기로 예약하여 한숨을 돌린 후에 다른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토요일 저녁에 유빈이 방에 가서 원하는 사양으로 완성된 컴퓨터를 설치해 주었고, 이미 아마존을 통해 주문해 두었던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등을 모두 연결해서 제대로 작동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모니터에 스피커가 없는 사양임을 알게 되어 다음 날 다른 모니터를 구입해야 했다!)

 

결국에는 일요일 오후 시간 정도가 되어 계획했던 모든 물건들이 기숙사 방의 제자리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확인했고, 학교 근처에 있는 한인마켓에 들러 당분간 먹을 수 있는 반찬과 전자렌지로 데울 수 있는 밥 등을 사서 냉장고에 채우고 왔다.

 

당분간 지내기 위해서 필요한 이런저런 것들을 사느라고 처음 기숙사에 들어갈 때와 같이 많은 짐들을 날라야 했는데, 혜빈이까지 물건 나르는 것을 거들어 비교적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바닷가와 미술관을 들르는 여가 활동도 하고,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 저녁을 함께 하는 귀한 시간도 가졌으니 이처럼 효과적/효율적이면서 귀한 시간이 더 있을까? 

 

 

유빈이는 (가족에게는) 무뚝뚝해서 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는 편인데, 이번에는 꽤나 고마웠던지 공항으로 돌아가는 우리에게 가족 카톡방을 통해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다. 이렇게 자라고 성장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