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 사는 법

신발끈을 다시 묶고

남궁Namgung 2021. 5. 27. 06:43

어제는 유빈이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2021. 5. 25.)

 

잘 진행되던 학사 일정이 갑작스레 꼬인 것은 유빈이가 다니는 학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마무리했다. 집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제가 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30분이나 떨어진 시내 쪽의 예술고등학교로 옮긴 이후 6년 만이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제가 하고 싶은 분야를 좀 더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보게 하고 이후 전학까지 결정했지만, 간혹 그 결정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현실적으로는 아침 7시 45분에 시작하는 학교 수업에 맞추기 위해서 6시 전에 일어나 잠을 깨기 힘들어 하는 아이를 태우고 학교에 데려다준 후에 다시 내가 일할 학교로 출근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 생활을 조금 반복하다 보니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가까운 학교 놔두고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따라서 팬데믹으로 인해 나나 유빈이 학교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집에서만 공부와 일을 하게 된 것이 나의 아침 생활의 질을 크게 향상했다는 점은 (다른 피해를 본 많은 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분명하다. 

 

지난 몇년을 돌아보니 학교 프로젝트를 위해서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챙기는 일도 물론 번거롭거나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유빈이를 통해 이곳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좀 더 가까이 지켜보고 경험하는 것은 재미있기도 하고 유익한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을 통해 유빈이가 뭔가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되는 성과물을 만들어내고, 간혹 그런 결과물이 다른 이에게 인정을 받는 일이 있다면 부모로서 그것보다 뿌듯한 일이 없을 것이다. 

 

결국에는 이 학교에서 좋은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지내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지속했고, 그 결과물로 원하던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대학에까지 가게 되었다. 졸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은 너무 진부한 표현일 것이고, 더구나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으면서 고등학교 졸업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여러가지로 쉽지 않은 일들도 많았을 터인데 그런 모든 과정을 무사히 완수하고, 친한 친구들과 끈끈한 우정을 잘 유지하면서 제 인생의 한 챕터를 잘 마무리하였다는 점에는 큰 박수를 보낸다. 자화자찬하자면 지금까지 함께 잘 걸어올 수 있도록 한 아내와 나의 수고에도 스스로 등을 토닥인다.

 

유빈이는 앞으로 더 많은 남은 과제와 성과를 위해 잠시 쉬면서 신발끈을 다시 묶고, 아직 걸어 보지 않은 또 다른 길을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유빈이 학교 학부모운영회에서 지난 달 말에 이런 표지를 만들어서 졸업생에게 배달해 주었다. 유빈이는 원래 주목받거나 눈길을 끄는 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것은 앞뜰에 꽂아놔도 아무 말 않하는 것 보니 저도 뿌듯한 가보다. 

 

어제 졸업식 사진. 시내에 있는 운동장에서 오후 5시에 두시간 동안 열렸었다. 그늘이 없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학부모, 가족석이 설치되어 다소 덥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선선해졌다. 작년에는 바이러스로 인해 아무런 졸업식이 열려질 수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감사한 일이다.

 

 

각 과별로 아이들의 졸업후 진학하는 학교나 계획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비디오도 상영했다. 유빈이 짧은 멘트는 10분 28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