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알찬 휴식 후 휴업!

남궁Namgung 2017. 11. 19. 07:22


꽤 건설적이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것 같다. 매년 이 맘때 열리는 미국 범죄학회 (American Society of Criminology)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 필라델피아에 왔다가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화요일 저녁에 와서 지금 돌아가는 4박 5일의 짧지 않은 여정 (11/14 -11/18).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꽤 도움이 되는 시간이어서 다행이다. 이곳은 이번이 세번째인 방문인데, 비행기로 왔다가 돌아가는 것은 처음이다. 다소 큰 규모의 도시이기 때문에 공항이 무척 복잡하고 지저분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안에 들어 와 보니 시설도 깨끗한 편이고 사람도 (아직은) 많지 않으며 무엇보다 무료 와이파이가 잡혀서 공항에서 몇시간을 보내야 하는 오늘과 같은 경우에는 아주 다행이다.



이곳에 오기 위해서 다운타운의 제퍼슨(Jefferson) 역에서 기차를 탔는데, 우연히 같은 학회에 참석했던 젊은 중국인 학생을 만나서 한참을 이야기 하면서 왔다. 워싱턴 주립대의 박사과정생으로 이제 학업을 거의 마치고 학교에 자리를 찾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아이와 아내는 중국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중국의 신양에 있다는 경찰대학에서 교관을 10년 정도 하다가 박사과정을 위해 왔고, 따라서 주된 연구 관심사도 경찰 분야라고 한다. 그리고 당장은 돌아갈 계획이 없이 이곳에서 잡을 찾아 살 계획이라고 한다. 


"나도 5-6년 전에 저 모습이었을텐데..." 하는 동질감을 가지면서 공항으로 왔다. 내가 탈 어메리칸 에어라인이 터미널 B여서 내가 그보다 먼저 내렸는데, 내리려고 가방을 주섬주섬 들고 가는 내게 반가웠다면서 굳이 좌석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무척 정겹게 보였다.




공항에 체크인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고, 내가 비행기를 탈 게이트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좀 여유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사실 한 30 여분 정도 글을 길게 썼었는데, 갑자기 무료인터넷 로그인 화면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그 글을 모두 잃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항상 저장, 저장, 저장인데 잠깐 방심했다!)


학회는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였는데, 나의 연구 발표는 오늘 아침 9시 반에 있었다. 이전에 수차례 다니면서 발표도 하고, 다른 세션에 참석해 본 경험에 따라 "내 세션에는 사람이 많지 않겠다" 싶었는데, 예상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 원래 다섯명 (혹은 다섯팀)이 나와 같은 세션에 배정되었는데, 이 중 나를 포함 세 팀만 왔고 그 방의 참석자는 발표자와 그 지인 등으로 모두 7명이 전부였다. 


이상하게 저마다 다른 주제의 발표자들로 구성된 세션이었는데,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들으면서 "별의별 연구를 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제와 그제에도 몇몇 관심가는 제목의 세션을 참석해 봤는데, 화려하게 보이는 연구주제와는 달리 내실이 별로 없어 보이는 발표 때문에 실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물론 나의 연구도 그럴지 모른다), 어떤 경우는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연구하거나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하는 것을 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가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티칭 위주의 학교이기 때문에 연구에 다소 소홀히 하면서도 나의 게으름을 정당화 하는 적이 많았는데, 이번 학회에 참석하면서 다시 "전의(?)"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나의 연구를 발표해서 꾸준히 이력서에 한줄 한줄 늘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번 처럼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통하거나, 혹은 그저 분위기를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할 수 있는 것이 학회 참석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다는 것을 모처럼 깨닫게 된다. 




이번에도 아내와 아이들을 집에 두고 혼자 왔는데, 얼마 전부터 혼자 다닐 때의 여행법을 갖게 되어 그 방법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어떤 때는 호텔방에 쳐박혀서 텔레비젼이나 보거나 컴퓨터를 쳐다 보면서 쓸데없이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는데 이젠 혼자 다니더라도 가급적 밖으로 많이 돌아 다니려고 하고 있다. 특히 많이 걸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대중교통 이용법을 찾아 보다가 필라델피아의 일주일짜리 교통카드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도착한 첫날 밤에 가까운 마켓에서 이를 구입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곳에 와서 결정한 여러가지 중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25불 짜리로 월요일 새벽부터 다음 주 월요일 새벽까지 쓸 수 있는 것인데, 내가 화요일 밤에 도착해서 토요일 오후에 돌아가는 것이니 사용 시간도 꼭 맞는 것이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호텔을 학회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예약했었는데, 그 이유도 바로 이 교통카드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내가 내는 것은 아니지만) 호텔비도 상당히 아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내가 이 도시와 많이 가까워진 기분을 갖고 돌아 간다. 





이번 주는 학회 때문에 휴강을 했고, 다음 주는 가을 방학이다. 대학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대학의 가을 방학은 추수감사절이 낀 주가 방학이다. 


학기가 시작하고 거의 세달이 다 된 후에 갖는 방학이기 때문에 가을 학기는 다소 길고 천천히 가는 것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올 가을에는 10월 초에 영국에도 다녀왔고, 이번에는 학회까지 참석을 해서 중간 중간에 알찬 휴식(겸 연구겸 견문)을 했다. 


이제 덴버로 돌아 가면 이번 주를 마감으로 학생들에게 주었던 페이퍼 숙제를 읽고, 채점을 해야 하는데 아마도 100개 이상의 페이퍼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이번 주에 나만의 시간으로 제대로 된 충전을 했으니 다음 주 초에 시간을 내서 빨리 끝낼 계획을 갖고 있다. 다행히 유빈이의 방학도 나와 겹쳐서 다음 주를 쉬니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기상하는 일도 잠정 휴업이다!