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2019 겨울여행 (Part 2)

남궁Namgung 2019. 12. 28. 02:30


월요일에 집을 떠났으니 밖에서 벌써 나흘을 잤다. 아내는 물론 아이들도 아프지 않게 잘 다니고 있으며, 특히나 바쁘게 다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우리 가족의 특성에 딱 맞는 맞춤형 여행(이른바 "황제여행")을 다니고 있다. 아침에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다니다가 힘들거나 귀찮으면 과감히 여행 일정을 변경하며, 일정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음식이 되어야 하는 그런 여행이다. 


아침에는 유빈이가 어찌 알았는지 The Broad라는 아트 박물관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다운타운에 위치한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잠시 대기하는 줄을 서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엘에이 날씨로는 꽤 쌀쌀한 밖에서 바람을 맞으며 한시간 가까이를 아이들과 같이 기다렸다. 솔직히 예술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유빈이는 제 나름대로 학교에서 배운 예술가나 그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나 보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서는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보낸 후 코리아 타운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컸다고 느껴질 때는 생리적인 현상에 대한 견디는 정도가 이전과 다를 때이다. 배고프거나 화장실 등을 가고 싶을 때에도 이제는 어렸을 때와 달리 꽤 인내하고 있고, 그래서 여행을 다니기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 졌다. 


예술 박물관을 마친 후에 간단히 먹은 아침으로 배가 고플터인데도 유빈이와 혜빈이는 그다지 보채지 않고 잘 기다리면서 다니고 있다. 어제 점심으로는 지난 번에 왔을 때 감격하면서 먹었던 진솔국밥을 방문했다. 돼지국밥, 섞어국밥, 순대국밥 등 여러 종류의 국밥을 먹으면서가족 모두 지나친 과식으로 힘들어 할 정도로 맛있게 섭취했다. 덴버에도 이런 식당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시골 촌놈이 도시에 가서 느끼는 그런 부러움일 것이다. 


점심을 먹고 배가 부른데도 맛있기로 유명하다는 핫도그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그 가게를 가 보았다. 혜빈이도 한국 관련한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 가게 음식을 알고 있을 정도였는데, 가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리 과정을 보니 마치 어렸을적 "학교방"에서 먹던 그 핫도그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배가 불러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나무젓가락 하나에 꽂혀 있는, 빵가루 묻혀진 갈색 핫도그를 보니 그 짧은 시간 내에 중학교 시절의 여러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까지의 숙박 시설 중 어제 잤던 이 호텔은 과연 으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의 혜택 중의 하나를 이용해서 나의 형편(?)에 맞지 않는 호텔에 묵었는데, 역시 그 명성과 등급에 맞는 서비스와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층에 위치한 객실과 라운지를 통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엘에이라는 도시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다. 아이들도 지금까지 이 정도 시설의 호텔은 묵었던 적이 없는지라 사소한 것에도 감동하곤 했다. 





호텔에 일찍 체크인을 하고 잠시 쉬다가 해가 져서는 이전에 가 보았던 그랜드센트럴 마켓(Grand Central Market)과 더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에 들렀다. 북스토어는 처음으로 갔던 것이지만 그랜드 센트럴 마켓은 이전에 한번 와봤던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번밖에 오지 않은 이곳에 대한 감흥이 시원치 않았다. 그러고 보면 궁금해서 다시 가 보는 곳이 막상 가 보면 그저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어제 저녁의 이곳이 꼭 그랬다. 




그리 놀라울 것 없던 짧은 저녁 일정을 마치고 다시 코리아타운에 들렀다. 나를 제외한 온 가족이 좋아하는 회를 좀 사고, 내가 먹을 수 있는 치킨을 사서 저녁으로 해결했다. 


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는 우리 음식을 경험하고 배불러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