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Namgung 2020. 5. 31. 09:28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다급함이 전보다 훨씬 덜한 것 같다. 많은 가게와 공공기관들이 제한적으로나마 문을 열고 있다.  중요 사업체로 지정되어 이전에도 계속 영업을 했던 마켓 등은 물론 카운티에 따라 식당에서도 인원수를 제한하여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이 계속 발효되고 있다. 

 

미용실은 필수 사업체가 아니라 문을 닫았었는데, 이들 업소들도 변경된 행정명령에 따라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수개월 동안 긴 머리로 답답함을 계속 느끼면서 살았는데, 이 소식을 듣고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가게에 연락해 머리를 깎고 왔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도 내가 얼마나 자주 머리를 깎고 있는가 싶어 지난번 미용실을 다녀온 후에 달력에 표시를 해 놓은 것이 있는데, 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것이 3월 7일이었다. 엊그제인 5월 26일에 다시 그 미용실에 다녀왔으니 거의 3개월 만이다.

 

평소 두달 정도에 한 번씩 머리를 다듬었던 것을 생각하면 거의 한 달은 나의 평소 머리보다 긴 머리를 달고 지냈던 셈이다. 미용실 아주머니는 당연히 마스크를 쓴 상태로 영업 중이었고, 손님도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로 깎아야 한다고 해서 머리를 깎고 다듬고 감고 말리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있었다. 양쪽 귀 근처를 다듬을 때만 마스크의 귀걸이를 잠깐 빼었었는데, 아마도 이런 "새로운 일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여름이니 머리를 짧게 깎아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예전 대학생 시절의 머리처럼 단정하게 다듬어 주셨다. 긴머리를 해 본 적이 없고, 짧은 머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주 마음에 들었고, 미용실을 나오는 순간부터 그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용실은 물론 일부 쇼핑몰도 일부 조건을 이행하는 한도에서 손님들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호텔이나 다른 곳들도 정해진 보건 관련 수칙을 이행하거나 자체적으로 정해서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나는 이런 개방적인 분위기에 편승해서 가족 모두를 데리고 거니슨(Gunnison)이라는 동네를 다시 다녀왔다. 지난 여름에 다녀온 이후로 거의 10개월 만인 것 같다. 작년에 우연히 발견한 통나무집이 마음에 들어 며칠 전부터 찾아보다가 지난주에 영업을 개시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바로 예약을 했다. 

 

집 밖에 한번도 나가지 않고 방에서만 지내던 유빈이 조차 수일 전부터 가족여행으로 어디 가지 않느냐고 묻는 것을 보면, 제 딴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사업체들이 문을 여는 것을 들은 듯싶고 거의 3개월을 집 밖에 나가지 않았으니 그 답답함 또한 한계치에 이렀을지도 모른다. 혜빈이도 이 통나무집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 전과 다르게 들떠서 좋아한다. 

 

집에서 네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작은 도시로의 운전은 말 그대로 막힘이 없었고, 날씨 또한 무척 좋아 오가는 길 모두 신선하다고 느끼면서 다녀왔다. 말 그대로 바람 쐬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다른 특별한 일정은 없었고, 통나무집 근처에 있는 하이킹 코스에서 개울을 따라 난 길을 산책하고, 통나무집 바로 앞에 있던 큰 저수지에서 모터 배를 빌려 한 바퀴 돌고 왔다. 

 

이제 네다섯 시간 정도의 운전은 그냥 동네 운전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하고 짧지 않은 하이킹을 해서 그런지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 오니 입술이 약간 트기 시작했다. 신선한 바람을 쐬며 기분전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피곤한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이렇게라도 밖을 나가 조심하며 돌아 다녀 보니, 그래도 상황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진 듯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짧은 여행을 마치고 나니, 서서히 일지라도 조금씩 조심스레 이전과 비슷한 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