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Namgung 2020. 2. 5. 11:40

덧없다: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 보람이나 쓸모가 없어 헛되고 허전하다. 


화요일 이시간이면 이곳 맥도날드에 와 있는 경우가 많다.

 

혜빈이가 몇년 전에 시작한 배구 프로그램의 연습이 수요일 저녁에 있는데,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집으로 다시 돌아 갔다가 오기에도 애매해서 대부분은 근처에 있는 이곳 맥도날드에서 한시간 반정도 시간을 보낸 후에 혜빈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배구 연습과 게임이 열리는 연습장은 다소 외곽에 떨어진 곳이라서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로 오는데도 7-8분 정도 운전을 해야 한다.

 

그래도 밀린 일을 하거나,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조용한 이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화요일 저녁 8시에 연습을 시작해서 9시 반에 끝나곤 했었는데, 이번주에 새로 지었다는 연습장으로 옮기고부터는 저녁 6시 반에 시작해서 8시에 끝나게 된다. 나나 혜빈이나 저녁 잠자리에 드는데 다소 여유가 생겼다. 

 

아내는 허리가 좋지 않다고 해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지 몇주가 되었다. 상당기간 조심히 지내서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거의 다 나은 듯 싶다고 했는데, 허리를 다시 잘못 움직여 재발했다. 지인으로부터 침을 놓는 곳(acupuncture)을 소개 받아 지난 주말부터 다니고 있는데 아내말로는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다행이다. 허리가 좋지 않으니 몸을 제대로 굽히지 못해서 아이들과 내가 주방일이나 다른 집안일을 나눠서 하고 있다. 


최근에 주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 내가 잘 알지는 못하는 분들이지만 그래도 그분들이 뜻하지 않게 세상을 떠나게 된 소식을 전해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 아픈 일이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자식이나 남편을 잃은 그 가족들의 슬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 것이며, 남은 가족들의 앞으로의 삶은 얼마나 괴로울 것인지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이곳의 유명 농구선수였던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가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곳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운동에 관심이 많지 않아 이 선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선수로 들었다. 엘렌쇼의 호스트인 엘렌 디제네레스(Ellen Degeneres)가 울먹이며 코비 브라이언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영상을 보았는데, 엘렌의 말대로 삶이 참으로 덧없고 찰나라는 것을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접할 때마다 느끼게 된다. 

 

아내는 그나마 허리가 다소 양호해졌는지 웬만하면 아이들과 나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녁에는 어제 김치찌개를 끓이고 남은 돼지고기가 있다면서 그것으로 두루치기를 만들었다. 설겆이를 끝내놓고 혜빈이 배구 연습을 위해 나갈 시간까지 좀 여유가 있어서 커피 한잔을 끓여 거실의 의자에 앉아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열어 읽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으면 음성으로 명령(?)을 수행해 주는 아마존 회사의 기계  에코닷(Eco Dot)에게 음악 사이트의 노래를 재생하라고 말했더니 이 기계 속의 "알렉사(Alexa)"가 알아서 음악을 틀어 주었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큼직한 머그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내 자신을 생각해 보니, 이런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들을 감사해야겠다는 생각도 절로 들었다.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고, 책장을 넘기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이런 여유가 허락된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화를 내고, 힘들어 하거나 괴로워 하고, 스트레스를 주거나 받고, 바쁘게만 살기에는 이 삶이 너무 덧없고 찰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